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최근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껏 회사에 입사하면 연차와 직급에 맞춰서 연봉이 결정되던 회사에 다니다가 미국 본사에서 연봉 협상을 하자고 나오자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친구의 정확한 업무와 직책 등을 물어보고서는 글래스도어에 접속해서 같은 회사의 비슷한 직책 연봉이 얼마였는지 확인한 후에 친구에게 이를 알려줬다. 그리고 글래스도어 사이트를 알려주고 다른 회사의 비슷한 직책의 연봉도 미리 살펴보고 연봉 협상을 해보라고 권했다.

직원들의 연봉 협상 여지가 크지 않은 한국과 비교해, 미국에서는 이직 시기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되면 연봉 협상을 통해 연봉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자신의 연봉 협상 능력에 따라서 연봉이 결정되다 보니 같은 회사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연봉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서로 비슷한 봉급을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와 비슷한 직책의 사람이 받는 연봉을 가늠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개별 협상의 결과인 연봉은 공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옆자리 동료가 자기보다 수천만원을 더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사람들이 찾는 것이 기업 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다. 해당 회사의 현재 직원들과 옛 직원들이 익명으로 회사의 연봉, 사내문화, 직원에 대한 처우 등에 대해서 리뷰를 남기고 이에 기반해서 해당 회사에 대한 ‘직장’으로서의 평가를 받는 사이트다.

해당 회사에 면접을 앞둔 사람들이나 연봉 협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 사이트에 올려진 정보를 얻으려 방문하는 것은 당연지사.

글래스도어가 모든 업종과 직업을 망라한 취업 정보 전문사이트라면, 웹사이트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IT분야에 집중된 취업 정보 제공 사이트는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다.

이들 사이트도 단점이 있다. 회사에 근무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리뷰에 의존해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회사의 규모가 작거나 신생기업이면 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해당 직무를 맡는 사람들이 소수인 경우 역시 관련 정보는 찾기 어려워진다.

또 제공된 정보가 몇 년은 된 오래된 것이거나, 회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올린 부정적인 내용인 경우 등의 정확도 문제도 있다.

억대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옵션임팩트(Option Impact)’는 다른 취업 정보 사이트들과 달리 뛰어난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옵션임팩트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취업자들이 아닌 회사가 직접 옵션임팩트에 자사 직원들의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회사들은 옵션임팩트의 연봉 정보를 이용해서 새로 직원을 채용할 때 적절한 연봉 수준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6개월마다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이 사이트는 현재 세계 최대의 벤처기업 연봉공개 사이트로 약 2600개의 벤처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다.

다른 연봉 정보 사이트들이 일반 구직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옵션임팩트는 기업들과 벤처캐피털 내부에서만 이용이 가능해서 회사들은 정확한 정보를 이용해서 원하는 인재를 확실하게 채용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확한 정보가 구직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아서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글래스도어에서 약 12만달러로 기록된 샌프란시스코의 6년 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연봉은 옵션임팩트에 따르면 실제는 14만달러를 넘어선다.

2만달러의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최고 14만달러까지 제시해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도 있지만, 시중에 알려진 12만달러로 채용해서 2만달러를 아끼는 방향으로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사측에 비해서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구직자들에게도 다양한 정보를 찾을 가능성이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구직자들은 연봉 협상의 여지도 낮고 관련 임금 정보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러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