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다이렉TV 나우(DirecTV Now) 광고에서 한 불행한 남자가 보도에 서서, 전 여자 친구가 2층 창 밖으로 그의 물건을 내던지는 것을 보며 움찔하고 있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한 쌍의 부부가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Fidelity Investments)의 상담가에게 은퇴를 위한 충분한 자금이 모아져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아주 젊은 부부가 클리어블루(Clearblue) 배란 테스트 시스템의 테스트 결과 임신이 가능한 걸로 나오자 크게 기뻐하고 있다.

이런 광고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는 연령, 환경 및 행복 수준은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 모두 인종 간 커플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대학교 루빈 경영대학원(Pace University Lubin School of Business)의 래리 시아구리스 마케팅 교수는 “이런 (다인종 가정이 등장하는) 광고가 5년 전에 비해 적어도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의 광고는 백인 부부, (동성애자가 아닌) 이성애자, 두 자녀에 2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가정을 전형적인 미국 가정으로 묘사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이런 이미지가 어느 정도는 남아 있지만 이제 <아버지는 항상 옳아>(Father Knows Best, 아버지가 가정의 기둥이라는 전형적 1950년대 미국 TV 드라마) 이미지와는 크게 변했지요. 그런 흐름이 광고업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사실 광고주들이 그런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렸습니다. 그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시아구리스 교수는 그와 같은 비교적 새로운 인식으로 인해 인종 간 부부가 출현하는 광고뿐 아니라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하는 광고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다인종 가족을 묘사하는 광고를 몇 편이나 제작한 적이 있는 글로벌 광고 제작사 레오 버넷 유에스에이(Leo Burnett USA)의 수석 부사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블록은 “이런 광고가 유행하는 것 자체가 현대 사회의 징후”라며 “그런 광고가 세계의 상황을 실제로 그대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고는 회사가 개방적이고 발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다. 다이렉TV를 소유하고 있는 AT&T의 수석 브랜드 관리 책임자 피오나 카터는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회사가 누구인지,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고객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소비하는 미디어가 그들의 삶을 제대로 잘 표현해 주기를 원하지요. 광고에는 우리 회사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올바르게 행동하는지, 다양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그럼으로써 고객들이 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삶을 보게 하려는 우리의 의도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시청자가 광고에 열광적이거나 광고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시리얼회사인 치리오스(Cheerios)가 2013년에 인종 간 가족이 나오는 광고를 내보내자 회사는 인종차별주의자의 온라인 공격을 수없이 받아 광고가 게재된 유튜브 채널을 닫을 정도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지지도 쏟아졌다. 치리오스는 2014년 슈퍼볼 광고에 이 광고의 속편을 내보냈다.

이 광고를 제작한 강고 회사 삿치앤삿치 뉴욕(Saatchi & Saatchi New York)의 안드레아 디퀘즈 최고 경영자(CE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치리오스 광고는 미국 가족에 관한 것이었지요. 실제로 우리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광고가 전혀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의류 회사인 올드 네이비(Old Navy)와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State Farm)도 인종 간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광고를 트위터에 게재한 후 엄청난 인종차별자들의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 의류 회사인 올드 네이비(Old Navy)은 인종 간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광고를 트위터에 게재한 후 엄청난 인종 차별자들의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출처= Old Navy

마케팅 전략 회사 메타포스(Metaforce)의 공동 설립자인 알렌 아담슨은 “요즘에는 그런 광고가 그다지 획기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도 않지만, 양극화된 나라에서 살다 보니 불편해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은 비용 효과적인 문제입니다. 마케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광고를 만들어도 불편해하는 층은 항상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을 포용하는 긍정적인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메딜 언론대학원(Medill School of Journalism)의 설득력 있는 메시지 전달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마티 코허 교수는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데이터를 인용해 기업들이 광고에서 다인종 커플과 가족을 묘사하는 데 관심이 크다고 설명한다. 2017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39%가 인종 간 결혼이 사회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2010년 조사의 24%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인종 간 결혼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인종 간 가족이 나오는 광고는 그 기업을 미래 지향적이고 포용적인 회사라고 생각하게 만들지요.”

JP모간 체이스의 브랜드 관리책임자인 수잔 카나바리는 백인 소년과 흑인 소녀의 풋사랑이 발전해 결혼으로 이어지는 내용의 2016년 광고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커뮤니케이션(광고)에 고객을 반영하려고 할 뿐입니다. 우리는 다른 광고처럼 그런 광고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고객들은 그렇게 열광하지 않습니다. 우린 은행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