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중 힙합경연대회에 참여한 주인공 학수.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변산>은 이준익 감독이 왜 우리나라 최고의 ‘이야기꾼’ 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변산>은 영화의 기승전결에서 관객들을 애써 설득시키려는 감정의 흐름이 없어도 충분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다. 

영화 <변산>은 어린 시절 복잡한 가정사로 인한 상처를 트라우마로 안고 사는 3류 랩퍼 학수(박정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훌륭한 랩 실력으로 6년 동안 힙합 경연대회에 출전해 늘 예선을 통과했지만 상위 대회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경연에서 어린 시절의 아픔은 늘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어느 날 학수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고향인 변산으로 내려간다. 학수에게는 아픈 기억만 남아있는 고향은 아니나 다를까 학수의 인생에 또 ‘태클’을 건다.     

<변산>의 배경은 변산이다. 말장난이 아니다. 영화는 실제로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일대에서 촬영했다. 극중의 배경도 변산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역’과 ‘고향’에 대해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의 내용을 고려할 때 이준익 감독은 아마 영화의 제목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인 배우 김고은과 박정민의 연기호흡은 훌륭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변산>의 또 다른 특징은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자연스럽게 영화 스토리 전개의 한 부분으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는 흡사 미국의 유명 에미넴(EMINEM)이 자기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8마일>에 흑인 힙합과 랩을 적절하게 접목시킨 것처럼. 힙합이나 랩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기대하는 정서와 그렇게 잘 맞아떨어질 것 같지 않을 것 같지만 이준익 감독은 이를 아주 절묘하게 영화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 <변산>은 따뜻함이 있는 영화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면 마치 힙합 가수의 공연 한 편을 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인데 이러한 느낌을 이끄는 것은 바로 배우 박정민의 ‘미친’ 연기력이다. 함께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고은은 “ 촬영현장에서 박정민은 영화 초반과 후반에 랩을 딱 두 번 했는데 처음과 나중의 실력차이가 확연하게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변화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고은에 따르면 박정민은 소위 연기에 자기를 ‘갈아넣는 스타일’이라고 하니 그 노력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상대역인 김고은도 여주인공 시골 아가씨 ‘선미’의 푸근한 느낌을 위해 몸무게를 8kg이라 늘렸을 만큼 많은 땀을 흘렸다. 

영화 <변산>은 이준익 감독 특유의 몰입감있는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열연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연인들과, 친구들과 그리고 가족단위 관객들이 함께 보기에 좋은 따뜻한 느낌이 있어서 더 매력적인 그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