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코스요리> 천위안 지음, 송은진 옮김, 영인미디어 펴냄.

 

이 책은 CEO가 갖춰야 할 경영의 기본을 풀코스 요리에 빗대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7가지로 구분된 풀코스 성찬은 ▲애피타이저(트렌드) ▲샐러드(마인드) ▲스프(시스템) ▲주요리(전략) ▲부요리(마케팅) ▲디저트(브랜드) ▲커피(위기를 기회로) 등이다.

식욕을 촉진하는 애피타이저는 ‘트렌드’다. 트렌드를 선도하거나 잘 따라가기만 해도 흥할 수 있다. 거스르면 망한다. 현재의 상황에 더욱 주목하고 이를 면밀히 분석해 미래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것이 성공하는 CEO의 첫걸음이다.

‘샐러드’와 ‘스프’는 ‘마인드’와 ‘시스템’이다. CEO의 경영 마인드는 기업의 동력이 될 수도, 굴레가 될 수도 있다.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시스템’도 중요하다. 시스템이 문화가 되었을 때 기업은 최대의 생산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고착화하고 부패하면 조직과 조직의 구성원은 큰 상처를 입는다.

메인코스인 ‘주요리’와 ‘부요리’는 ‘전략’과 ‘마케팅’을 뜻한다. ‘만 리 앞을 내다보듯(明見萬里,명견만리)’ 현재에 입각해 미래를 살피고 내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을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현장에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환경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케팅은 전략의 집행자로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쟁’이다.

‘디저트’는 ‘브랜드’다. 불에 타 재가 되어도 그 존재를 드러내는 브랜드만이 소비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 성찬의 마무리 ‘커피’에 해당하는 것이 ‘위기를 기회로’다. CEO는 위기를 잘 극복하고 그것을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정이 아닌 긍정의 시선으로 위기의 진상을 직시하고 조직 내부의 ‘인화’를 바탕으로 위기에 맞서 싸울 줄 알아야 한다.

책 속에는 업계의 냉소에도 사업적 직감을 밀어붙여 평균 3초에 하나씩 팔리는 바비 인형의 주역 마텔사 루스 핸들러, 안팎의 반대에 직면해 첫 주문량 3만대를 팔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쳐 ‘워크맨’을 성공시킨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가 등장한다. ‘포화된 시장’에서도 모험정신으로 무궁무진한 기회를 찾아낸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절대적 완벽을 추구하며 모든 디테일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이뤄 마침내 누구도 넘보지 못할 브랜드 성벽을 쌓아올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소개된다.

이 책의 주요리(전략)편에는 ‘진화’에 성공한 일본의 100년 이상 된 기업 ‘시니세(老鋪, 노포)’가 한 곳 나온다. 1823년 히로시마에서 창업한 토다공업이다. 이 업체는 식용 적색 착색료인 로즈벤갈을 주로 생산했는데, 훗날 황산제이철을 연소시켜 로즈벤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 때문에 히로시마 1등 공해기업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 폐업 직전까지 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한 토다공업은 황산제이철을 태우지 않고 액화시켜 사용하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토다공업은 액화 황산제이철의 부산물인 자분(磁紛, 자석성분의 입자)이 카세트테이프의 음질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다산업은 음악산업 발전에 맞춰 카세트테이프에 이어 CD, DVD, 프린터 OPC 드럼에 적용할 수 있는 자분을 잇달아 개발했다. 토다공업이 195년 동안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치열한 ‘진화’ 덕분이었다.

샐러드(마인드)편에는 마피아의 경영 노하우가 등장한다. 8년 6개월의 수감 기간을 마치고 출감한 고위직 마피아 루이스 페란테가 컨설팅업을 시작했다. 학위는 없었지만 페란테에게는 범죄현장에서 보고 배운 노하우가 있었다.

마피아 시절 페란테의 부하가 뉴욕 퀸스의 오존파크에 작은 도박장을 열었다. 도박장은 창고 뒤편에 있어 입장하려면 거대한 화물더미를 통과해야 했다. 불리한 입지조건 때문에 경영난에 처하게 되자 페란테는 저렴한 간식거리를 공짜로 제공해보라고 조언했다. 얼마 후 후미진 토니의 도박장은 도박중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페란테는 “영혼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위를 자극하라”는 중국 속담을 꿰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