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투자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원리를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 ‘가치’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재산 규모에 따라 100만원이 크게 혹은 작게 느껴질 수 있고, 그 금액으로 무엇을 누릴지 여부에 따라 당사자가 느끼는 가치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시장에는 기업가치모형을 통해 도출하는 절대 지표는 물론 동종 산업과 비교해 도출하는 상대적 지표도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참고의 대상일 뿐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을 반드시 가져다줄 수 없다는 맹점을 갖고 있다. 수익률은 ‘타이밍’의 싸움이지만 언제가 적기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한 가지 통하는 진리는 있다. 돈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고평가)에서 높은 곳(저평가)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한 투자전략 중 하나가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각 자산군에 일정 비율을 정해 투자하고 시장 변동으로 자산규모가 바뀌면 기존 비율로 재조정하는 투자법이다.

리밸런싱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여러 자산 군에 자금을 분산해야 해야 한다. 단순 현금보유·예금·적금 등은 기본이며 국내외 주식·채권, 통화, 원자재,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두루 살펴야 한다. 특정 자산과 반대로 움직이는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선구안도 필요하다.

 

장기 투자의 함정 ‘심리’, 리밸런싱으로 극복

‘투자는 장기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00년 초 코스피를 추종하는 인덱스에 투자(500포인트 기준)했을 경우 지난해 말까지 누적수익률이 400%를 넘는다는 점을 보면 특히 그렇다. 연평균 수익률은 11%다. 이 기간 동안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6%대에서 2%대로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익률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조건이 붙는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견뎌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 2000선에서 이듬해 900선까지 추락했다. 자산의 50%가 넘게 사라지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모든 자산을 현금으로 갖고 있었던 사람도 시장이 폭락한 후 주식을 섣불리 매수할 수 없었다. 당시 시장에 공포가 확산되면서 주식 자산은 투자기피 대상 1순위였다.

만약 위기 직후 코스피와 달러자산에 분산투자해 매월 자산을 리밸런싱했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까. <이코노믹리뷰>는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와 달러를 추종하는 펀드에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했다. 또 달러 가치는 코스피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투자대상으로 정했다. 리밸런싱 주기는 한 달이며 손익 여부를 떠나 매달 투자 비중을 5 대 5로 유지했다.

9년의 투자기간동안 총 수익률은 44.8%로 나타났다. 연평균 수익률은 복리기준 4.2%다. 서로 음(-)의 상관관계를 지닌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줄인 결과다. 최근 저축은행 금리가 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선전한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 전액 투자를 했다면 같은 기간 총 수익률은 150% 수준이다. 연평균 수익률은 10.7%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기 직후 투자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 이 투자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리밸런싱이 장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주기가 너무 짧을 경우 수수료 문제는 물론 펀드의 경우 해약 시 위약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수익률을 갉아먹는 행위다.

리밸런싱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정해진 것도 없다. 이는 전적으로 투자자 개인이 정해야 하는 문제다. 주기를 다소 길게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주식 자산에 60%를 투자하기로 했다면 이를 초과하는 부분을 줄여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개념이다.

 

연기금도 중시하는 자산배분… 서두를 필요 없는 리밸런싱

국민연금은 지난 5월 중기자산배분안(2019~2023년)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5.3%) 달성을 위해 주식 비중을 45% 내외로 확대하고 채권 비중은 40% 내외로 축소한다. 대체투자 비중은 15% 내외로 늘린다.

2017년말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비중은 주식 38.6%, 채권 50.6%, 대체투자 10.8%다. 주식은 해외주식 비중 확대(2017년 말 17.4%→2023년 30%)를 통해 이뤄지며 국내주식 비중은 축소(21.2→15%)한다. 채권은 국내채권 비중이 축소(46.8→35%)되며 해외채권 비중은 소폭 확대(3.8→5%)된다. 대체투자 비중은 15%까지 확대한다.

국민연금은 그간 투자다변화를 시도하며 위험자산의 비중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국내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러 운용에 따른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글로벌 연기금도 최근 수익률 제고를 위해 포트폴리오 위험자산과 해외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ABP(National Civil Pension Fund)의 대체투자와 부동산투자 비중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26.3%다. 일본 공적연금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Japan)의 주식투자 비중(국내외)은 2013년 30.9%에서 2017년 말 51.1%로 크게 확대됐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는 2010년 이후 유럽 비중을 크게 축소(2013년 44.8%→2017년 36.4%)하고 아시아(2013년 14.3% → 2017년 20.5%) 등 기타 지역으로의 비중을 확대했다. 캐나다 연기금 CPPIB(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의 자국주식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7.2%에서 3.3%로 축소됐다.

자산배분은 최고의 투자기관인 글로벌 연기금들도 중시하는 투자 전략 중 하나다. 같은 자산군이라도 지역별로 다르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다. 덩치가 큰 연기금은 쉽사리 투자대상을 옮기기도 어렵다. 매수와 매도에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일반인이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에 성급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투자 대상을 늘리면 어떻게 될까

투자에서 자산을 늘리면 위험이 낮아지는 만큼 수익률도 축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같은 자산군에 대한 분산투자 개념이다. 서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자산군은 물론 같은 자산군이라도 다른 지역을 투자대상으로 삼는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이코노믹리뷰>는 총 6개의 다른 자산군(각 200만원, 비중 16.7% 유지)을 선택해 매달 리밸런싱을 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투자대상은 KODEX S&P500 선물(해외 주식), KODEX 200(국내 주식), KOSEF 달러선물, KODEX 골드선물, KODEX 국고채3년(국내 채권), KODEX 단기채권(현금성자산)이다. 투자기간은 2015년 6월 초부터 2018년 6월 말까지다.

그 결과 누적수익률은 12.5%, 연평균 수익률은 4%로 나타났다. 테스트 초기를 보면 미국 증시 부진과 금가격 하락 여파로 전체 수익률은 8개월 동안 2.5% 손실을 기록했다. 9개월째 들어서 0.5%로 수익 전환 후 그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다만 이 방법이 능사는 아니다. 자산배분 과정에서 한 자산군의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미국 IT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투자하고 애플을 제외하거나 혹은 반대의 경우에 수익률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수많은 투자대상이 존재하는 만큼 자산 간 상관관계가 명확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투자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수동적 자산배분과 적극적 자산배분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 왔다”면서 “어느 쪽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반투자자들이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장기투자는 무조건 수익이 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