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가상통화 열기가 주춤해지며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최근까지 800개에 이르는 가상통화가 시장에서 사라진 데드코인으로 전락했다고 미 CNBC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분별한 ICO(가상통화공개)가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조정기에 돌입했을 뿐 제2의 활황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통화 조사업체 코인스케줄에 따르면 최근까지 800개의 가상통화 코인이 사장됐거나 가치를 상실했다. CNBC는 "2000년 당시 닷컴버블과 비슷한 현상"이라면서 "심각한 경고등"이라고 평가했다.

▲ 가상통화를 둘러싼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무분별한 ICO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인스케줄에 따르면 지난해 ICO를 통해 약 38억달러가 조달됐으며, 올해 상반기는 이미 119억달러의 자금이 ICO로 몰렸다. 필요이상의 ICO가 빈번하게 벌어지며 사기성 ICO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시장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재 ICO 시장은 혼탁 그 자체다. 국내 3대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제대로 된 기술백서를 가지고 ICO에 나서는 비율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5%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면서 "장난을 위해, 혹은 시작부터 사기행각을 벌이기 위해 ICO를 하는 팀도 많다"고 말했다.

ICO가 남발되며 시장의 반응이 싸늘해지자 가상통화에 대한 가치판단을 두고 갑론을박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가상통화 가치는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대장주격인 비트코인만 봐도 현재 최고점 대비 무려 70%나 가격이 하락했다. 가상통화를 화폐가 아닌 재산으로 정의해도, 투자자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ICO 남발에 따른 가상통화 가치하락이 800개의 데드코인을 발생시키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이 가상통화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2000년대 닷컴버블 후 구글과 같은 살아남은 일부 닷컴기업들이 세계를 지배한 것처럼, 지금의 혼란도 일종의 조정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통화와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극적인 반전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맥스의 아서 헤이즈 최고경영자(CEO)가 "연말 비트코인 가치는 5만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ICO는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순기능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금융시장의 눈으로 가상통화의 흐름을 재단하면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