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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삐에로 쇼핑에서 플랫폼 전략을 배우다오프라인에서 배우는 사용자 경험 전략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7.07  22:20:06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신세계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삐에로 쇼핑을 열었습니다.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으며 B급 감성을 내세웠다고 하더군요. 'FUN&CRAZY’를 콘셉트로 ‘재밌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표방하는 만물상 개념의 할인점포며 규모는 지하1층(893㎡), 지하2층(1620㎡)를 합해 총 2513㎡입니다.

유통의 영역이라지만 호기심이 치솟습니다. 어느 화창한 오후, 삐에로 쇼핑을 찾아가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몇 가지 재미있는 시사점을 발견했습니다. 소소하지만 ICT 플랫폼 사용자 경험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5개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자랑하게 만들라"
삐에로 쇼핑은 빈틈없이 상품으로 가득찬 매장, 미로를 연상하게 만드는 복잡한 구조로 일반적인 대기업의 유통매장과는 콘셉부터 다릅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많은 사람들은 일부러 삐에로 쇼핑을 찾아갑니다.

던전을 연상하게 만드는 코엑스 스타필드점의 미로를 탐험해 역시 던전을 닮은 삐에로 쇼핑을 돌아다니다니.

의도했으면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삐에로 쇼핑 입구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10명에 3, 4명은 매장 앞의 삐에로 인형이나 로고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더군요. 주로 연인이나 가족들이 많이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간혹 4050 세대도 '어험'하는 헛기침과 사진을 찍는 것을 봤습니다. 등장 자체로 화제가 되는 삐에로 쇼핑 방문 기념을 남기는 것. "자랑하게 만들라"

   
▲ 삐에로 쇼핑 입구.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원래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확장으로 이해되지만, 더 정확하게는 '경험 그 이상'을 추구합니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배달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의민족이 추구하는 발랄한 사용자 경험에 스스로를 동참시키는 구조에요.

삐에로 쇼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들이 매장, 즉 플랫폼 참여 그 자체를 자랑하게 만들라. 초반 분위기는 대성공입니다. 이건 쉬워 보이면서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삐에로의 공이 지대합니다. 유통매장과 삐에로라니. 가는 것 만으로 뭔가 기념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 재미있는 문구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재미는 기본이다
매장으로 들어가면 정신없이 흩어진 상품 사이로 재기발랄한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명품 코너에는 "싸게 산다고 우리 사랑이 싼 건 아냐"라는 문구가 있고, 해학적인 음악과 간간히 엽기 콘텐츠에서나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콘텐츠가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스컬레이터가 재미있습니다. "올라갑니다. 올라갑니다. 고객의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 내려갑니다. 가격이 내려갑니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라도 유인효과가 없으면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생활밀착형 O2O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할 지점입니다. 심지어 서비스가 약간 허술해도, 재미가 있으면 "센스는 있네"에서 "한 방 있는 것 아닐까?"라는 기대를 알아서 끌어낼 수 있습니다.

   
▲ 재미있는 영상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재미의 연장선입니다만, 미로처럼 얽힌 매장의 사이사이를 돌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생각하지 못한 상품과 공간이 인상적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흡연실입니다. 대형마트에는 일반적으로 흡연실을 키우지 않는데, 삐에로 쇼핑에는 흡연실이 있습니다. 갑자기 나오는 이유가 궁금해질 정도로 충격입니다. 심지어 삐에로 쇼핑은 그 충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흡연실을 지하철 콘셉으로 만들었습니다. 지하철에서 흡연을 하다니. 사이버 펑크의 시대입니다.

   
▲ 지하철로 꾸민 흡연실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19금 성인용품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취재를 위해 조심스럽게 내부로 들어가니 난생 처음보는 요상한 장비(?)들이 부끄러운듯 몸을 떨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얼굴로 들어왔다가 반은 웃으며 나가고, 반은 진지하게 장비들을 구경하더군요. 저는 이 장비들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후다닥 30분만에 빠져나왔습니다. 아니 40분. 밖으로 나오니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는 티셔츠를 입은 직원이 지나갑니다.

   
▲ 19금 제품을 파는 곳.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코스튬 의복도 판매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직원의 티셔츠 문구.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상상하지 못한 파격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철저한 계획을 통해서만 성공합니다. 플랫폼의 볼륨을 키우고 콘텐츠를 배가시키는 훌륭한 전략입니다.

   
▲ 물놀이 상품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치밀한 내러티브?
삐에로 쇼핑은 미로구조입니다. 한 코너에서 구경을 하다보면 지나가려던 사람은 양해를 구해야만 나갈 수 있습니다. 망 중립성이 떠오르지만, 더 재미있는 구조는 미로에서 시작된 플랫폼 내러티브입니다.

내부는 미로지만 상품 배치는 나름의 유통전시방식을 따라갑니다. 당연히 시계는 없고, 신나는 노래에 현혹되며, 코너가 끝나는 곳곳에는 새로운 상품의 단서를 배치해 시각의 이동까지 배려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처음 만나는 것이 신나는 여름놀이 상품이고, 이를 따라 쭉 가면 스포츠 용품, 아이들 장난감 등으로 이어집니다. 시각을 돌리면 전혀 새로운 가전제품이 나오고, 끝을 따라가 식상할즈음 갑자기 주류코너가 나타납니다.

플랫폼에 배치되는 콘텐츠를 사용자의 편의에만 맞추면 말 그대로 편리하기는 합니다. 사용자는 '편하네'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둘러보고 '편하게' 나갑니다. 삐에로 쇼핑의 무작위한 설정과 의외의 반전은 치밀한 내러티브 전략과 닮았습니다.

의미심장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식품코너인데요. 많은 유통매장이 식품코너가 대규모인 반면 삐에로 쇼핑은 소규모입니다. 그것도 1인 가정을 겨냥한 상품들이 대부분입니다. 탁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삐에로 쇼핑이 위치한 곳은 코엑스며, 이곳은 주거지가 아닙니다. 주거지에 필요한, 즉 가정주부에 필요한 상품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대신 다양한 2030 취향저격 상품을 배치하는 센스가 좋습니다.

   
▲ 식료품 매장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삐에로 쇼핑의 내부는 던전 그 자체입니다. 통로는 좁고, 사람들은 천천히 이동해요. 그 사이를 중독성 있는 개그성 충만한 노래가 파고들고 군중심리가 발동합니다. 사실 모든 플랫폼의 목표가 여기에서 달성됩니다. 현혹당하라. 쾌적함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아쉬운 점은 있다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먼저 바구니가 너무 커요. 통로는 좁은데 바구니가 크니 크고 작은 추돌사고가 벌어집니다. 많이 팔고 싶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상품이 워낙 많다보니 상품을 들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른 코너로 가 무단으로 상품을 놓고가는 일도 벌어집니다. 이건 '무정리 콘셉'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아쉽습니다. 초기 오픈이라 인기가 많아서 그렇기 때문이지만, 계산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곳곳에 계산대가 있지만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삐에로 쇼핑은 플랫폼으로 어떤 매력적인 사용자 경험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ICT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재미있는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추후 다른 지역에도 매장이 들어선다는데, 지역 특화 매장의 가능성도 기대해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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