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5G 시장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기도 전 중국 공포증, 이른바 공중증(恐中症)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일부 활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가운데 그 여파가 장비를 넘어 단말기까지 번질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통신사 중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가장 유연한 곳이 3위 이동통신사업자 LG유플러스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화웨이 장비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다"면서 "이변이 없으면 도입한다"고 말했다. 4G 시절부터 형성된 화웨이와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다.

▲ 5G 토종장비업체 시장이 공포에 떨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통신장비활용을 공식화하자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시장 진출에 실패한 이유가 기밀유출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손을 잡을 경우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무엇보다 화웨이가 국내 5G 장비시장에 진입할 경우 토종 업체들의 고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웨이 장비 도입으로 LG유플러스가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지점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 3위 업체며 5G를 기점으로 삼아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판을 흔들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는 것은 일견 상식적인 결단이다. IPTV 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연합하는 것처럼, LG유플러스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것일 뿐이다.

문제의 근원은 국내 인프라에 있다. 당장 무리한 5G 상용화를 위해 촉박한 일정을 세운 것부터 잘못됐다.

통신3사는 지난달 5G 주파수 경매를 마쳤다. 총 2개 대역이다.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주파수 경매를 통해 각자의 주인이 정해졌다. 주력은 3.5GHz 대역이다.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전파 기능성이 강력해 5G 상용화의 핵심 주파수로 여겨진다. SK텔레콤과 KT가 100MHz 폭을, LG유플러스가 80MHz 폭을 가져가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주파수를 확보했다면 다음 단계는 통신장비를 통해 실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 대목에서 화웨이의 유혹이 강하다. 주력인 3.5GHz 대역 주파수 장비는 화웨이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5G 상용화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촉박한 일정을 따라가다보니 장비선정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35GHz 대역 주파수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화웨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하고, 정부의 정책이나 국내 인프라는 이에 따라주지 못했다. 근원적인 원인규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애국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고, 우리의 5G 정책부터 새롭게 뜯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아직 5G를 통해 가상현실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여기에 먼저 집중하며 국산장비시장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정이 먼저, 지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신속하게 나와 토종장비업체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