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 밸리에 사무실을 두는 이유는, 이 지역이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고 ‘핵심 인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출처= extremetech.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고조된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감으로써 미국의 기술적 우위가 약화되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이 미국 기술 기업에 투자하거나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또 다른 방식으로 미국 기술을 두드리고 있다. 바로 인재를 데려가는 것이다.

정부 관리들, 인재 스카우트 회사들, 그리고 실제 접촉을 받은 사람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 과학자, 숙련 기술자, 특히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계 연구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당연히 기술 대기업, 연구소, 벤처 투자자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 밸리가 주요 표적이다.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기술 정책 고문을 맡고 있는 지도급 인사인 예 티안춘은 중국의 최첨단 기술 수요와 관련 시장의 성장 전망을 홍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컨벤션 센터에서 중국어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우리는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300명이 넘는 중국인들과 중국계 미국인들이 중국의 반도체 연구를 이끌고 있는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바람에 개막식 연회에는 음식과 자리가 모자라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같이 앉아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중국은 인공 지능에서부터 생명 공학과 로봇 공학에 이르기까지 기술 강국으로서 미래의 산업을 장악하고, 시진핑 주석의 말대로 중국을 ‘혁신적인 글로벌 리더’가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그런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소위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 회사를 인수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제한을 준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런 조치를 유보했지만, 대신 기존의 제한 조치를 활용해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보고서는, 중국이 기술 인재를 빼내가고 스타트업들을 중국에 유치하기 위한 통로로, 티안춘이 연설했던 것 같은 컨퍼런스 행사와 중국 기업들의 실리콘 밸리 진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에서 일하고 있거나 공부하고 있는 중국계 과학자와 학생, 기업들의 미국 기술과 영업 비밀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비자 단속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의 전기차 회사 샤오펑 모터스에는 테슬라, 벤츠, 포드 등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즐비하다.    출처= xiaopeng.com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도 이런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Alibaba Group Holding Ltd.)와 검색 엔진 바이두(Baidu Inc.) 같은 중국 기술 대기업들은 실리콘 밸리에 R&D 조직을 갖고 있다. 중국 국영 회사가 마련한 제트 파크(Z Park)라는 3층 건물은 중국 기술 기업들과 벤처 캐피털의 미국 허브 역할을 하기위해 만든 것이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실행하는 시대에 컴퓨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수요가 아주 많아 많으며 이들은 직장을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다. 기술 업계의 보상 수준을 추적 조사하는 페이자(Paysa Inc.)의 지난 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 대기업의 경우 기술 직원들의 평균 근속 년수는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2년 이내에 직장을 바꾼다는 것이다.

구 준리는 중국의 명문 대학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실리콘 밸리로 왔다. 그녀는 구글 본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후 칩 제조업체인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dvanced Micro Devices)에 입사해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응용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그녀는 다시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로 옮겨 자동 조종 장치 부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테슬라에서 20개월 근무한 후 그녀는 지난 해 10월 다시 중국 온라인 대기업 알리바바가 후원한 중국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샤오펑 모터스(Xiaopeng Motors)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캘리포니아 팰로 앨토(Palo Alto)에서 이 회사의 자율주행사업부를 맡고 있다. 결국 그녀는 미국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중국 회사를 잡은 것이다.

“미국 회사에서 제품을 만드는데 직접 참여하면서 어디가 약점이고 어디가 문제인지를 잘 알게 됐지요.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력 이동은 개인적으로 기회를 좆는 경향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런 인재의 이동은 선진 기술과의 격차를 줄이기위한 중국 정부의 조직적 노력에도 부합한다. 중국 기업의 인재 스카우트는 항공, 정보 네트워크, 신 에너지 차량, 로봇 공학을 포함한 12개의 최첨단 분야를 마스터하기위한 국가 전략에 따라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과거 구글에서 오래 동안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콘 밸리에 리프닷에이아이(Leap.ai)라는 헤드헌팅 스타트업을 설립한 중국 출신의 주 융카이는 (미국이 중국의 미국 기술 기업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을 가진 인력 이야말로 미국과 중국간에 원활하게 이전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람과 일자리를 매칭시켜주는 일을 한다.

중국과 미국의 최고 대학을 졸업한 중국인들과 중국계 미국인들은 실리콘 밸리 지역에 넓게 분포하며 페이스북, 구글 등 여러 기술 대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명절인 음력 설날(춘절) 기간 동안, 중국 최고의 공과대학 출신들은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 퍼져 있는 많은 회원들을 위해 연회를 베푼다.

▲ 구글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주 융카이와 리차드 리우는 실리콘 밸리의 중국 기업에 기술 인력을 공급해 주는 헤드헌팅 회사를 설립했다. 그들은 "기술 인력 이야말로 미국과 중국간에 원활하게 이전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Leap.ai

역시 구글에서 융카이와 함께 일하다 2년 전 리프닷에이아이를 공동 설립한 리차드 리우는, 리프닷에이아이를 창업했을 때 처음에는 보다 광범위한 기술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중국인 이용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프닷에이아이의 총 이용자 중, 약 70%가 엔지니어이고, 50~55%는 중국어를 사용한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인을 채용하는 경향이 압도적이다. 인력자원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중국 기술 회사에서는, 엔지니어의 80% 이상이 중국어로 할 줄 안다.

엔지니어 인적 자원 관리자에 따르면, 경쟁사 간의 간격을 좁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것이다. 우버 테크놀로지(Uber Technologies Inc.)와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 (Waymo LLC) 사이에 벌어진 자율주행 기술 도용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쟁 업체로 이동하는 엔지니어로 인해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테슬라에서 일했던 구 준리는, 그녀의 새 회사 샤오펑 모터스가 자율주행사업부를 실리콘 밸리에 두고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이 마이크로 프로세서 같은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고 ‘핵심 인재’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 네트워킹 사이트 링크트인(LinkedIn)에 있는 그녀의 프로필 페이지 맨 위 그녀의 이름 옆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게시돼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