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과징금 부과 시정명령에 불복하며 최근 행정소송을 낸 가운데, 통신3사와 망 사용료 협상까지 중단했다는 소식이 6일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대면 미팅 등을 포함해,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의 통신사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통신사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진행할 것이며, 상호호혜적인 협의안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는 반응이다.

논란의 발단은 2016년 상호접속고시에서 시작됐다. 2016년 전까지 페이스북은 KT를 통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데이터를 제공하며 국내 서비스를 했다. 그러나 상호접속고시가 발효되며 데이터를 보내는 쪽의 금전적 비용이 커졌고, 결국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KT처럼 홍콩의 데이터 센터에서 바로 데이터를 받도록 접속경로를 변경했다.

▲ 페이스북의 망 사용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이 KT로 데이터를 보내 국내에서 원만한 서비스를 했으나, 이제는 외국인 홍콩에서 데이터를 받아보는 바람에 페이스북 레이턴시(지연)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캐시서버 구축이 화두로 부상했고, 캐시서버 비용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페이스북과 통신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첨예하게 맞섰다. 유튜브의 사례까지 거론되는 한편 망 중립성 이슈까지 아우르는 넓은 전선에서 이른바 ‘전격전’이 벌어졌다.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회접속 논란과 캐시서버 설치비용을 두고 이견이 상당한 가운데 방통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페이스북 본사 케빈 마틴 부사장이 올해 1월 전격 방한했다. 그는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페이스북 통신 정책을 총괄한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고위 인사가 직접 한국을 찾은 만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페이스북과 통신사의 갈등은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역차별 문제와 맞물리며 큰 논란을 빚었다. 특히 현행법으로 해외기업의 국내영업을 확실하게 제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 고위 인사가 방한한 것을 고려한 방통위가 예상보다 약한 수위인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사태는 소강상태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내는 등 반발하며 일이 커졌다. 그 결과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협상도 중단된 셈이다.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이 행정소송을 낸 장면과 비슷하다.

다양한 시사점이 있다는 평가다. 구글 유튜브의 경우 통신사가 캐시서버 비용을 부담한 사례라는 점을 들어 플랫폼 사업자가 원한다면 콘텐츠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일한 논리로 페이스북 캐시서버 설치와 운영비용, 즉 망 사용료 비용도 통신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도 성립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기본적인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더 이상 예외상황이 나오면 곤란하다는 비판도 만만치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