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에 바레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산사 일곱 곳을 새로운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그 일곱 곳은 통도사(양산),부석사(영주),봉정사(안동),법주사(보은), 마곡사(공주),선암사(순천),대흥사(해남)등 입니다.

‘절 규모라면 수덕사나 화엄사 등도 큰데 왜 빠졌지?’

또 ‘산사라는 이름이라면 개심사나 미황사 등이 더 어울리지 않나?‘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문적인 의견과 판단이 있었겠지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곱 사찰들이 "서기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지속성,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에 해당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나는 일곱 산사 중에 봉정사를 빼고는 두 번 이상씩 다녀온 것 같습니다.

지방으로 출장을 갔을 때, 자투리 시간을 내어

주변 사찰이나 유적지를 찾아 조용히 산책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긴 겨울의 뒤끝, 봄맞이를 갔다가 홍매를 찾아 선암사를 가거나,

무성한 여름 마곡사 들어가는 길을 걸으며, 비를 맞았습니다.

가을 단풍 속에 혹은 눈이 차분하게 쌓인

대흥사나 법주사,통도사 경내를 걸었던 기억도 납니다.

겨울 초입에 부석사를 찾아 쇠락이라는 말을 생각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이번 산사 선정 배경을 들으니

단편적인 추억이나 사연이 깃든 나의 산사 방문이나 산책 방식을

조금은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시간을 더 들여 깊이 느껴보는 방식으로..

산사는 동아시아 불교의 핵심 특징인데,

전통적으로 신앙과 생활과 수행이 한곳에서 이루어져 왔다지요.

그러나 이제 이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 뿐인데,

유네스코가 바로 이점을 인정했답니다.

남방 불교는 탁발하기 좋은 도시 근처에 절이 있고,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산사의 전통이 끊겼으며,

일본은 많은 승려가 집에서 출퇴근합니다.

 

여름이나 겨울 동안,조그만 방에서 홀로 면벽 수행하는 스님,

눈 내리던 날 마당을 쓸던 스님,

모두들 산을 내려간 늦여름의 어스름 시간에 환하게 불 밝히고 공부하던 스님.

앞으로 산사를 가면 좀 더 차분히 둘러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