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중국 제지앙(浙江, Zhejiang) 화하이(华海药业,  Huahai)사가 제조한 ‘발사르탄’ 함유 우려 제품의 현장조사를 벌이고 잠정 판매‧제조 중지 조치를 한 제품 중 이를 포함하지 않은 제품 91개에 대해 판매‧제조 중지 조치를 해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가 제조한 원료의약품인 발사르탄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 치료제 219개 품목 중 187개 품목을 7일부터 이날까지 조사해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업체 40곳의 91개 품목은  판매중지와 제조중지 조치를 해제하고, 나머지 128개 제품은 조사가 완료될때까지 잠정 판매‧제조 중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해당 원료를 수거해 실제로 문제가 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검사했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불순물(NDMA)의 발생 원인과 함유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국내‧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중이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A등급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발사르탄이 들어간 모든 고혈압 치료제가 불순물 함유가 의심되는 원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발사르탄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성분으로 '디오반'이라는 제품의 원료다.

이는 2012년 이후 특허가 만료돼 수백 개의 복제약(제네릭의약품)이 만들어졌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트스는 지난해 지난해 디오반의 매출은 265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고혈압 치료제 매출액 중 3위로, 디오반을 비롯해 중국산 원료를 쓰지 않은 대다수 발사르탄 원료 약은 발암물질과 무관하다.

식약처가 현재까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  화하이사가 제조공정의 일부를 변경하면서 불순물로 NDMA가 원료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허가된 고혈압 치료제는 성분별로 발사르탄, 로잘탄, 에프로사탄, 텔미살탄, 이베살탄, 올메살탄, 칸데살탄 등을 사용한 제품은 총 2690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제지앙 화아이사의 발사르탄 성분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219개로 실제 의약품에 사용한 여부는 식약처가 확인 조사 중이다.

잠정 판매‧중지 대상 품목은 식약처에 해당 원료를 사용한다고 신고한 제약사의 약품 정보를 토대로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우리회사의 제품 발디핀정은 한국콜마의 위탁 제품으로 문제가 된 중국 원료가 아닌 인도(Jubilant Generics Limited) 원료로 생산한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인도 원료만 사용해서 약을 만들다가 중국 원료도 이용해보고자 식약처에 신고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조사 중인 32개 품목은 확인되는 즉시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산 발사르탄과 관련한 조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NDMA의 검출량, 복용한 환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면서 예방조치로 5일 해당 원료가 함유된 제제를 회수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졌다.

▲ 국내 고혈압 환자 수 추이.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불순물 함유 의심 고혈압 치료제 사태로 지난해 기준 약 602만명인 고혈압 관련 질환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고혈압 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의 부인 A씨는 "하필 복용중이던 약이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약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되었다"면서 "고혈압을 잡기위해 먹은 약이 오히려 암까지 키우는 무서운 약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 얼마나 화가나고 어이가 없는지, 식약처 홈페이지는 마비 상태라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혈압 약을 직접 먹고 있는 B씨는 "고혈압약을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식약처는 전화도 안 받고, 홈페이지 폭주로 접속도 어렵다"면서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잠정 판매‧제조 중지 조치는 예방조치로, 고혈압 환자는 임의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