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국민연금공단의 내부감사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2015년 합병 당시 채준규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장이 SBL의 가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한 증권선물위원회 4차 회의를 열고 금감원이 새로 마련한 감리조치 수정안에 대해 보고를 듣고 심의를 병행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에 따르면, 금융위가 밝힌 것과 달리 금융감독원은  증권선물거래위원회가 요청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시기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처리에 대한 수정조치안을 이번 4차회의에서 증선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증선위의 4차 회의 내용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은 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해 특정감사 결과를 공시했다.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채준규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장은 15년 7월 2일 오전 실무자 B에게 SBL의 1차 지분가치인 4조8000억원에 대해 “지분가치를 확 키워보라”면서 지시를 내렸다. 

당시 제일모직은 비상장기업인 SBL의 최대주주로, SBL의 가치가 높아지면 제일모직의 지분가치는 확대되고, 합병비율은 하락한다.

지시 이후 4조8000억원이었던 SBL의 가치는 2일 단 하루만에 11조6000억원으로 크게 왜곡되고,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적정합병비율도 1:0.64에서 1:0.39로 변동됐다. 이는 삼성물산의 1주가 제일모직의 0.39주라는 뜻이다. 이후 합병은 1:0.3500995의 비율로 이뤄졌다.

SBL의 자회사 SBE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국민연금공단의 SBL 기업가치 조작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조작이 이뤄진 시기와 SBL의 회계기준 위반 의혹 시기가 2015년으로 같아 일부에서는 두 사안과 관련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SBL를 둘러싼 의혹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당시 SLB의 기업가치를 산정한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의 자료를 공개하라고 삼성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삼성물산 외에 제3자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공개되지 않고 있다.

SBL는 2012년 미국의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SBE를 설립했고, 바이오젠은 SBE의 지분을 50%마이너스(-)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SBL은 2015년 당시 SBE의 바이오시밀러 성장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바이오젠이 콜옵션 권리행사를 통해 SBE의 지분을 확보하면 이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SBL은 회계기준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인 K-IFRS로 변경해 SBE를 종속회사(연결회계)에서 관계회사(지분법회계)로 변경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3000억원이었던 SBE의 기업가치는 시장가치인 4조8000억원으로 올랐고, 이는 SBL의 당기순이익에 반영됐다.

SBL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동안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하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돌연 1조9000억 흑자로 전환했다. SBE 지분의 시장가격(공정가치)을 SBL가 회계처리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SBL는 지난 달 29일 공시를 통해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바이오젠의 콜업션 행사는 원칙상 SBL 심의와 별개의 사안이지만 심의에서 SBL 측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대해 한 회계사는 “국민연금공단의 내부감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논란, 바이오젠이 올해 행사한 콜옵션은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세세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각 사안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을 심의하고 있는 증권선물위원회에 영향을 줄 것인지, 아닐 것인지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계사는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인 SBL 회계기준 위반 논란과 관련해 주식시장에서 다른 바이오주에 영향이 있을 수 있냐는 물음에 “SBL과 다른 바이오기업들은 별개의 기업이라 증선위의 심의와 연관이 없지만, 아무래도 투자자들의 심리에는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전에 이달 중순까지 증선위 의결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SBL의 회계기준위반과 관련한 내용은 이달 18일 증선위 5차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