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국산 ICT 전자 플랫폼 업체에서 며칠 간격으로 흥미로운 발표가 많았습니다. 특히 원스토어와 티맥스, LG전자 스마트폰의 플랫폼 전략이 눈길을 끕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산업체의 시장 공략을 좌시할 수 없다는 각오와 이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플랫폼 강화와 사용자 유입의 상관계라는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구글과 MS 노리는 원스토어와 티맥스

유튜브를 내건 구글의 파상공세에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토종 ICT 플랫폼 업체들이 고전하는 사이, 원스토어가 앱스토어 시장에서 구글과 정면대결을 선언했습니다. 원스토어는 출범 2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앱 유통 수수료를 30%에서 20%로 인하하고, 갤럭시앱스와의 연동을 통해 생태계 확장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스토어의 전략은 개발자, 즉 앱 생태계의 공급자에게 많은 혜택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원스토어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밀린 결정적인 이유는 콘텐츠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구글과 애플의 손을 잡았고, 원스토어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의 95% 이상이 게임에서 나오는데, 현재 원스토어에서는 대형 모바일 게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원스토어는 파격적인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앱 유통 수수료를 낮춘다는 것은 원스토어의 매출이 줄어도 개발자들을 '모시겠다'는 의지입니다. 무엇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다른 결제 수단을 지원한다는 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애플이 중국에서 텐센트 위챗 생태계에 밀리기 시작하고, 스포티파이와 분쟁을 일으킨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인앱결제 여부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앱 플랫폼 사업자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결제수단까지 외부에 공유한다는 것은 앱 수수료 인하만큼의 뼈를 깎는 결단입니다.

▲ 원스토어의 이재환 대표가 4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정책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티맥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3일 기자회견을 열어 PC용 운영체제 티맥스OS를 공개했습니다. 2012년부터 운영체제를 개발한 노하우를 살려 2016년 베타버전을 발표한 후, 드디어 완성품을 내놓은 셈입니다. 티맥스 OS를 설치하면 컴퓨터 부팅 후 MS 윈도를 활용하는 것처럼 문서 작업, 인터넷 서핑 등을 할 수 있습니다.

MS와의 호환성을 내세우며 공기관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B2B 전략을 세웠습니다. 박학래 티맥스OS 대표는 "공공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공기관의 운영체제 변경이 다가올 즈음 티맥스OS를 정착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S와의 연동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한 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 MS를 몰아내겠다는 야심찬 각오입니다.

▲ 왼쪽부터 티맥스데이터 이희상 대표이사, 티맥스오에스 박학래 대표이사, 티맥스소프트 John Yun 글로벌 CTO)가 티맥스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티맥스

야심과 현실의 간극

원스토어와 티맥스의 야심은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당돌한 도전이자, 응원하고 싶어지는 애국 마케팅의 분위기도 물씬 풍깁니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기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입니다. 쉽게 말해 재래시장을 상상한다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재래시장의 시설을 마트 수준의 최첨단 시설로 꾸미는 것? 상인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임대료를 내리는 것? 관광 활성화에 따른 글로벌 손님까지 유치하기 위해 달러도 받는 것? 인근 동사무소 직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용식권을 발행하는 것?

원스토어와 티맥스는 앞에서 말한 질문의 답, 그리고 대비책을 모두 내놨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기본적인 기술 인프라 확보로 최첨단 시설로 꾸미고, 앱 유통 수수료를 내리는 것은 상인 임대료를 내리는 것이며 글로벌 손님 유치는 결제수단 다양화, 전용식권은 공공기관 중심의 발전전략입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던졌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졌습니다. 원스토어와 티맥스의 전략은 모두 플랫폼 발전 전략에만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손님이 없는 것. 손님이 없으니 시장 생태계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플랫폼을 강화하면 떠났던 손님이 다시 돌아올까요? 최첨단 시설로 꾸미고 상인 임대료를 낮추고 다양한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당연히 고무적이지만, 또 일부 효과를 누리겠지만 '판을 벌리면 알아서 손님들이 찾아오겠지' '공공기관부터 시작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함도 엿보입니다.

손님 입장에서 최첨단 시설은 다른 대형마트에도 있습니다. 앱 수수료가 낮아지고 결제수단이 다양해지는 것은 편하겠지만 이 전략은 개발자 유치가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해 '손님이 몰릴 것'이라는 결론을 추정만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요? 이 정도의 전략이라면 MS 타깃 운운하는 것이 블랙 코미디입니다. 그 이상의 전략, 즉 '손님을 모두 빼앗겼다'라는 전제를 세우고 '잃었던 손님을 되찾기 위한 그 이상의 사용자 경험'이 필요합니다. 개발자가 모이면 손님이 모일 것, 공공기관이 선택하면 이를 레퍼런스로 삼아 세계를 노릴 것이라는 생각말고 '손님에게 다른 곳이 주지 못하는 색다른 무언가를 주자'는 생각도 필요합니다. 앱스토어와 티맥스의 전략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약간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원스토어는 SK텔레콤 흑역사의 일부입니다. SK텔레콤은 멜론을 매각했고, 싸이월드를 무너트렸으며 가장 강력한 통신사면서 티스토어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습니다. 원스토어의 마지막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티맥스는 불분명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모두의 고개를 끄덕일만한 굵직한 비전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더욱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 LG V35 씽큐가 출시됐다. 출처=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LG전자는 5일 LG V35 씽큐를 전격 출시했습니다. 벌써 프리미엄 스마트폰만 3개입니다. LG전자 스마트폰 전략의 핵심인 ABCD가 강조됐습니다. 오디오,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라는 4개의 요소를 통해 기본적인 사용자 경험을 잡겠다는 의지입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은 이른바 장기 플랫폼 전략, 즉 LG라는 생태계에 손님들을 가두겠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원스토어와 티맥스처럼 확보된 손님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 인정하고 플랫폼 전략과 함께 손님을 위한 전략을 더욱 가다듬어야 합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없는 것. 플랫폼을 키우고 안정화시키면 손님들이 올 것이라는 보장은 말 그대로 추정입니다. 이 공식이 진리라면 통신사의 네트워크 위에 올라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ICT 플랫폼 기업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ICT 플랫폼 기업들은 모두 '플러스 알파'를 제공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