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이 지난해보다 악화되고, 이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인  23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의 3040세대는 자기들을 가장 불행한 세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나생명의 모그룹인 글로벌 헬스서비스기업 시그나그룹(Cigna Corporation)은 주요 국가 23개국을 대상으로 '건강과 웰빙' 전반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시그나360°웰빙지수(이하 웰빙지수)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웰빙지수 설문조사는 웰빙에 대한 인식 전반을 비롯해 5가지 핵심 부문(신체건강·사회관계·가족·재정상황·직장 관련 건강 및 복지)에 대한 질문으로 진행됐다. 이 서베이는 올해 2~3월 동안 한국, 미국, 중국, 영국 등 23개 국가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1만4467명(한국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국가별 웰빙지수 만족도 순위. 출처=시그나그룹

조사 결과 한국인의 웰빙 지수는 51.7점으로 지난해 53.9점보다도 낮아져 23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세계 평균은 61.2점이었다. 일자리를 제외한 4개 설문항목에서 하락해 2016년에 비해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래 최하위 수준이던 재정문제와 함께 사회관계, 가족 분문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는 10개국이 추가되었음에도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바로 위에 자리한 홍콩은 56.8점으로 5점이상 차이가 났다.

국가별로 보면 인도(70.4점),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65.1점)이 최상위에 자리 했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싱가폴, 홍콩, 대만 등 경제적으로 발전된 국가들이 하위권을 차지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불행한 3040세대

나이대별로 살펴보면 샌드위치세대인 35~49세의 지수가 50.3으로 가장 낮았다. 18~34세 54.0, 50세 이상 51.9이었다.이 연령층은 50세 이상이 최하위인 재정을 제외하고 전 부문에서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가족부문에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는데 응답자의 대부분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부모, 자녀, 배우자에 대한 케어와 재정적 뒷받침항목의 모든 항목에서 긍정적인 답을 한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를 보였다. 대다수의 30, 40대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부양과 양육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며 심리적,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30·40대는 재정을 제외한 신체건강, 사회관계, 일 부문에서 모두 다른 연령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35~49세 응답자들은 '나이 들어 나를 돌봐줄 사람은?'이라는 질문에 전 연령에서 단 7%만이 '자녀들'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0%가 '배우자'라고 답했으며 '아무도 없다'는 답변도 26%에 달했다. '자녀들'이 7%로 세번째이며 도우미(6%), 의료시설(4%), 친구(3%), 친척(2%), 손자(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재정 부문에서는 50대 이상의 웰빙 지수가 가장 낮았다. 한국인 전체 평균은 43.4였고, 세대별로 봤을 때 50대 이상이 42.5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50대 이상의 재정지수가 가장 낮은 데에는 은퇴 후 준비 부족, 사회복지제도 미비 등의 한국적 특수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후에 대한 준비도를 묻는 질문에도 50대 이상에서는 노후 준비가 20%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