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이 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라면은 오랜 시간동안 식사를 대신하는 대표 간편식이었다. 그러나 라면은 간편함은 갖췄지만 건강함과는 거리가 먼 인스턴트로 최근 간편함과 건강함을 모두 갖춘 가정간편식(HMR)에 밀려났다.

그러자 간편식의 왕좌를 다시 차지하기 위해 농심이 건면(튀기지 않고 바람으로 건조한 면)기술로 ‘면 간편식 시장’ 개척을 선언했다. 신제품 ‘스파게티 토마토’를 직접 맛보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스파게티와 견줄만큼 면의 품질이 제대로였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건더기 없이 면만 들어있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 또한 16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싼 가격으로 간편하게 스파게티를 먹기에는 괜찮은 품질이다.

▲ 농심이 9일 스파게티 토마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 농심이 9일 스파게티 토마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농심은 9일 서울시 종로구 청계한국빌딩에서 스파게티 토마토 신제품 출시와 함께 면 간편식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신제품은 이탈리아 저옹 스파게티의 맛을 그대로 담은 컵 스파게티 제품이다.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5 분이면 완성되는 간편한 식품이다.

김종준 상무는 “최근 가정간편식(HMR), 간편대응식(CMR) 등 각종 간편식품이 주목 받고 있다”면서 “농심만의 제면 기술력을 기반으로한 면 간편식 제품으로 정체된 라면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심의 건면사업 역량

농심의 이번 신제품을 ‘전세계 다양한 면 문화를 어떻게 식탁에 앉아서 간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을까’라는 출발점에서 콘셉트를 잡았다. 간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원메뉴와의 적합성과 간편성이다. 제품을 먹는데서 구매·운송·보관·사용 후 폐기까지 구매 경험 사이클 전반에서 편리성이 담보돼야 했다. 또 원메뉴의 적합성과 간편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건면에 주목하게 됐다.

▲ 국내 건면 시장 매출 추이.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심

국내 건면시장은 현재 큰 폭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5년 742억원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66억원까지 26.4% 성장했다. 이는 전체 라면시장의 5.5% 정도 수준이다. 면식 문화가 발달해 있는 일본시장은 전체 라면시장에서 건면시장이 18% 가량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우리나라 건면 시장도 계속해서 성장할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 한국 건면 시장 매출 비중. 출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 일본 건면 시장 매출 비중.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심은 건면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핵심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건면 독자적인 설비와 기술을 보유한 건면전용 부산 국가산업공단 ‘녹산 공장’을 2007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건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2008년 둥지냉면을 출시하면서 처음 개발한 ‘네스팅(Nesting) 공법’을 적용했다. 이는 뽑아져 나온 면을 뜨거운 바람이 새 둥지모양으로 돌려서 말리는 농심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이 밖에도 2010년 국내 최초로 면 가운데 얇은 구멍을 뚫은 중공면(中空麵)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익숙한 것의 재해석 ‘토마토 스파게티’

김 상무는 “간편식 파스타 사업을 구상하면서 몇 ‘샤오미’와 ‘리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로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독창성은 온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의 재해석에서도 올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샤오미는 시장 진입 후발자지만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가성비를 극대화해 고객 기대 수준에 부응하며 혁신을 일으켰다. 사각 화장지, 마리오네트 티백 등 리 디자인은 새롭고 기묘한 것만이 독창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렸다.

농심은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대성중이 높은 토마토 스파게티를 재해석하고 스파게티의 핵심인 면에 중점을 두고 컵라면 스펙에 스파게티의 핵심 요소를 구현한다는 방향을 잡았다.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의 핵심은 면이다. 일반 라면과 달리 실제 스파게티면을 그대로 담았다. 농심은 스파게티 맛이 특유의 꼬들꼬들한 면식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라면업계 최초로 정통 스파게티를 원료인 ‘듀럼밀’ 재료를 사용했다.

듀럼밀은 밀가루 중에 가장 단단하면서 입자가 굵은 종류다. 그렇기 때문에 면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간 라면업계가 듀럼밀로 스파게티를 만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면의 복원력과 대량생산 등의 문제도 있지만 정교한 제면기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다.

▲ 농심은 스파게티 토마토에 중공면 기술을 적용해 듀럼밀을 사용했음에도 5분 안에 면이 익고 면에 소스가 배이도록 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직접 맛 본 토마토 스파게티의 면은 고급 레스토랑의 면과 견주어도 될 만큼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씹으면 서걱하고 잘리는 스파게티면 보다 더 쫄깃한 식감으로 씹는 맛까지 더했다. 면을 살펴보니 마치 빨대 모양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었다. 농심은 중공면 제조 기술을 적용해 구멍 사이로 뜨거운 물과 소스가 스며들어 면이 빨리 익도록 했다. 더불어 면에도 소스가 배어 풍미도 한층 더했다.

컵라면 안에는 토마토소스분말과 올리브풍미유가 들어있다. 소스 외 건더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mm가 채 되지 않는 몇몇 건더기가 보이지만 씹는 느낌인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건더기는 없으나 스파게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면의 식감을 생각하면 1600원이라는 가격으로 먹기에는 괜찮았다. 낮은 가격과 조리 편의성은 다른 간편식 제품과 비교했을 때 꽤나 경쟁력이 있다.

▲ 농심의 스파게티 토마토는 높은 품질의 면과는 달리 건더기가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나 16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간편하고 부담없이 즐기기에는 적당하는 평가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농심의 목표는 새로운 스파게티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다. 김 상무는 “과거 짜장면은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40대 이상 되신 분들은 짜장면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라면서 “농심이 짜장면에 착안에 짜파게티라는 문화를 만들었듯이 스파게티도 특별한 날에 먹는 미식 파스타에서 간편하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간편식 파스타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는 “이전의 간편식은 1인 가구나 주부 등이 대상이었지만,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는 1020세대 소비자까지 품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서 “대박 히트 제품이 되길 바라지만 현재 단기 목표는 200억원으로 스파게티 맛을 다양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면 간편식 사업을 육성해 다른 형태의 메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