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며 한미 금리역전 폭이 0.5%p로 벌어지면서 자본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한 정책금리 역전 상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가운데 과거 정책금리 역전 기간 중 외국인의 차입(loan)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국가는 한국인 것으로 드러났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지난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보다 자국의 정책금리가 낮아졌던 내외 정책금리 역전 국제 사례들을 분석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확대 및 외국인자금 유출 리스크 진단'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0.25% 포인트 인상됐지만 이후 계속 동결돼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 연준의 연방기금금리는 올해 3월 1.5~1.75%로 0.25% 포인트 인상돼 미국 정책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0.5% 포인트 높다.

출처=LG경제연구원

과거 총 26번의 내외 정책금리 역전 사례 중 전체적으로 외국인자금이 유출됐던 경우는 두 번이다. 미국보다 낮은 정책금리가 반드시 외국인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유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차입(loan) 형태로 유입됐던 외국인자금의 경우, 26번의 역전 사례 중 9번, 전체 금리 역전 기간 중 44%의 기간 동안 유출돼 주식자금과 채권자금에 비해 빈번하게 빠져나갔다.

지역별로는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아시아, 동유럽, 남미 등 신흥국들에서 유출 정도가 심했다. 선진국들, 특히 자국통화가 국제통화의 지위를 확보한 유로존, 일본, 영국, 캐나다 등 국가들의 경우 미국보다 낮은 정책금리는 보기 드문 상황은 아니었다. 그 외 국가들의 경우 자국 정책금리가 미국 정책금리 보다 낮은 것은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미국보다 정책금리가 낮아졌던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내외 정책금리 역전 시 외국인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차입 형태로 유입된 외국인자금은 보다 빈번하게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역전 사례들은 전반적으로 1999~2001년, 2004~2007년, 2015년~현재 등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2001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미국이 빠르게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내외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됐다.

우리경제 상황 감안한 통화정책 필요

전체 26번의 정책금리 역전 사례 중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던 경우는 두 번이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보다 낮은 정책금리 수준이 반드시 외국인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유발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며 "하지만 외국인자금을 주식자금, 채권자금, 차입자금과 같이 유형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차입자금이 9번, 주식자금 6번, 채권자금 4번으로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주식자금 유출 역시 채권자금의 유출보다 빈번했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역전 현상 발생의 주된 원인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었음을 감안하면, 글로벌 통화긴축 상황에서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출처=LG경제연구원

그는 이어 "주목할 대목은 과거 내외 정책금리 역전 사례들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주식자금과 차입자금이 유출됐던 사례가 모두 한국"이라며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의 첫 번째 한미 정책금리 역전 기간 동안 173억달러의 외국인 차입자금이 유출됐고,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의 두 번째 한미 정책 금리 역전 기간 동안 231억달러의 외국인 주식자금이 유출됐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한미 정책금리 역전기간의 경우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외채 축소 노력과 외국인들의 대출 회수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차입자금과 채권자금은 유출됐지만, 국내 주식시장 개방 확대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주식자금은 대거 유입됐다. 두 번째 한미 정책금리 역전기간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금융 시장 내의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반영돼 주식자금은 유출됐지만,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확대 움직임, 차익거래 기회 확대 등의 영향으로 채권자금 및 차입자금은 들어왔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 개방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결과,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자본 유출입은 10년 전에 비해 용이해진 상황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경기 회복세 안착에 대한 불확실성, 1%대의 낮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올해 하반기 1차례 금리를 인상하기도 쉽지 않아 보여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조 연구위원은 "한미 정책금리 역전 상황에서 단기간에 외국인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시스템 리스크는 과거에 비해 더욱 커졌다"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도 기계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보다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과 경기 흐름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