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 주가.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부진은 사드(THAAD) 이슈 발생 이전부터 시작됐다. [출처:한국거래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롯데쇼핑의 부진한 실적이 자체 신용도는 물론 계열사의 신용등급과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롯데지주 출범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예상보다 더딘 그룹 지배구조개편은 물론 여타 계열사의 자체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그룹 전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구조조정·온라인 강화를 통해 계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국내 사업 수익성 하락, 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 불확실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온라인 사업 경쟁강도도 심화된 만큼 낙관하기 어렵다. 계열사의 신용등급 줄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9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롯데칠성음료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A0,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맥주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전반적인 이익창출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롯데지주가 연대보증하지 않은 회사채에만 적용됐다.

수입맥주의 시장 잠식과 함께 증설투자 영향으로 국내 맥주시장의 경쟁강도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사업 진출과 지분투자에 따른 자금소요, 2공장 증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순차입금은 지난 2013년말 4595억원에서 올해 1월말 1조175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부채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해외 음료 업체 지분 취득과 시설 합리화를 위한 투자가 예고돼 있어 부정적 현금흐름이 예상된다. 투자부문 분할에 따른 보유 계열사 지분이 롯데지주로 이관되면서 재무융통성이 저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했다. 이후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당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데 이어 올해 초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했다.

롯데지주의 주력 자회사인 롯데쇼핑의 신용도 전망이 조정되자 롯데지주가 연대보증한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의 등급전망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최근에는 롯데카드의 등급전망도 ‘부정적’을 부여 받았다. ‘롯데쇼핑→롯데지주→주요계열사’의 신용고리가 연결돼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롯데쇼핑, 실적 개선 제한적...온라인 경쟁강도 심화

롯데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지주는 사업부문이 없는 순수지주사로 주력 사업자회사의 자체 신용도를 가중 평균한 신용도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수익성·자산규모 기준 롯데지주 신용도의 절대적 비중(75%)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비효율적 사업 정리의 일환으로 중국 할인점 매각(4월 롯데마트 화북법인 2570억원, 5월 화동법인 2914억원)을 단행했다. 적자 사업부 정리와 재무구조개선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백화점과 할인점 등 핵심사업의 실적 저하가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익 창출을 통한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재무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평사 관계자는 “롯데지주 신용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롯데쇼핑의 사업·재무안전성이 중요하다”며 “롯데쇼핑의 중국 마트 매각 등으로 재무우려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신성장 동력인 온라인 채널 투자 후 실적 확인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인적분할 후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지만 같은 등급 회사채(AA+) 평균금리보다 높은 수준(3년물 +7bp, 5년물 +9bp, 10년물 +20bp)에서 발행됐다.

분할 전에도 롯데쇼핑의 시장금리는 등급금리보다 높은 편이었다. 중국 마트 매각으로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공모 흥행에 성공했지만 투자심리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신용등급이 강등되더라도 AA급을 유지한다는 점, 이익창출 능력은 낮아졌지만 비효율성 자산을 매각해 경영 개선 의지를 보인 점을 높게 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동빈 회장의 부재 등으로 지배구조개편이 더디게 진행되는 점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룹 내 물류, 유통 사업을 갖추고 있지만 시너지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온라인 등 향후 사업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롯데정보통신의 온라인 백오피스 통합 시스템을 101억원에 양수했다. 그룹 온라인몰 지원 부문을 통합해 비효율적인 비용을 축소시킨다는 목적이다. 지난 5월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기 결정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3조원 규모의 자금을 온라인 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2022년 그룹 온라인 매출 목표는 20조원이다.

롯데그룹이 온라인몰을 통합할 경우 유통업 전 업태에서 한 번에 쇼핑할 수 있게 되는 등 편리함이 극대화된다. 집객효과가 개선될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기존 주력사업에 대한 부정적 사업환경과 소비패턴 변화로 롯데쇼핑이 가진 이점(백화점 등)이 희석되고 있다. 할인점의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마케팅 등이 필요하지만 저조한 수익성을 감안하면 투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정적으로는 롯데쇼핑의 온라인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유통 업체뿐만 아니라 IT, 제조업체 등 이종 업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 강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전이 필요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롯데쇼핑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48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에 위치하고 있다. ‘저평가’라 할 수 있지만 신용등급전망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실적 기준 신평사들이 제시한 신용등급하향 트리거(trigger)의 일부를 충족한 상황이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이 유통공룡의 저력을 보여줄지,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추락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