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0조원을 투자해 전국 낙후지역 500곳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재생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2013년 재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도시 쇠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노후 불량주택이나 도심 건축물은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정비했다. 또 부족한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도시환경과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노후화한 환경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이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사회·경제·문화 여건과 공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았다.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은 기존 도시정비를 넘어 인프라 재정비, 주거복지 차원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도시재생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지원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통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리츠(REITs)’ 방식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개발 투자 방식에 해당하는 ‘도시재생 복합개발 리츠’는 공공자금 투입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천안 동남구청사(2017년 4월 착공)와 청주 옛 연초제조창(2018년 4월 착공)의 도시재생사업은 사업주체 간 사전협의 부족, 민간참여 저조 등에 대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은 출자한도 확대, 금리인하, 기금 상환 기간 연장, 전환사채 발행 등 자금 지원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또 사업계획 수립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사전협상제도 도입, 지방 공기업도 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 역할 수행도 허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공기업 등이 리츠에 토지, 건물 등 현물을 출자하면 다양한 세제 혜택 등에 대한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도시재생, 왜 리츠가 필요한가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한다.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이 발생하는 수익형 부동산에 장기 투자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도시재생은 초기의 복원·인프라 구축단계, 중기의 개발 단계, 장기의 투자·운영 단계로 나뉜다. 자금조달 주체에 따라 공공, 민관파트너십, 민간으로 분류된다.

복원·인프라 단계에서는 공익적 사업영역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공공자금이 활용된다. 개발단계에서는 민관파트너십이 주도하는 구조가 활용된다. 민간자본으로 이뤄진 리츠는 투자·운영에 주로 참여한다. 확장의 개념으로는 리츠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 이익을 누리고 지속적인 보유를 통해 운영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리츠는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다양한 포지션에 위치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도시재생사업에 리츠가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SH도시연구원 보고서(박원석 대구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작성)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리츠인 연방부동산투자신탁(Federal Realty)은 2015년 말 기준 90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총 투자 면적은 199만㎡에 이른다.

투자전략의 특징은 기존 소매시설 매입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도심부에 입지한 부동산 개발, 특히 복합용도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목할 점은 복합용도개발을 통해 활력이 넘치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조성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단순 부동산 개발이 아닌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여타 리츠와 차별화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어셈블리 로우(Assembly Row)다. 보스턴 인근 서머빌시에 입지한 복합용도 부동산으로 총 개발 연면적은 26만㎡에 이르며 오피스, 쇼핑센터, 주택, 레스토랑, 호텔, 영화관, 오락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포드 자동차 공장이 있던 자리다. 1958년 포드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황폐화된 부지를 2004년 연방부동산투자신탁이 매입해 2014년 복합용도 개발을 완성했다.

10여년의 장기 사업인 만큼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민관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했다. 또 어셈블리 로우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했다. 세제 혜택은 물론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이끈 리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의 리츠는 일본의 형태와 유사하다. 일본 모리힐즈 리츠는 모리 빌딩이 설립한 오피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리츠다. 2016년 말 기준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은 총 10개, 투자 부동산 규모는 3398억엔이다. 오피스 투자 비중은 85.7%로 모든 부동산이 도쿄에 입지해 있다.

건물의 완성연도를 보면 2000년대 이후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모리힐즈 리츠는 도시재생사업의 완성물에 주로 투자하는 리츠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개발과정에 참여하기보다 완성부동산의 출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본의 대형 리츠들 대부분이 미쓰이, 노무라, 모리와 같은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리츠를 설립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의 출구로 사용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리츠가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재생사업에 활용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도시재생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 추진은 물론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리츠의 안정적인 시장 정착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리테일 몰락·금리상승, 부동산 호황 끝?

최근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리테일의 몰락이다. 미국 최대 쇼핑몰 보유 업체인 사이먼프로퍼티 그룹의 주가는 지난 2016년 말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만으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리테일의 부진 원인으로는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성장이 꼽힌다. 사람들이 쇼핑몰에 직접 찾아갈 유인이 크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앵커의 부재’라고 지적할 수 있다. 유명 백화점, 명품숍 등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방문객이 줄어드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장난감 소매업체인 토이저러스가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에 이어 올 초 180개가 넘는 점포를 폐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 앵커를 중심으로 군집한 소매업(리테일)은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임대료, 인건비 등) 압박으로 피해가 더 커진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지난 2016년까지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서 리테일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온라인·모바일 성장이 오프라인 업체를 압박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문제는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순응하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대가 변한 만큼 쇼핑몰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고 이를 도시 개념으로 확대해 오프라인 전체를 활성화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온라인 성장과 오프라인의 몰락은 도시 황폐화로 이어진다. 유동인구는 줄고 리테일 산업은 붕괴된다. 일자리 감소는 물론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도 충격을 받는다. 더 나아가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업계 전반에 덮칠 수 있는 거대한 충격이 이전과는 분명 다른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리츠가 그리는 ‘큰 그림’

도시재생의 근본적 목적은 특정 지역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주민과 상인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속적 발전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장기적 플랜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도시재생에 민간자본 참여가 필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리츠는 도시재생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펀드 대비 대단위 도시 개발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인프라(통신시설, 송전선 등) 구축에도 효과적이다. 미국에서는 리츠의 자산 허용 범위를 확대해 삼림지, 농장토지, 재생에너지 등을 보유하는 곳도 생겨났다.

 

현재 한국 리츠는 오피스, 리테일, 호텔 등에 대한 투자로 국한돼 있다. 높은 수익성을 제공한다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올해 최초 공모 리츠인 이리츠코크렙은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도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투자대상이 다양해질 경우 리츠 시장의 성장과 함께 도시재생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츠는 단순 투자시장의 확장 개념보다는 도시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