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룸버그통신은 美中 무역전쟁의 본질은 중국을 첨단 기술기반의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개조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를 저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권력 투쟁(Power Struggle)이라고 규정했다.    출처= WestSide Stor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美·中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두 나라(G2) 간 치고 받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오는 6일부터 각각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방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보다 시차가 앞선 중국이 자국 시간으로 6일 오전 0시(워싱턴DC 시간 5일 낮 12시)부터 관세를 발효시키겠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먼저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하루를 앞두고 양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무원이 중국 현지시간 4일 밤 성명을 통해 "중국은 선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보다 앞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실제 먼저 관세를 발효시키는지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차로 인해 미국보다 일찍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중국이 먼저 도발한 것처럼 되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그러나 양국의 대립은 비관세 분야에서 이미 전방위로 실행되고 있다.

차이나 모바일-마이크론 치고 받기

미국은 앞서 지난 2일 미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NTIA)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통신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도록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권고했다. 차이나모바일이 지난 2011년 미 통신시장 진출 신청서를 낸 지 7년 만에 이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이틀 후인 4일,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금지 판결을 내렸다.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출을 차단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임은 말할 것도 없다. 미중 무역갈등이 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연쇄 압박 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中 진출 美 기업 “보복 이미 시작됐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은 이미 ‘보복이 시작됐다’고 강변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의 중국 현지 통관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실상 보복 조치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산 체리를 실은 배가 중국 남동지역 해변에 1주일 간 발이 묶여 체리가 상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세관은 이 배를 1주일 간 정박하도록 지시했고, 이후 제품이 상하자 미국으로 되돌려 보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미국 동물 사료 제조업체도 특별한 이유 없이 제품에 대한 검사가 이전보다 엄격해져 세관 통과가 한참 지연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관련 통관 검사도 까다로워졌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평소 무작위로 제품을 골라 검사하는 회수가 지난 달에 98%나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협의체인 미-중 기업 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의 제이크 파커 부회장은 “최근 이런 분위기의 변화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라며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출처= 블룸버그 캡처

美 국내 기업도 보복 ‘체감’

무역 전쟁을 체감하기 시작하는 건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 뿐만이 아니다. 미국내 제조 업체들도 그 충격을 체감하고 있다. 미국이 부과한 관세로 원자재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상대국의 보복조치로 수출 장벽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재계 단체인 상공회의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톰 도너휴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어렵게 달성한 경제적 진전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관세는 미국의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지만 부품의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에게는 전혀 환영받을 만한 소식이 아니다.

오하이오의 금속 제품 생산업체 펜타플렉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27% 증가했음에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016년부터 트럭 판매가 급증하면서 이 회사의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원자재와 부품 가격의 60%를 차지하는 철강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오히려 회사의 수익은 더 악화됐다. 미국의 열연 강판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51%나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에 부과한 관세는 결국 자국 기업에게 해가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여행 위험하다고?

여기에 중국은 한 술 더 떠 미국 관광이 위험하다며 관광객들에게 미국 관광 주의령을 내렸다.

워싱턴 소재 중국 대사관은 지난 3일, 미국 관광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표했는데, 미국은 공공 장소에서 총기 테러 가능성과 강도 등 신변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적지 않고,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병원에 가야 할 경우 의료비가 상당히 고가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 같은 공문을 낸 배경에 대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이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 및 무역 마찰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아시아와 중동부 유럽의 인프라 건설에 대대적인 투자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출처= Shuttlestock

무역 전쟁 본질은 G2 권력투쟁

블룸버그통신은 4일, 美中 무역전쟁의 본질은 중국을 첨단 기술기반의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개조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를 저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권력 투쟁(Power Struggle)이라고 규정했다.

美中 무역 전쟁이 단순한 시장 제한이나 지식재산권, 무역적자 등의 이슈를 훨씬 뛰어넘는 문제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미국과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오랜 동안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파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반면 공산당 1당 지배체제의 중국은 국가 주도의 성장모델을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아시아와 중동부 유럽의 인프라 건설에 대대적인 투자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전략에 대한 반대도 많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눈부시게 팽창하고 있는 중국에 맞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