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 개발한 음식인 실버푸드(Siver Food)가 필연적인 식품산업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실버푸드의 개념을 확장한 ‘케어푸드(Care Food)’분야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케어푸드는 건강상의 이유로 맞춤형 식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차세대 가정간편식이다.

국제연합(UN)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 진입 후 17년 만인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해 실버푸드, 케어푸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6526억원, 2015년 7903억원, 지난해 1조1000억원으로 3년만에 68.5% 성장했다.

▲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 68.5% 성장했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케어푸드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에선 주목받는 분야다. 미국에선 고령자나 환자, 영유아 등 특별한 식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만든 케어푸드 시장 규모가 26조원에 이른다. 2020년에는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2006년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일본도 케어푸드 선진국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청·장년층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로 일반 음식을 먹기 어려운 이들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스마을 케어’라는 분류를 만들어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음식을 씹거나 삼키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지 등을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로고를 붙여 한눈에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한 것이다. 일본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케어푸드를 편의점, 레스토랑, 배달서비스 등으로 편하고 쉽게 섭취할 수 있다. 케어푸드는 일본에선 ‘가이고(곁에서 돌봄)식품’으로 불린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2조원대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최근 가루나 액상 형태의 ‘병원 환자식’을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케어푸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주 고객은 고령층과 환자지만 더 넓은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국내 식품대기업들은 제조 노하우를 살려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 국내 굴지 식품기업들이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출처= 각 사

종합식품기업 CJ제일제당은 올 하반기부터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와 신제품을 출시한다. ‘부드러운 불고기덮밥’, ‘구수한 강된장비빔밥’, ‘마파두부덮밥’ 등 5종류는 이미 개발을 마쳤다. 올해 안에 9종을 더 개발해 총 14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그동안 쌓아온 식품제조 기술이 강점이라고 말한다. 이미 2009년부터 희귀 질환자를 위한 기능성 제품인 ‘햇반 저단백밥’을 출시하는 등 해당 분야에 대해 연구를 지속했다. 가장 핵심기술은 ‘원물 제어 기술’이다. 음식을 잘게 갈지 않고 충분히 본래의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 소화도 잘 되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이다. 저염 기술로 이전 제품보다 나트륨 함량도 25% 이상 줄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전 음식의 맛과 겉모습을 유지해 먹는 즐거움을 주는 것도 핵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공을 들였다”면서 “치과 치료 등 일시 신체 기능이 떨어지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산모, 어린이 등 더 넓은 수요를 겨냥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10월 연화식(軟化食) 전문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연화식 전문 제조시설을 갖췄다. 부드러운 스테이크 등 기술 2종과 관련한 특허를 신청했다. 현재 고등어 등 8가지 생선을 뼈째 먹을 수 있게 시범적으로 만들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 설엔 한우갈비찜 등 연화식으로 만든 선물세트를 처음으로 내놨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도 성남시에 스마트 푸드센터를 완공하고 일반 소비자까지 확대해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지난해 말 고기와 떡, 견과류의 딱딱함을 조절하는 기술을 특허 신청했다. 효소를 침투시켜 음식의 연한 정도를 조절하는데 연근이나 우엉조림 등 딱딱한 채소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올해 안에 시중에 제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죽 전문 프랜차이즈인 본죽은 지난 5월 전북 익산에 생산 공장을 만들고 영유아부터 고령층, 환자까지 생애 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유동식 개발에 나섰다.

한정수 식품영양학 박사는 “집밥처럼 맛있으면서 씹기 쉽고, 저염, 영양, 건강 균형 등 기능성을 더한 케어푸드가 대중화 될 것”이라면서 “노인, 환자뿐만 아니라 음식 섭취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로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