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제 무역 규칙을 무시하는 행위가, 중국에게 애당초부터 주어서는 안되었을, 세계자유무역수호자로 자처할 기회를 주게 된 것은 명백하다.   출처=SCMP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는 옳다. 중국은 실제로 미국의 가장 가치 있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훔쳐 왔다는 사실이다.

수년 동안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고급 상품 위조, 해적판 할리우드 영화, 가짜 애플 스토어, 최첨단 기술 회사에서 훔친 영업 비밀 등에 못 본체 해 왔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하기를 원할 경우, 그들의 기술을 양도하지 않으면 안됐다.

거기서 모자라 이제 중국 정부는 가장 멋진 외교 정책 아이디어 하나를 갖다 쓰기로 작정했다. 협박을 일삼고 무역을 방해하는 불한당을 처벌하기 위해 동맹국들이 함께 뭉치자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 천억 달러의 추가 관세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아아,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6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이 관세는 중국보다는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에게 더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무역 관료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이 관세 조치가 중국 기업은 놓치고 대신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과 기타 다국적 기업만 표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이번 관세와 그 외 트럼프 대통령의 ‘나쁜’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해야 한다며, 두 가지 큰 일을 벌이고 있다.

첫째, 대두, 자동차, 돼지고기, 유제품 및 미국에서 불평등하게 생산된 제품 등에 대해 맞불 관세로 보복을 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 관세는 트럼프 관세가 발효된 직후 역시 6일부터 발효된다. 물론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이 분쟁에서 공격자가 아니라 공격에 대응하는 자로 보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 각료는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절대 먼저 발포하지 않을 겁니다.”

둘째, 중국은 트럼프의 조치로 중국이 희생 제물인 것처럼 보이게 해 미국을 고립시키고, 다른 무역 전쟁 피해자들을 모아 새로운 반미 동맹을 구축하려고 한다.

중국은 이번 주 가졌던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에게 트럼프 무역 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공동 성명을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상무부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무역 전쟁을 비난하고 "모든 국가가 공동 행동을 취해야 하며 이런 낡고 퇴행적인 행동을 단호하게 중단하고, 인류의 공동 이익을 굳건히 지키자”고 촉구했다.

지난 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경제포럼(Global Economic Forum)에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은 세계화를 적극 지지하며, 이제 미국이 아닌 중국이 자유 무역의 새로운 주도자가 되겠다는 (다소 주제 넘은) 주장을 했다.

"우리는 개방을 통해 무역과 투자, 자유로운 교역을 촉진해야 합니다. 보호주의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어딘지 익숙한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바로 미국이 중국을 세계 무역의 규칙 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사용했던 말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리 오래 된 일도 아니니까.

그렇다. 지금처럼 엉뚱하게 관세와 보복 관세를 남발하기 전에, 미국은 중국의 잘못된 행동을 다루기 위한 실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계획에는 중국의 무역 장벽과 지적 재산 도용으로 피해를 입은 많은 다른 국가들을 결집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중국의 무자비한 무역 관행의 피해자는 미국 기업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럽,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 모든 지역의 기업과 근로자들도 오랫동안 중국의 부당 행위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

그래서 그들이 만든 것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이었다. 2016년에 서명된 이 12개국 무역 협정은 서명 국가 간 무역을 자유화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부당한 영향력과, 중국이 지적 재산권,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트럼프의 경제 자문관 래리 커들로가 언급한 ‘대(對)중국 무역 연합’(trade coalition of the willing against China)을 결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이 협정에서 탈퇴하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상대를 모욕하는 결정과 방향을 잘못 잡은 관세 위협, 심지어 추가 관세위협 같은 조치로 거의 모든 나라들을 소외시키며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유럽은 아직까지는 중국 반미 동맹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제 무역 규칙을 무시하는 행위가, 중국에게 애당초부터 주어서는 안되었을 기회를 주게 된 것은 명백하다. 유럽도 중국의 부당 거래 행위에 대해 미국과 같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발작은 중국이 그동안 긴장 관계에 있었던 인도나 일본 같은 나라와 가까워지는 계기를 제공했다.

트럼프는 또 무의식적으로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무역 협정에도 분노의 아드레날린 주사를 쏴 버렸다. TPP와는 달리, 미국은 이 협정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중국은 이 협정 안에 들어가 이들 국가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중국은 무엇이 좋은 생각인지를 안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

(본 기사는 워싱턴포스트의 컬럼니스트 캐더린 램펠의 5일자 사설을 전문 게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