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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루의 한복으로 문화읽기] 경복궁을 집어삼킨 반짝이 대여 한복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7.06  07:47:44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기사, 다름 아닌 진짜 한복과 가짜 한복을 나누는 논조의 기사다. 경복궁 근처에서 많이 보이는 반짝이 가득한 커텐지 대여한복을 지적하며 진정한 ‘전통’이 사라지고 있음을 걱정하는 내용이 몇 년간 반복 등장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한복을 사랑하고 즐겨 입는 이들의 입맛이 쓰다.

해당 기사에서는 경복궁 근처 대여한복이 전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진짜’ 전통한복을 입지 않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반짝이 대여 한복(통칭)의 유행은 서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0년 초, 돌잔치 퓨전한복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복이 새롭게 등장했다. 서양 드레스와 한국의 한복을 섞어 화려함을 강조한 느낌으로 지금 우리가 보는 반짝이 한복이라 봐도 무방하며 프릴과 허리 뒤 리본, 금 은박, 링 속치마 형태다. 많은 한복 대여점 관계자들은 제작비와 원가가 매우 저렴하고 찾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가져다 놓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낮은 제작 단가를 맞추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제작하는 과정에서 장식으로 사용하는 금박, 은박이 우리 전통이라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하거나 검토할 여유란 없다. 전통에도 박(箔)이 있지만 이는 반짝이 한복에서의 박과는 다르다. 대여한복에서 흔히 보이는 박은 정체불명의 꽃무늬, 원형 무늬로 전통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이에 반해 전통한복에서 사용하는 금박은 금은니(金銀迡), 소금(銷金), 인금(印金), 첩금(貼金), 부금등(付金) 등으로 부르며 전통문양으로는 봉황문, 문자문, 과실문, 새, 곤충문, 화문, 금원문, 테두리문, 불교의 팔보문 등이 있다. 물론 이 내용은 일반 대여 고객은 물론이고 대여 업체 관계자들도 잘 알지 못한다.

반짝이 한복을 엄밀히 따지면 한복이라는 범주에 넣는 것이 맞다. 값싸고 저렴하며 일회성으로 입는 한복의 대명사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한복’이냐, 아니냐는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매우 많은 대여점에서 한복상품으로 전시하고, 다수 사람들이 반짝이 대여한복을 입고 궁에 출입하다 보니 ‘한복’이 원래 값싸고 저렴한 옷인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복궁은 일찍이 전통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한복 착용자’라는 기준을 만들어 공지했다. 이는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으로, 전통한복, 생활한복 모두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저고리와 치마·바지를 기본으로 남성은 한복바지 형태를, 여성은 통치마·풀치마 형태로 제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여성이 관복이나 유복을 입었다면 한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복궁은 사이트에 QnA를 만들어 보다 정확히 기준을 안내하려 노력했지만 성별 제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복궁 촬영과 관련해 크고 작은 잡음이 생기고 있다. 한복 무료 입장자 중 대다수가 반짝이 대여한복을 입다 보니, 오히려 제대로 한복을 갖춰 입고 경복궁에 방문하는 입장자를 상업촬영을 하러 온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문화재청 경복궁에 올라와 있는 ‘촬영 허가 가이드라인(제23조 및 27조 등 관련)을 살펴보면 결혼사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가족사진, 돌사진, 졸업사진 등의 기념사진을 사진 기사 또는 사진업체가 촬영하는 경우로 한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 모델과 취미로 무료사진을 찍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 상업성 촬영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촬영 허가 신청을 할 때, 촬영 허가 신청서와 함께 사업자 등록증을 받지만 취미 사진 촬영자에게 그런 서류가 있을 리 없다. 요는 현재 경복궁에서 입은 한복이나 카메라만 보고 상업성 촬영인지 개인 무료 촬영인지 구분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요건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촬영‘ 목적으로 경복궁을 찾은 모든 이에게 문화재 보존 준수 서약서를 필수로 받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제대로 된 전통한복이 반짝이 대여 한복에 비해 차별받는 것 같은 상황은 경복궁이 초기에 한복 무료 관람 정책을 만들었던 의도와는 한참 벗어남이 확실하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여러 형태로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는 국가기관 및 문화재 관련자, 수많은 한복인, 한복문화활동가뿐 아니라 일상에서 다양한 한복-경복궁 한복착용 무료 관람 가이드에 포함되지 않는 한복-을 입고 생활에서 전통과 문화를 이어나가고 느끼려는 이들을 모두 포함한다. 제한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발전적인 방향으로 확산적 한복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보다 현명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참고]

한국문화재재단(2014년 1월 6일). 문화유산이야기, 금박장 김덕환.

http://www.chf.or.kr/c2/sub1.jsp?brdType=R&bbIdx=100277

문화재청 경복궁 http://www.royalpalac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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