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미국 커피전문점 브랜드 스타벅스의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1999년 국내에 들어온 스타벅스는 ‘문화를 판다’는 전략이 먹혀들어 한국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가 지역을 차별하고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지만 스타벅스가 어디까지 확장할 지에 커피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국내 이디야가 스타벅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우리 경제가 3.1% 성장하고 있는 사이 매출액 1조2635억원, 영업이익 1144억원을 거둬들였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에 비해 26%, 34% 증가했다. 그동안 영업으로 벌어서 쌓아둔 이익잉여금만 해도 무려 3025억원에 이른다. 경영 확장을 위한 두둑한 실탄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100% 직영점 체제 고집

업계는 이 같은 스타벅스의 독주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100% 직영점 체제를 꼽고 있다. 스타벅스의 출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해가 2013년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 토종브랜드인 ‘카페베네’의 숫자가 스타벅스 보다 많았다. 그러나 그 해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출점 거리 제한이 생기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스타벅스는 1999년 1호점 문을 열면서부터 가맹점이 아닌 100%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영점은 출점 규제를 받지 않아 공격적인 점포 수 늘리기가 가능하다. 성장 또한 이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출점거리제한이 적용되기 전인 2013년 커피전문점 브랜드별 매장수를 보면 이디야,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뒤를 이어 4위로 뒤쳐져 있었다.출처= 각 사
▲ 스타벅스의 연도별 매장 수 추이를 보면, 출점거리제한이 생긴 2013년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출점으로 매장수를 빠르게 확대했다. 출처=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2013년 599곳의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출점거리제한 개정 다음해에는 740곳으로 무려 141개 출점을 했다. 2015년 129곳, 2016년 131곳, 지난해 141곳으로 해마다 120곳 이상 추가 출점을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가맹점 브랜드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지역별 매장을 검색을 하면 서울시청역(1, 2호선)을 중심으로 을지로역(2호선)을 중심으로 35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점거리제한(반경 500m)이 없는 스타벅스는 블록 당 하나, 심지어 마주 보고 있는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출점거리제한이 없는 스타벅스는 서울시청역(1, 2호선)을 중심으로 을지로역(2호선)을 중심으로 35개의 스타벅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출점에서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허브는 바퀴, 스포크는 바퀴살을 의미한다. 자전거바퀴 축을 중심으로 주요 상권을 장악해 나간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공격적인 출점은 스타벅스코리아를 지난해 기준 전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 TOP5 안에 들게 만들었다. 미국(1만3930곳), 중국(2936곳), 캐나다(1460곳), 일본(1218)에 이어 한국은 1108곳으로 무려 5위를 차지했다.

▲ 국가별 스타벅스 매장수를 살펴보면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한국이 5위를 기록했다. 인구수 대비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 바'는 세계 1위다. 출처=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 바’는 국내에 30곳이 있다. 스타벅스의 고향 미국(35곳), 중국(52개) 보다 적지만 인구 대비로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많다. 해마다 100곳이 넘는 매장을 출점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올해 150개의 스타벅스 직영 매장이 폐점될 예정이다.

직영점의 장점 중 하나는 스타벅스의 서비스·교육 정책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직영시스템은 커피·서비스 교육, 서비스정책 등 일관된게 운영할 수 있다”면서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리워드프로그램, 사이렌오더 같은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어 회사의 목적 달성을 빨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빅데이터 기반 개인화 서비스

