[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국책연구기관이자 정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경제의 경기 개선 추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고용 부진에 임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성장으로 임시직과 일용직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최저임금 16.4%인상 이후 편의점 등 서비스업계가 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평가다.  

KDI는 10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비교적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는 완만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우선 광공업생산은 자동차(-0.2%)와 기타 운송장비(-18.7%) 등에서 부진을 지속한 반면 반도체생산(8.0%)을 중심으로 4월(0.8%)에 이어 0.9% 증가했다. 

▲ 소매판매액지수와 소비심리지수 추이.출처=한국개발연구원

소비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소매판매 증가폭이 축소되고 소비 관련 서비스업 생산의 개선도 지연되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100)를 상회하는 105.5를 기록했으나 지난 12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5월 소매판매액지수는 4.6% 증가하며 전달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준내구재는 7.5% 증가해 전달(2.3%)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으나 내구재와 비내구재는 각각 5.4%, 3.1% 증가해 전달( 10.0%, 4.6%)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설비투자는 기계(-6.3%)를 중심으로 감소(-4.1%)로 전환되고, 건설투자도 0%대 낮은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투자도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 시장에서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월에 이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5월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7만2000명(0.3%) 증가해 4월(12만3000명, 0.5%)에 비해 증가폭이 줄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7만9000명 줄어 전달(6만8000명)보다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커졌다.  건설업은 40000명으로 전월(3만4000명)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즐았지만 서비스업도 8만7000명으로 4월(8만7000명)에 비해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직이 11만3000명 줄어 4월(8만3000명)보다 취업자 감소폭이 확대됐고, 일용직도 12만6000명 줄어 전월(9만6000명)에 비해 늘었다. 상용직(31만9000명→32만명)과 자영업자(2000명→7000명)는 전월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청년층(15~29세)의 경우 지방직 공무원 시험일정이 6월에서 5월로 이동하는 등 일시 요인으로 경제활동참가율(46.8%→47.3%)과 실업률(9.6%→10.9%)이 동시에 상승했다.

고용시장은 이처럼 불안한 상황이 지속된 가운데서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4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명목임금은 상용근로자 정액급여가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하는 등 예년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고 KDI는 평가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음식숙박업, 사업시설관리·지원업 등에서 높았고, 사업체 규모별로는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예년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합하면 생산과 소비, 투자 중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없다는 결론이다. KDI는 “경기는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지만 생산 측면에서 전반적인 증가세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소매판매 증가율과 소비자심리지수가 낮아지고 서비스업생산이 정체된 모습을 지속하는 등 소비의 개선 흐름은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외부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우선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공급 확대 전망 등으로 중반까지는 내렸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 감소 가능성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차질 등이 부각되면서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의 2018년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 전망치는 70달러 초반 수준으로 지난해 말이후 상향 조정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도 불안하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유럽의 정세불안 우려도 지속되면서 6월 중순 이후 주요국의 장기국체수익률이 하락했다. 달러화도 대부분의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KDI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하강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각국의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신흥국 가산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가 맞이한 것은 '내우외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해법은 있다. 밖으로는 외환보유액을 쌓아 위기에 대응하고 안으론 내수를 살려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정답이다. 물론 이는 이론상의 정답일 뿐 현실은 다르다는 게 문제다.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며 투자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대기업을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 52시간지 시행 등으로 부담을 늘리고 있다.돈을 벌려면 어떤 규제와 부담이 있어도 투자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 한국 기업들이 '많은 돈을 긁듯이 벌 수 있는' 여건을 맞이하고 있느냐가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