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지난 7월 3일 제2차 전체회의를 열어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심의·확정하고 정부에 제출했다. 권고안은 조세분야 과제 4건, 예산분야 과제 5건이었다. 조세분야 권고안은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 주택임대소득세 개편, 그리고 환경 관련 개별소비세 개편이 담겼다.

조세분야 권고안은 고가주택 보유자와 금융 자산가를 겨냥해 증세에 나가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재정개혁 특위가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방안이 들어간 것은 의외였다. 금융소득자들의 허를 찔렀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부안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뭐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그럼에도 세부 조율이 있더라도 큰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해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에 이어 금융소득종합과세와 종합부동산세, 주택 임대소득세를 함께 강화하는 ‘부자 증세 3종 세트’가 추진될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과세 대상이 될 ‘부자’들은 큰 불만을 품을 수 있겠지만 정책 방향은 옳다고 본다. 복지사회를 구현하려면 세금을 거둘 수밖에 없지 않는가. 누구는 봐주고 어디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비과세를 둔다는 것은 세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설득력이 낮다. 소득이 있으면 그것이 연금이든 이자든 세금을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기에 과세특례를 축소하겠다는 권고안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걱정할 대목이 여럿 보인다. 우선 부자들만 콕 집어서 세금을 물리는 핀셋 규제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소득이 많으니 세부담을 많이 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더라도 그들도 납세자인 이상 불만을 품을 수 있다. 특위가 아무리 대통령 직속이라고 해도 부자들도 국민이며 납세자인 이상 그들과도 마땅히 소통했어야 했다. “정부가 세금을 매길 테니 당신들은 내라”는 식의 일방통행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 아닌가. 대규모 자본이탈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둘째 이번 권고안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권고안이 세금을 걷기 위안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조세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세금을 더 걷기 위한 데 혐의를 둔다. 소득이 있는 납세자자라면 소득 과다를 막론하고 세금을 내고 있고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재원이 필요해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고 한다면 아마 부자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고 특위는 가장 손쉬운 대안, 즉 부자증세를 택했다. 그러니 그들의 불만이 없다면 이상하다.

정부는 근로자, 자영업자, 법인 등 납세자 중 상당수를 과세미달자로 평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2015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과세미달자가 810만명으로 전체 근로소득세신고자(1733만명)의 46.8%에 이른다. 전체 법인 59만곳 중 법인세를 내지 않은 과세미달법인이 47.1%인 28만곳이나 됐다. 그 결과 상위 1% 근로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32.6%, 상위 1%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75.9%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거두는 세금도 소득세는 적고 재산세와 간접세가 많다. 지난해 국세 징수실적 265조4000억원 중 국세인 소득세는 75조1000억원, 법인세 59조2000억원, 부가가치세는 67조1000억원이었다. 나머지는 상속세와 증여세,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 주세, 농특세 등이었다. 소득 파악을 할 생각은 않고 유리지갑인 근로자에게 세금을 물리고 온 국민이 세금을 내는 부가세 등 간접세를 많이 거뒀다.

한국은 ICT기술이 발전해 세계에서 가장 잘 연결된 사회라면서도, 정밀한 컴퓨터망을 활용한 소득파악에 대해서만 유독 뒷짐을 지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현금거래를 원한다. 지하경제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갔다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사업자의 사업소득은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 여기에 각종 비과세, 감면, 분리과세 등 세금을 내지 않거나 적게 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미 많은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서 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갔다는 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복지국가를 구현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 재원은 다수 납세자가 공평하게 내서 조달하는 게 최선이자 이상이며 현재 선진국의 현실이다.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마땅히 세금을 내서 복지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게 옳다. 그런 점에서 이번 권고안은 아쉽지만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먼저 장기 비전을 세우고 지하경제 비중을 낮춰 소득세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부자들만 쥐어짠다고 해서 선진국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정부는 정부안 확정을 짓는 것 못지 않게 공평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