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진혁 기자] 식사 시간의 제한을 받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직장 생활 중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다. 맛집 방영 메뉴가 다음날 직장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이유도 직장인에게 그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집밥’, ‘건강한밥상’을 표방한 식당도 덩달아 늘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간단히 한 끼를 때우려는 ‘틈새끼니족’으로 ‘스내킹’(Snacking, 간단한 식사)이란 식사문화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직장인, 넥타이부대들의 외식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소중한 1시간, ‘2040’법칙을 잡아라

점심 1시간을 쪼개 20분은 식사, 나머지 40분은 커피와 휴식을 취하려는 직장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식당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주문에서부터 식사를 마칠 때까지 평균 25분이 걸리는 분식업종들, 가령 김가네, 얌샘김밥, 국수나무, 용우동, 김밥천국 등 김밥과 국수, 라면, 덮밥 등을 주 메뉴로 판매하는 곳들이 대표적이다.

한식의 경우 ‘집밥’ 트렌드와 맞물려 직장인들에게 최고의 점심 메뉴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최근엔 짧은 시간 안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국밥 전문점’이 성장세다.

일명 ‘퀵 국밥전문점’으로 오피스 상권에서 인기몰이 중인 프랜차이즈로는 한촌설렁탕, 곰작골나주곰탕, 더진국, 순남시래기 등이 있으며, 식품제조 기술을 활용해 맛의 핵심인 육수를 완제품으로 매장에 공급해줘 대부분 주문 후 10분 이내로 조리가 끝나 테이블 회전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국밥, 백반 이외의 한식 업종도 2040 트렌드에 구색을 맞춰 고객몰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점심 한끼로 회전율을 높인 '강촌닭갈비' 사진제공=강촌닭갈비

‘강촌닭갈비’는 조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로 닭갈비를 7분 안에 밥까지 볶아먹을 수 있도록 해 점심 한 끼 식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촌닭갈비’ 서초점의 경우 점심 매출만 하루 평균 150만원 선, 구로디지털단지점 또한 하루 점심 매출이 평균 100만원을 웃돌며 점심에만 2.5 회전율을 보인다. 

▲ 샤브보트의 1인샤브요리, 사진제공=샤브보트

샤브요리는 주로 3인 이상 단체 회식메뉴로 인기였지만, 최근 1인 식사에 집중한 샤브요리 전문점이 나와 인기를 얻고 있다. 1인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보트’는 ‘ㄷ’자 형태의 바 테이블에 1인 인덕션 레인지가 비치되어 있어 신선한 각종 야채와 함께 호주청정우 샤브고기를 맛있게 즐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0~30분 내외다.

 

스낵킹 푸드 인기 

최근 샐러리맨들이 쏟아져 나오는 오피스 상권에서는 스내킹(Snacking) 콘셉트를 도입한 매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낵킹은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식문화 트렌드로 샐러드, 샌드위치, 부리또, 스무디, 수프 등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고려한 가벼운 식사를 말한다.

20여가지가 넘는 신선한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는 ‘써브웨이’가 이에 해당된다. 메뉴의 평균 열량이 15㎝ 샌드위치 기준 소스류를 제외하고 약 395㎉에 불과해 직장인들의 가벼운 점심 한 끼로 인지도가 높다.

써브웨이 샌드위치는 빵과 8가지 신선한 채소, 각종 토핑이 어우러져 풍부한 영양과 높은 포만감을 줄 뿐 아니라 빵부터 속 재료까지 취향에 따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특유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샐러드런치’도 급부상 중이다. 샐러드런치라고 해서 각종 채소의 무기질과 비타민, 병아리콩, 퀴노아, 현미 등의 탄수화물, 닭가슴살, 연어 등 양질의 단백질을 한 그릇에 담은 ‘보울푸드’가 최근 인기다.

스내킹 콘셉트의 샐러드 전문점들을 보면 여의도, 종로, 강남, 역삼 등 구매력 있는 직장인들이 많은 오피스 상권이나 트렌디한 상권에 몰려 있다.

샐러드밥 전문점 ‘주시브로스’도 그중 한 곳인데, 강남파이낸스센터 지하 2층에 있는 ‘주시브로스’ GFC점은 오픈한 지 이제 막 일 년이 넘었지만 하루 평균 약 250명 고객 방문, 하루 300만원이 넘는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 샐러드밥으로 입소문이 난 주시브로스의 ‘슈퍼보울(bowl)’과 클렌즈주스. 사진제공=주시브로스

주 판매 메뉴는 ‘샐러드밥’과 ‘클렌즈주스’(해독주스)다. 당근, 비트, 밀싹, 케일, 신선초, 사과 등 과일과 채소는 모두 산지 직거래를 통해 산지 체류 시간을 최소화하고 품질 또한 최고 등급의 것들만 사용한다.

가장 인기인 샐러드밥 ‘슈퍼보울(Super Bowl)’은 현미밥 또는 녹두로 만든 누들을 올리고 렌틸콩, 병아리콩, 적양파,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의 슈퍼푸드가 올라간다. 한 그릇만으로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칼슘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고기와 따뜻한 곡류가 마치 쌈밥과도 같아 남성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시브로스’ 역삼GFC점의 경우 매장 전면에 조리된 음식을 바로 집어갈 수 있도록 그랩앤고(Grab-And-Go) 코너를 비치하고, 단체 주문 시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인근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전략을 펼치고 있다.

‘죽’을 애용하는 직장인도 부쩍 늘었다. 죽은 자극적이지 않아 위에 부담이 없고 속도 편해지는 건강식이어서 인기를 얻어고 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다채로운 영양죽을 선보이고 있는 ‘죽이야기’는 유기농주스와 항아리커피를 판매, 식사부터 차까지 한 자리에 끝낼 수 있는 메뉴를 구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영양죽 31종 외에 볶음밥, 비빔밥, 육개장, 누룽지탕 등 한식도 구비되어 있어 일부 매장에서는 죽 2가지, 혹은 죽과 볶음밥을 반반씩 담아주는 ‘반반 메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불변의 원칙, 가성비가 핵심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아 점심 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외식업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비교적 저가 메뉴를 선보이는 외식업체들과 1만원 이상의 메뉴를 선보이는 곳들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편의점은 식당 못지않게 북적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것은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를 방증한다. 인기 도시락의 경우 점심시간에 조금만 늦게 가도 구하기 힘들다.

이에 외식업계는 지갑 얇은 직장인들을 겨냥한 가성비 높은 점심 메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 높은 점심메뉴를 앞다퉈 선보이며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일부 고기 프랜차이즈들은 편의점 도시락 가격 수준인 4000원의 가격으로 돼지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을 판매,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5000원에 찌개, 불고기 그리고 갓 지은 가마솥밥을 한상차림으로 먹을 수 있는 ‘솥밥전문점’도 인기다. ‘5500원 가마솥밥’으로 입소문 난 ‘행복가마솥밥’ 대학로 직영점은 현재까지도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방문, 30평대 매장에서 월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5500원 가마솥밥’으로 인기몰이 중인 ‘행복가마솥밥’ 사진제공=행복가마솥밥

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갓 지은 무쇠가마솥밥과 순두부, 김치, 차돌된장찌개, 오징어볶음, 고추장제육두부쌈밥 등 다양한 한식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제대로 된 한식이라 편의점 도시락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성이 깃들어 있어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셀프반찬코너에는 무말랭이, 연두부, 콩자반, 깍두기 등 입맛을 돋우는 반찬류와 함께 알배추, 꽃상추, 깻잎 등 신선한 쌈채소까지 양껏 즐길 수 있도록 해 가성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