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보유세를 개편했다면 과세표준 금액기준은 6억원이 아닌 9억원부터 시작했을 것입니다. 6억원이란 사실 자체가 부의 불평등 해소가 아닌 세수확보를 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보유세 개편안이 나온 직후 우연히 만난 건설업계의 관계자의 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보유세 개편안을 확정했다. 종부세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함께 올리는 안으로 이전에 공개된 4개의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강도의 개편안이란 평가를 받았다. 최대 34만8000명의 종부세가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30억원 규모의 다주택자는 최대 37.7% 세금이 더 인상된다.

강병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부동산 관련 세제 불평등은 기회의 평등을 훼손하고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국민 경제 건전한 발전도 저해한다”며 보유세 개편안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당초에 목표한 종합부동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했을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7억6498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중간가격 역시 7억원을 돌파했다. 공시가격 합산 금액이 6억원 이상이면 종부세 대상이 되고 세율도 중과된다. 한마디로 서울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사람이 이번 보유세 개편안의 표적이 된 것이다. 당초 정부가 목표로 한 투기꾼을 잡겠다는 목적 달성은커녕 오히려 실수요자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보유세가 아닌 ‘서울세’라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주택시장에는 투자자들도 존재하지만 실수요자도 존재한다. 정부의 표적인 부동산 부자들이 서민들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내거나 내지 않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개편안 치고는 효과가 미미한 것은 사실이다. 10억원짜리 주택을 기준으로 늘어나는 세금은 1년에 100만원이다. 보유세 개편으로 세금부담이 늘어난 가구 수는 증가했지만 고가주택의 세금증가 수준은 크지 않다.

반면 토지시장은 실수요자가 존재하지 않는 투자시장이다. 얼마든지 토지 투기를 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토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부자들이나 대기업 등이 보유한 토지나 빌딩의 시세반영률은 고작 30~40%에 불과하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 따르면 부동산 상위 10%가 전체 토지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빌딩과 상가 토지 등 극소수의 부동산 부자들과 재벌들이 소유한 부동산은 낮은 공시가격 탓에 종부세 대상에서 빠졌다. 7억원 이상 1주택 소유자가 종부세를 내야 하는 반면 명동에 시가 200억원대 상가를 보유해도 종부세를 한 푼 내지 않는다.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됐다. 그런데도 10년 만이라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은 여전히 이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 고칠 생각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조세정의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를 개편했다는 정부의 말에 사람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유세 개편 의도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이상한 ‘보유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앞으로 나올 정부의 경제정책이 벌써부터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