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간노 히토시 지음, 김경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튀는 것을 용인하지 않고, 남들과 다르면 ‘뭔가 잘못’이라고 여기는 분위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처럼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로 고민하는 딸에게 조언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친구는 적지 않은데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는 사람’ ‘새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왠지 두려운 사람’ ‘이성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사람’ ‘부모자식 사이가 완만하지 못한 사람’ 등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고민한다.

타인과 관계 맺기란 자기의 의지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타인과 사이가 좋다 해도, 우리가 아무리 상대를 배려해 말하고 행동한다 해도 오해가 생기고 사이가 틀어진다. 저자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경우는, 딱히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없었는데도 상대방의 무심한 말과 행동으로 내가 상처를 입을 때, 또는 무의식적인 내 말과 행동으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가 상처를 입을 때”라고 슬픈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때로는 상대방과 친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친하다는 표현’을 더 강하게 해야 할 때가 있다. 저자는 이것을 ‘동조 압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예를 문자 메시지에 빨리빨리 답장을 해줘야만 친한 사이가 유지된다는 강압적인 전제는 부담감을 안겨준다. 이런 동조 압력으로 서로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친구를 사귀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 똑같이 행동하는 것을 지향하는 ‘동질성’에서,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공존성’으로 나아가는 것을 저자는 해답으로 제시한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도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눠야 하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함께 잘 공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친밀한 사람과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가 적당한 것일까? 저자는 사람마다 이러한 ‘거리 감각’이 다르며, 사이좋게 잘 지내는 관계는 서로 거리 감각이 같기 때문에 딱 알맞은 관계라고 정의한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과도 공존해야 하는 이른바 직장이나 학교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가 최선의 방법이다. 싫은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지만, ‘친한 사이 혹은 적대하는 사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양자택일보다는 태도 유보라는 중도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살다 보면 언젠가 나를 100%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이는 착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 생각은 오히려 상대와의 관계에서 더욱 쓸쓸함을 느끼게 만들 뿐이다. 특히 이런 착각은 연애 관계에서 하기 쉽다. 친구든 연인이든 자기를 온전하게 전부 받아주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늘 인지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관계를 심화시켜야 한다.

책의 말미에는 타자와의 관계를 저해하는 언어들, 즉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이에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나열되어 있다. ‘빡쳐’와 ‘짜증나’는 불쾌한 감정이 들었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불쾌함만을 전달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또한 ‘그건 그렇고’는 상대방의 말을 끊음으로써 소통의 기회를 스스로 빼앗아버리는 말이다.

저자는 이외에도 혼자 있는 시간에는 독서를 통해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소통하는 등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해나가기 위한 조언을 던진다. 10년 전에 쓴 책이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부제는 ‘‘사이좋게’에서 자유로워지는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