스타벅스는 애플리케이션으 적극 활용해 핵심 소비자층을 관리·유지하고 있다. ‘마이 스타벅스 리뷰(스타벅스 앱 내 프로그램)’으로 상시 소비자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더불어 개인의 매장 정보, 최근 구매 이력, 주문 시간대와 날씨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기능을 더한 ‘사이렌 오더(앱 내 주문 시스템)’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전체 사이렌 오더 주문 가운데 37%가 맞춤형 추천 항목으로 들어온다”면서 “추천 서비스 적용 이후 증가한 주문 건수가 월 10만건 정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걱정? 스타벅스 “괜찮아요”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으로 상징성이 큰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 SPC그룹의 커피전문점 커피앳웍스, 국내 토종 브랜드 엔젤리너스 등이 점포를 수를 줄이지만 스타벅스는 반대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대형 매장이 들어가는 곳은 월 임대료가 수천만원이다”면서 “경기침체, 최저임금 이상 등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건물주는 임대료를 두 배씩 더 올리니 버틸 수 없어 폐점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의 불황에도 스타벅스는 출점을 늘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 상반기에 75곳에 점포를 추가 출점하거나 출점할 예정으로 있다. 같은 기간 폐점한 점포가 6곳으로 순수하게 69개의 점포를 늘린셈이다. 국내 2위인 투썸플레이스는 동기간 개점 79곳, 폐점 23곳으로 56개의 점포가 늘었다. 3위인 엔젤리너스는 개점 17곳, 폐점 30곳으로 오히려 13곳의 점포가 줄었다.

▲ 2018년 상반기 브랜드별 출점과 폐점 매장 수를 보면, 스타벅스가 가장 많이 출점한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각 사

재밌는 것은 엔젤리너스, 투썸플레이스 외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나간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신논현역 6번 출구 옆 교보강남타워 지난달 26일 문을 열었다. 이곳은 롯데GRS의 커피전문점 엔젤리너스가 2004년부터 14년 동안 직영점을 운영한 곳이다. 높은 임대료에 두 손을 든 롯데GRS 대신 스타벅스가 들어온 것이다.

신논현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모(47)씨는 “요즘 임대료가 천정부지 올라 포기하고 나가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많다”면서 “그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인근에 엔젤리너스와 커피앳웍스가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나간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매장 출점은 점포개발팀이 임대료와 커피수요 등 수익구조를 짜고 출점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주변에 스타벅스 매장이 있어도 충분한 커피수요가 있으면 인근에 새로운 매장을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대부분의 매장은 매출액 대비 수수료를 내는 방식으로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한다.

지역 차별 · 골목상권 침해

스타벅스가 지역을 차별한다는 불만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스타벅스의 매장수가 크게 차이가 난다. 서울 강남·서초구에 112개의 매장이 있지만 도봉구에는 단 한 개의 매장밖에 없다. 강북구에도 5개, 중랑구에도 6개뿐이다.

▲ 스타벅스 매장은 서초구 46곳, 강남구 69곳, 주앙구 6곳, 강북구 5곳, 도봉구 1곳으로 지역별로 편차가 커 지역차별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스타벅스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문제도 있다. 스타벅스는 골목상권보호 명목으로 대로변에만 출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뒷골목 소규모 커피전문점의 입장은 달랐다. 최근 문을 연 스타벅스 노량진점 인근 소규모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34세, 남)는 “몇 달 전 대로변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스타벅스 노량진점에서 만난 윤모(23세, 여)씨는 “카페를 찾을 때는 커피를 마실 목적도 있지만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면서 “소규모 카페는 자리가 협소에 일정시간 이상 머무르기가 불편해 공간이 넓은 스타벅스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독주 계속될까

업계는 국내 토종 커피브랜드 이디야에 주목하고 있다. 이디야는 스타벅스와 달리 가맹방식으로 운영해 빠르게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디야의 누적 가맹점은 2014년 1467곳이다. 2015년 1087곳, 2016년 2116곳, 지난해에는 2436곳으로 해마다 23%, 17%, 15% 등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4년만에 1033곳을 추가 출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 국내 토종 커피전문 브랜드 이디야는 가맹방식으로 빠르게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출처= 이디야

스타벅스는 커피수요가 있는 상권에 집중돼 있다. 반면 가맹방식의 이디야는 영업권을 분리하고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상권에 밀집되기보다 균일하게 입점해 있다. 80평 이상의 대형매장만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달리, 이디야는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도 운영하는 등 매장의 면적 기준이 없어 골목 상권에도 입점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이야 가맹점 매출이 정확히 산출되지 않지만 8000억원에서 9000억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다수의 가맹점으로 이른 시일 안에 스타벅스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