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출처= Shuttersto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세계경제가 3.8% 성장한데 이어 올해도 3.9%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가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등 세계 중앙은행들도 금리인상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전세계 무역분쟁이 불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끝 모를 전쟁 시작되나

이같은 환경이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를 제한해 결국은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글로벌금융컨설팅 회사인 포타 어드바이저의 비트 휘트먼 파트너는 전망했다.

“2019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세븐리포트의 톰 에세이 창업자도 "긍정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무역전쟁의 공포로 상쇄돼 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며, 명확한 목표나 종료 시점 같은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제조업 지표 적신호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탈퇴까지 시사하면서 보호주의 정책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고 주요국들의 보복 관세가 잇따르면서 제조업 경기가 이미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커다란 충격은 중국에서 확인됐다. 지난 주말 중국 통계국이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5를 기록, 전월 수치와 시장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면전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앞으로 수개월 사이에 50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BOC 인터내셔널의 주 차이빙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는 올 연말까지 둔화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커다란 복병”이라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 프리처드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중국의 PMI 지표는 중국 경제의 모멘텀이 일부 사라졌다는 점을 의미한다"라며 "신용 성장세가 계속 둔화한다는 점과 미국 관세가 임박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유로존의 6월 제조업 PMI가 54.9를 기록해 전월 55.5에서 하락했다. 이는 1년 6개월래 최저치다.

글로벌 제조업 PMI 역시 6월 53.0으로 후퇴하며 11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러시아, 한국, 터키, 덴마크 등 6개 국가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황이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6일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추가로 적용할 예정인 데다 자동차 관세 협박과 WTO 탈퇴 가능성까지 무역 마찰이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부품 대부분은 수입품이다.     출처= WhichCar

자동차 관세의 파급 효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결국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개편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017년 까지만 해도 자동차 업계는 기존의 투자 계획에서 조금 더 돈을 쓰는 정도로 트럼프를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부터 그 정도로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란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2018년 3월 초,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수입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수입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보가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상무부 조사가 3~4주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EU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2940억달러(330조원)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도 6일부터 미국 자동차에 최대 4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원래 25%였던 수입차 관세를 1일부터 15%로 낮추되, 오는 6일부터는 미국산 차에만 보복관세 25%를 덧붙여 4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실제로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 중국 내 테슬라 차량 가격은 15만 4000위안(2600만원)에서 28만 6000위안(480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자동차는 한 해 1조 3500억달러 어치가 교역되는 글로벌 교역 1위 품목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전후방 연관 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막대하다. 자동차 산업에서 무역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 중국은 경제 성장률은 6%대를 유지하며 양호하게 보이지만 공급 위주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발생한 `부채의 덫`에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대외적인 변수, 여기에 무역전쟁까지 가세해 내우외환을 맞고 있다.     출처= The Star Online

외우내환에 빠진 중국, 국채 매도 카드 꺼낼까   

중국은 현재 ‘외우내환’(外憂內患)에 빠져있다.

경제 성장률은 6%대를 유지하며 양호하게 보이지만 공급 위주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발생한 `부채의 덫`에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대외적인 변수가 있었는데 여기에 무역전쟁까지 가세한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고시환율을 끌어올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회사채 부도와 지방정부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위안화를 절하시키면서 대규모 관세부과라는 미국의 조치에 맞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위안화는 미 달러화 대비 약 7% 가까이 절하됐고, 이 정도로도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전세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이미 올해 상승분을 거의 상쇄했다. 이는 그만큼 실물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뜻으로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경제권이 한꺼번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후의 무기로 ‘미국 국채 매각’에 들어 갈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기준으로 미국 재무부 발행 채권의 8%가량인 1조 1819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세계 1위 채권국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벼랑 끝에 몰리면 ‘국채 매각’ 카드를 꺼내 반격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국 국채는 모기지론, 기업대출, 소비자신용 등의 기준이 된다. 채권 가격이 하락(채권 금리 상승)하면 미국 경제 전반에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 충분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다.

그러나 채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한다. 중국의 대규모 미국 국채 매도는 미국과 중국 모두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 매도에 따른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은 미국 회사채와 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의 가격 하락을 촉발하기 때문에 이들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도 큰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국은 수출 경쟁력 확보,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위안화로 환전하면 위안화 가치가 급등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무역전쟁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 올해 11월의 중간선거를 겨냥한 행동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트럼프가 도발하는 진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무역전쟁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 올해 11월의 중간선거를 겨냥한 행동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오하이오 주 등 과거 미국 내 제조업의 중심지였지만 현재 불황으로 낙후된 지역인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 관세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이 무역 거래에서 손해를 보고 있으며 특히 무역 적자국들로부터 수탈당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여러 분야에서 무역전쟁을 일으킨 적이 있긴 하지만 결과는 거의 좋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 미국의 무역전쟁에서 온건파에 가까웠던 게리 콘 위원장은 3월에 퇴임했고, 현재 트럼프 주변에서 무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보호무역 옹호자들만 주로 남아있다. 현재 트럼프에게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는 미국 내 철강산업 노조원들도 트럼프의 이런 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WTO의 중재 역할을 기대해보려고 해도 미국이 WTO를 무기력한 기관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 이 마저도 어렵게 됐다.

미국 수요 대체할 시장 없어

지금까지 대미 보복 관세를 발표한 나라는 중국을 비롯해 EU, 캐나다, 멕시코, 인도, 터키 등이다. 그러나 미국을 고립시키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만 무역을 진행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자동차를 포함해서 전 세계 수요의 1/4이 미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을 제외하고 무역을 한다면 각 기업마다 최소 25%의 판매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미국 ‘왕따’ 전략이 그다지 효과를 볼 수 없는 이유다.

앞으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시장이 어떻게 변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멀리 내다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요국가들이 대미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보복관세로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은 트럼프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