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가 외부 기술 수용에 적극 나서며 개방형 혁신경영(오픈 이노베이션)시대를 본격화 한다. 그간 홀로 기술개발(R&D)을 해 온 현대차는 폐쇄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외부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며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선제대응이라고 평가한다.

현대차는 호주 ‘카 넥스트 도어’에 상호 협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이르면 2020년 첨단 ICT를 활용한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2013년 호주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카 넥스트 도어는 개인이 개인에게 시간 단위로 차를 대여해 주는 독특한 P2P 방식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업체다. 차를 소유한 사람이 전용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자신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를 설정해 놓으면 주변에 차가 필요한 고객을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시드니, 멜버른, 브리스번, 뉴캐슬 등 호주 4대 도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카 넥스트 도어와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카 넥스트 도어와 협업해 고객의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는 ‘현대 오토 링크’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호주 현지에 판매하는 신차에 폰 커넥티비티를 통해 도어 개·폐와 차량 시동을 걸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 소유자와 대여자 간에 차 키 전달이 필요 없는 편리한 P2P 차량 공유 환경을 만들어 준다. 현대차를 보유한 고객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쉽고 안전한 방식으로 대여해 줌으로써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현대차와 카 넥스트 도어는 이르면 2020년 해당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며 호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i30와 코나를 시작으로 향후 싼타페, 아이오닉 등 전 차종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신차에 탑재될 폰 커넥티비티 기능이 카 넥스트 도어의 혁신적인 차량 공유 플랫폼과 결합돼 소비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13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8'의 현대자동차 언론공개행사 현장. 사진=현대자동차

외부 피 수혈에 나서는 현대차..."폐쇄적인 이미지 버려야 할것"

현대차는 최근 외부 기업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그간 순혈주의 체제를 걸어온 현대차는 글로벌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 돌고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아시아 2018’에 참가해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딥글린트(DeepGlint)'와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3년 설립된 딥글린트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초고화질 카메라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대차는 딥글린트의 인공지능 영상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신기술 개발과 함께 제품 품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아울러 중국 최대 인터넷 전문기업 ‘바이두’가 추진 중인 자율주행 플랫폼 연구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Apollo Project)’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바이두가 지난해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위해 시작한 차세대 주력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현대차는 물론 다임러·포드·베이징자동차·보쉬·델파이 등 자동차 관련 업체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가장 방대한 지도 데이터를 확보한 바이두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달 현대차는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디와 수소차 연맹을 결성했다. 이 역시 오는 2030년 100만대 규모로 커질 중국의 수소전기차(FCEV)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아우디는 현대차그룹이 만든 수소전기차의 심장 격인 스택(Stack)을 달고 달리게 된다. 스택 공급은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 커넥티드카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커넥티드카·자율주행 R&D에도 '총력'

현대차는 다양한 커넥티드 카 분야 글로벌 기업과 기술공유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날(3일) 이스라엘 오토톡스(Autotalks)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통신 칩셋(반도체 집적회로)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2008년 설립된 오토톡스는 V2X(차량·사물 간 통신)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통신 칩셋은 차량 외부의 무선통신과 내부의 유선통신을 제어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커넥티드카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이 원활하게 구현되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인 '오로라(AURORA)'와의 기술 협력체계를 구축, 3년 내 업계 최고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개발에 사운드하운드(SoundHound), 국내 음성인식 개발에 카카오(Kakao), 홈투카와 카투홈 서비스 개발에 SKT·KT 등과 협업을 진행한다.

특히 현대차는 ‘오로라’와의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할 최적의 스마트시티를 선정할 계획이다. 스마트시티는 대도시 전체에 IoT 기술이 적용된다. 스마트시티 내 모든 도로에는 차와 도로가 서로 통신이 가능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완벽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시연하는데 최상의 조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월에는 현대차가 레이더(Radar) 전문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Metawave)'에 투자를 결정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눈'에 해당하는 첨단 레이더 기술을 공동 개발에 메타웨이브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메타웨이브는 인공적으로 개발한 ‘메타물질(Metamaterial)’을 활용한 전자기파 생성을 통해 초고속, 고해상도의 레이더를 구현하고 있다.

현대차의 협업을 두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그간 핵심 부품을 수직계열화해 자체조달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면서 “중국시장 공략은 협업을 통한 현지화가 필수인 만큼 이번 선택은 합종연행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흐름과 발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개발비 부담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협업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현대차는 최근 국내 시장 인력채용에서도 순혈주의를 버리고 있는 만큼, 그간 받아왔던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경쟁 가속화를 위한 협업을 지속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