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변화하고 있다. 안정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공기업과 달리 끊임없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기업 DNA’를 보유하며 성과 중심주의로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부실자산정리기관에서 종합자산관리기관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장영철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장영철 사장을 만나 그 동안의 업적과 향후 비전을 들어보았다.

서민 금융 활성화 ‘바꿔드림론’ 인기몰이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이하 캠코)가 운영하는 신용회복기금 ‘ 바꿔드림론’ 이 최근 가계 빚을 줄이려는 서민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꿔드림론’은 ‘전환대출’이란 표현을 좀 더 친근하게 바꾼 말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대부업체, 또는 저축은행 등에서 받은 고금리대출을 8.5~12.5%(평균 11%) 의 은행대출로 바꿔주는 서민금융제도다.

연 20% 이상 대출을 6개월 이상 정상 상환하고 있고, 신용등급이 6~10등급에 해당하며 연 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바꿔드림론을 이용할 경우 연간 30% 이상의 이자를 절감(1000만원을 대출받은 경우, 연간 300만원 이상)할 수 있다.

장영철 사장이 요즘 ‘바꿔드림론’으로 인해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서민금융 협력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후 ‘바꿔드림론’실적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캠코는 지난 해 12월부터 지자체의 복지행정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경기도를 비롯한 12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MOU를 체결했다. MOU를 맺은 후 ‘바꿔드림론’이용자가 190%나 폭증해 9월말 기준 지난해 연간 실적의 2배를 넘어섰으며, 전화와 상담창구를 통해 하루 3000여명이 문의를 해올 정도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공헌브랜드 ‘희망리플레이’를 선포한 캠코가 저소득층을 위한 나눔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장사장은 “올해가 지자체와 네트워크 구축 등 캠코의 서민금융 지원사업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시기였다면, 내년에는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서민금융 지원사업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금융뿐 아니라 국·공유 재산관리 및 개발에 대한 캠코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국유재산관리 전용 시스템 개발 등 효율적인 관리업무 수행을 통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조원의 재정 수입을 거둔 캠코는 2004년 이후 총 9건의 위탁개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현재 삼성동에 2건의 위탁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유재산 관리·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공유재산 99필지를 공사가 위탁받아 시범 관리 중이며, 종전 대비 150배(800만원→12억원)의 수익이 예상됨에 따라 추가적인 위탁관리를 검토하고 있다.

‘희망 리플레이’로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
취임 후 체계적인 캠코형 사회공헌활동의 추진 필요성을 절감한 장영철 사장은 지난 4월 공사창립 기념일에 새로운 공사의 사회공헌 브랜드로 ‘희망 리플레이(Replay)’를 선포하고 ‘희망프로보노 봉사단’을 발족했다.

‘희망 리플레이’는 종합서민금융지원 기관으로 저소득·금융소외계층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희망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로 이뤄졌으며, 기초생활·신용지식·자활기회·문화역량 나눔의 4가지 나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적십자사와 ‘사회공헌협력 기부약정’을 체결하고, 5억원을 기부해 공사 신용회복프로그램 이용고객 등 1630명을 대상으로 저소득층 가족여행 지원, 의료복지용구 구입비 지원, 자녀 학습지원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KB금융그룹과 사회공헌 협약을 맺어 사회공헌 공동기금 조성, 신용회복신청자 취업 지원 등 저소득·금융소외계층에 특화시킨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KB신용정보사에 공사 채무자 3명이 채권관리사로 채용됐고, 연말까지 2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는 공사 성실채무상환고객 중·고·대학생 자녀에게 희망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조직개편·성과연봉제 도입 새바람
“위기 때마다 기능을 진화시켜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키우는 트랜스포머와 같은 느낌” 이것이 바로 캠코에 대한 장영철 사장의 첫 인상이었다. 지난 해 11월 초 캠코 사장으로 취임한 장 사장은 일반적인 공기업이 조직 안정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캠코는 새로운 업무영역에 도전하는 벤처정신과 조직혁신에 대한 열의가 매우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초기에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을 맡아 공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던 장 사장은 공기업의 선진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가 취임 1년간의 행적 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대목은 공기업 최초로 ‘성과연봉제’ 를 도입한 것이다.

그는 공기업 선진화의 핵심과제로 ‘성과를 정확하게 분배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직원들을 적극 설득해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그 결과 개인의 성과와 직무에 따라 간부 직원의 경우 총 연봉의 23% 이상, 일반직원의 경우 11% 이상 차이가 나는 전직원 연봉제를 정부 권고안보다 1년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다.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소탈하고 격의없는 사장으로 통한다. 트위터나 메일, ‘런천미팅’ 등 온오프라인 방식을 활용해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누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제게 시(詩)를 보내오는 직원도 있고 제가 보낸 답장을 화면 캡처해놨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은 ‘소통과 통합’입니다.” 이같은 장 사장 특유의 노력은 캠코를 ‘신명나는 직장’으로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캠코는 ‘한국자산관리공사’라는 사명에 걸맞게 ‘종합자산관리회사’라는 새로운 비전을 정립했다. 국가의 종합자산을 관리한다는 장기비전아래 자산의 개념을 국가자산, 금융자산, 신용자산으로 구분해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국가경제의 IB’로 발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