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출처:유안타증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원·달러 환율 전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국내 물가상승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재정·경상 수지 상황을 볼 때,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려했던 미국만 성장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국내 경기둔화 대응에 대한 요구는 높아졌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6월 한 달간 주식시장에서 1조1000억원 순매도한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4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원화 자산 전체에 대한 매도보다는 무역전쟁 등 불안요인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난달 14일부터 29일까지 보름간 원·달러 환율은 1077.2원에서 1114.5원으로 3.3% 하락했다. 이는 신흥국인 아르헨티나(8.3%), 브라질(3.8%) 통화 절하율 대비 낮은 수준이다. 반면 태국과 인도네시아(각각 3.0%), 호주(2.4%), 남아공(2.3%) 통화 대비로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가치 하락 속도가 빠른 이유로는 남북 화해무드로 신흥국 불안이 뒤늦게 반영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를 넘어서지 못하자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향후 달러 강세 기조가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분쟁을 정치적 이슈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무역분쟁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북한 이슈’가 작용한 원화를 제외하고 여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시장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역갈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주요 시장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달러 약세를 확신할 수 없다.

한 국가의 환율을 설명하기 위한 기초 경제변수인 물가와 성장률로 볼 때, 원화가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 상승과 성장률 둔화는 통화가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초중반에 머물고 있는 반면,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은 확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유가 상승도 원화가치 약세 전망에 힘을 싣는다.

▲ 미국 재정수지와 기준금리 추이 [출처: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통화긴축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재정정책은 확대 중이다. 통산 금리인상기에 미국의 재정적자는 축소됐지만 팽창된 사례는 처음이다.

미국의 경상수지도 이전과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경상수지도 확대됐으나 최근 경상수지는 악화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 미국 경상수지와 기준금리 추이 [출처:한화투자증권]

최근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Fed의 금리인상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경기둔화 대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통화정책 측면에서 뾰족한 대책은 없다. 한국은행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강세보다는 원화 약세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