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애플과 더불어 꿈의 시가총액 1조달러에 도전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아마존은 어떻게 성공신화를 쓰게 됐을까? 다양한 이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 약품 배송 서비스 회사인 필팩을 인수하는 장면과 1인 택배회사 지원사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 특유의 플랫폼 전략이 돋보인다.

▲ 아마존은 경쟁자를 지우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한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필팩 인수...경쟁자 지워버릴까

아마존이 온라인 약품 배송 회사인 필팩을 인수한다. 사실상 제약유통 시장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최근 헬스케어 시장에 이어 제약시장에 진출하려던 아마존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말이 나왔지만, 아마존은 포기하지 않았다. 필팩은 하루에 다양한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타깃으로 삼으며 서비스 이용료로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존의 필팩 인수 사실이 알려지자 월그린과 BPM 등 주요 약품 유통업체의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아마존 필팩 인수는 1년 전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와 일맥상통한다.

아마존은 신선식품회사인 홀푸드를 인수하며 자기들의 플랫폼 볼륨을 몇 단계 이상 끌어올렸다. 아마존 프라인 회원들을 겨냥한 서비스 다각화가 시도되는 한편 미 전역을 무대로 하는 거대 생태계 전략이 진행되는 중이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지난 1년간 눈길을 끌만한 이벤트는 보이지 않지만, 아마존 제국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체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먼저 데이터다.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를 통해 생활밀착 서비스의 핵심을 파고들어 고객들의 상세한 취향과 관련된 데이터를 확보했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온라인 배송은 크게 각광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거점의 확보를 넘어 '온라인=신선식품'의 가능성을 끌어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 아마존고는 최근 2호점 출점을 예고했다. 출처=디지에코

무인매장 아마존고와 홀푸드의 시너지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현재 아마존은 아마존고 매장 숫자를 늘리는 한편, 져스트 워크 아웃과 같은 ICT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한편 홀푸드와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고 있다.

홀푸드 오프라인 매장이 아마존의 ICT 기술을 적극 체화하는 한편 아마존고의 경쟁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PB상품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의 행보는 더욱 거침없을 전망이다. 쉽게 말해 단순한 신선식품시장 진출이 아니라, 아마존이 추구하는 거대한 플랫폼 전략에서 홀푸드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식료품 업계의 지각변동은 이제 부차적인 현상이다.

필팩 인수에도 비슷한 전략이 보인다. 아마존은 필팩을 통해 제약업계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지금까지 전통사업에 매몰됐던 업체들을 정조준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아마존의 ICT 플랫폼 전략이 덧대어진다.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마존 에코 파생 플랫폼과의 결합이다.

아마존은 에코 플러스, 에코쇼, 에코룩, 에코닷 등 다양한 파생 플랫폼을 출시하며 7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진 에코쇼를 지난해 6월 출시했다. 2.5인치 원형 디스플레이를 가진 에코스팟도 있다. 음성과 비전 인터페이스를 모두 품어가는 중이며, 아마존이 추구하는 헬스케어 경쟁력이 복용방법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 스마트 스피커와 결합하는 순간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인공지능과 시각적 효과, 업의 본질에 충실한 제약 플랫폼의 결합이다. 사용자 경험으로만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업그레이드다.

아마존 헬스케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사내 비밀조직인 1492팀을 가동해 EMR 플랫폼과 온라인 진료 서비스가 가능한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역시 연계 플레이가 유력하다. KT 경제경영연구소의 디지에코는 '아마존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설의 의미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에코 쇼의 존재에 집중했다. 헬스케어 솔루션을 에코 쇼라는 매개체를 활용, 단숨에 스마트홈 서비스의 일부로 격상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온라인 진료 서비스의 경우 주로 가정에서 이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상통화가 가능한 에코 쇼가 온라인 진료 서비스용 단말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필팩의 방식과 유사하다.

▲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한다. 출처=필팩

1인 택배회사...시장 교란의 정석?

아마존은 최근 개인사업자가 1만달러를 투자할 경우 1인 택배회사 창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페덱스를 비롯한 택배업체들에게는 악몽에 가깝다. 1인 택배업자들은 아마존 소속이 아니지만 회사의 유니폼을 지원받고 아마존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전략적 포석이 깔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마존 배송 시스템을 두고 날을 세웠다는 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대안을 찾아야 하며, 그 결과 크라우드 소싱에 가까운 배송 전략을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역에 100개가 넘는 물류 센터를 구비하고 드론과 항공기까지 구비한 배송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으나, 세부 배송물량을 촘촘히 채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연히 1인 택배업자들이 창출하는 데이터도 확보한다.

아마존의 1인 택배회사 창업 지원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버이츠 서비스를 연상하게 만든다. 우버는 국내 온디맨드 차량공유 플랫폼 시장 진출이 막히자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던 중 음식배달에 크라우드 소싱 전략을 도입한 우버이츠를 출시했다.

우버는 글로벌 시장에도 우버이츠를 크라우드 소싱 전략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국내 우버이츠가 특별한 지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을 느슨한 계약의 형태로 묶어 생태계에 편입시키는 전략은 플랫폼 볼륨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데이터는 자동으로 모이면서 경영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새로운 시장 개척에 용이하며 무엇보다 시장 장악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개방성도 의미가 있다. 우버이츠도 마찬가지지만, 아마존의 1인 택배회사 창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자연스럽게 풀뿌리 배송전력을 키울 수 있으며 플랫폼의 결정권이 강해진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궁극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듯이, 아마존도 1인 택배회사 창업의 대중화에 성공한다면 자체 보유한 배송 플랫폼은 물론, 새로운 풀뿌리 배송 전력을 활용해 수요와 공급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측면에서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플랫폼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전략임에는 분명하다.

▲ 우버이츠도 국내 서비스를 크라우드 소싱으로 접근하고 있다. 출처=우버

플랫폼 가두리를 넘어 '지운다'...국내는?

아마존은 전자책 사업에서 시작해 ICT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확보, 고객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가두리 양식장'을 건설했다. 파이어 스마트폰부터 아마존 에코, 드론, 무인매장 아마존고 등 모든 사업 전략이 지향하는 공통의 가치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자를 일소하면서 시장을 바꾸고 있다. 토이저러스의 몰락과, 미국 소매 전문점의 위기를 모두 아마존 쇼크로 보는 이유다.

강력한 아마존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비슷한 후폭풍이 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확률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배송시장은 소셜커머스 업계의 적자가 보여주듯 이미 레드오션이고, 원스톱 플랫폼 서비스에 기반한 사용자 경험은 국내기업도 만만치않다.

노골적으로 아마존의 전략을 따라가는 네이버와 같은 기존의 강자도 버티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시장의 크기가 작다. 그나마 역직구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의 아마존이 굳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 정도의 요인은 아니라는 평가다.

아마존의 직접적인 쇼크에 국내 업계가 휘말릴 가능성은 낮아도, 아마존의 플랫폼 인사이트는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확보를 중심에 두고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한 후 조금씩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해 이미 확보한 ICT 역량을 쏟아부어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제는 1인 택배창업까지 독려하며 플랫폼의 마지막 누수까지 틀어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