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이혼은 한국에서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가족의 해체는 자녀들의 정체성 혼란, 양육비 갈등 등 온갖 문제를 양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이혼건수는 8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1% 증가했다. 올들어 4월까지 이혼 건수는 3만4400건을 기록했다. 한국의 이혼 건수는 2016년 10만7300건, 지난해 10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지만 10만건 이상을 넘었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뜻하는 유배우 이혼율은 지난해 4.4건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이는 그만큼 많은 가정이 해체됐다는 뜻이다. 그럼 북한은 어떨까?

이혼은 북한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소식통들의 전언이어서 정확하지 않고 통계로써 뒷받침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 사회의 변화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7일(현지시각)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에서 이혼이 증가하면서 가정 해체가 빈번해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혼 후 양육권에 대한 법적장치가 미흡해 일부 어린이들이 거리에 방치되고 있다고 RFA는 소식통들의 말을 전했다.

북한에서 이혼 재판은 보통 이혼을 청구한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 재판소에서 열리며, 단심으로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이후 자녀는 여성들이 부양하는 게 일반적이며, 남편은 자녀가 소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자녀양육비로 봉급의 10%를 달마다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25일 RFA에 “최근 장사로 생계를 해결하는 시장경제가 일상화하면서 등장한 사회문제는 부부가 이혼해 가정이 해체되는 현상”이라면서 “중년보다 30대 젊은 층에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데 해체된 가정의 어린 자녀들이 길거리에 그대로 방치되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최근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돈주로 알려진 한 30대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불륜을 의심받아 폭력을 당하고 다음날 재판소에 이혼을 청구했다”면서 “그러나 재판소에서는 남편의 폭력은 이혼사유가 안된다고 이혼을 불허했고 이에 반발한 여성은 법도 믿을 게 못 된다며 세 살짜리 아들을 버리고 가출해 버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시장이 잘 발달된 도시의 여성들은 가정 생계를 책임지면서 지금까지 가부장제 문화로 억눌려 산 분노를 이혼이나 가출로 표출하고 있다”면서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대체로 여성들이 양육권을 맡지만 돈벌이를 못하는 남편들이 양육비를 대주지 않아 여성들은 남편에게 자식을 보내고 양육 능력이 없는 남편들은 결국 자녀들을 길거리 방랑아로 방치한다”고 덧붙였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RFA에 “장마당이 활성화하면서 장사에 못 나가는 남자들의 위상은 내려가고 여자들이 득세하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남자들을 배급도 없는 국영공장에 얽매여 놓으니 가정에서 남자들은 돈도 벌어오지 못하는 쓸모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지금 조선에서도 성문화 개방 풍조가 만연해 남성이든 여성이든 외도로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경제의 부작용이 조선의 이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가족법이 여러 번 개정돼 부부가 이혼을 신청하면 이혼사유가 정당한지 밝히고 이혼 후 양육비 지불을 의무화 하는 등 법규정이 구비돼 있지만 법 규정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어 법은 종잇장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일부 이혼 부부의 어린 자녀들만 희생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