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국내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 등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영역별 전문화나 실적배당형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와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쥐꼬리만한 이자를 주는 은행 정기예금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의 1분기 기준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수익률은 1.60%였다. 이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과 원리금비보장형을 합한 평균이다. 한화생명 1.57%, 교보생명 1.61%, 미래에셋생명 1.82%, IBK연금보험 1.89%, 동양생명 1.58% 등이었다.

확정기여형(DC)은 그보다 높은 2%대 수익률을 냈다. 삼성생명 2.60%, 한화생명 2.50%, 교보생명 2.57%, 신한생명 2.79% 미래에셋생명 2.92%, DB생명 2.3%, 메트라이프 3.44% 등이었다. 이 중에선 5년 수익률이 직전 1년 수익률 보다 낮은 경우도 있어 장기로 갈수록 수익률이 높다고만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손해보험사 중에선 DB형에서 삼성화재가 1.56%, 한화손보 1.91%, DB손해보험 1.82%, 현대해상 1.81%, 롯데손보가 1.92% 등이었다. DC형에선 삼성화재 2.22%, 현대해상 2.31%, KB손보가 2.51%, DB손보 2.29% 등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퇴직연금을 일찍 도입한 나라들에 비해 한국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다"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쳐 수익률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94% 단일 금융사 전담

현재 업계의 다양한 기관들이 개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퇴직연금서비스 체계 비중. 출처=보험연구원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도입기업의 94%가 단일 금융회사에게서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 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 구분 없이 단일 금융사가 운용관리·자산관리 업무 등 전 퇴직연금 업무를 일괄 전담하는 구조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 2013년 300개 퇴직연금 도입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4%의 기업이 운용관리기관과 자산관리기관이 동일하다고 응답한 자료를 기초로 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사 간 서비스 경쟁 부재로 동일한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추세"라며  "그러나 퇴직연금 규제 완화 등의 환경변화를 고려할 때,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될 수 있어 개별서비스 전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류 연구위원은 "해외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규제 완화 등에 따른 개별서비스 체계 전환에 대응하고자, 전문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의 전문화로 수익경쟁력을 높였다"며 "다수의 일반 사용자에게는 무상 서비스과 콘텐츠를 제공해 로열티를 높여 나가고 전문서비스 영역에 대해서는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전문 수익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운용과 자산관련 서비스 모두를 단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일괄서비스 체계에서 중견기업 중심으로 전문화된 금융기관에 서비스를 별도 위탁하는 개별서비스 체계로 전환했다.

퇴직연금 금융사 서비스 체계 비교. 출처=보험연구원

보험연구원은 중소기업, 대기업 등 기업규모별 근로자의 속성을 반영한 개별서비스 전문화가 이뤄져야 하며 특히 DB형 운용기업에 대해서는 연금재정 평가 서비스 영역 등에서, DC형 운용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문 및 교육서비스 영역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원리금비보장형 비중 늘려야

또한 국내 퇴직연금은 현재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89%로 압도적이다. 원리금비보장형(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한 자리수로 상당히 낮다. 미국이나 호주 등 퇴직연금을 먼저 시작한 나라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인프라에도 대체투자를 해 수익률을 보전한다. 실제 국내 보험사 퇴직연금 수익률도 원리금보장형보다 원리금비보장형의 수익률이 나은 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저금리 상황에서 1~2% 수익률로는 물가 상승률도 쫓아가기 힘들다"며 "원리금비보장형의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리금비보장형을 이용한 적이 없더라도 퇴직연금 사업자 컨설팅을 받아 자문을 구할 수 있으며, 퇴직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유리하다. 단, 원리금비보장형의 경우엔 수익률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