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씨였다. 서울 종로구 북촌은 휴일에 내리는 여름비 때문인지 한산했다. 고택(古宅) 담 너머 물기를 머금은 능소화가 수줍은 듯 기웃거려 괜스레 발길을 멈추게 했다. 포즈를 취한 김정환(金政煥)작가.

“오래 전부터 한 편의 시를 쓰고 싶었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감정에 기초한 그것. 한 인간의 사고와 감성을 함축해 표현하여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그림이나 시는 공통점을 갖는다. 나의 작업이 시작(詩作)이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묵음(黙吟), 즉 ‘소리 없이 시를 읊다’연작에 대한 작가의 일성이다. 옛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하늘에선 어떤 구분과 경계를 지을 수 없다. 이러한 소멸은 밤에도 나타난다. 어둠으로 인해 모든 게 같아 보일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현(玄) 의미가 확장된다.

“현에 주목한 것은 칠흑같이 어두운 것이 아닌 ‘그윽하면서도 깊고 고요한 것’의 뜻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침묵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색이라고 여긴다. ‘검다’는 말 이전의 의미들도 더불어 생각하면서 붓을 잡는다. 그림을 통해 비가시(非可視)적인 것의 가시화를 시현하고자 한다.”

김정환 작가(KIM JEONG HWAN,キムジョンファン 作家,金政煥)는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업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예를 시작했고 대학시절 전국대학미전 동상, 제1회 대한민국서예전람회에 특선했다. 대한민국서예대전초대작가, 한국서예협회원, 국제서예가협회원으로 아주대학교 출강과 서예평론을 하고 있다.

개인전 8회 가졌고 한일현대미술작가회원이다. 그는 지난 5월 일본고베 키타노자카 갤러리(Gallery 北野坂)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현지작가와 평론가들에게 호평 받았다.

특히 전(前) 이타미시립미술관장인 사카우에 요시타로(坂上義太郎) 평론가는 “김정환은 매재의 성질을 그대로 살려 마음의 깊이와 기품 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내적 필연성과 심적 균형의 갈등에서 창출된 그림은 직감과 실감의 교착(交錯)이 초래한 정신세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 작가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쌓아 온 지난날들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이제 더 힘을 내서 정진 해야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