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하이난의 보아오 에버그란데 국제병원.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브리검 헬스는 중국 파트너인 에버그란데 헬스가 이 병원을 설계하는 것을 도왔다.   출처= BOAO EVERGRAND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 12개의 병원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 프로메디카(ProMedica)는 정체에 빠진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오하이오주 북서부 털리도(Toledo)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병원의 경영진과 직원은 최근 국내에서의 매출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 선전, 성도의 병원들을 방문해 중국 병원과의 제휴를 포함해 중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병원 그룹의 랜디 우스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우리의 전통적인 세계 밖을 바라보아야 한다. 인구가 정체되어 있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비용 압박과 경쟁으로 의료 행위 자체가 병원 밖으로 이동되고 있는 프로메디카의 국내 시장 환경에서 성장 모델을 꿈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병원 산업은 투자가 쉽지 않은데다 지난 수 년 동안 견고한 국내 시장에 만족하다 보니 미국의 다른 어떤 산업 분야보다 세계화 속도가 지지부진한 산업이다. 몇몇 유명한 의료 센터와 병원 기업 HCA 헬스케어(HCA Healthcare Corp.)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미국 병원 시스템들은 국내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 많은 병원들이 국제간 제휴를 모색하거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병원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컨설팅 및 관리 계약에서부터 인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 병원들이 노리고 있는 시장도 잘 사는 런던 지역에서부터,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국 도시들,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까지 다양하게 퍼져 있다.  

미국 병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소비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의료비 지출을 줄이려고 하면서 압박이 심해지자 수익 다각화를 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해외 시장이 국내보다 수익성이 더 좋고 진료비 지불 모델도 유리하다는 것도 원인이다. 또 이런 국제 네트워크 구축은 국제적 연구원들과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데도 도움이 되며, 미국 의학계에도 이익이 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보스톤에 있는 스튜워드 헬스케어 시스템(Steward Health Care System)은 지난 2월에 몰타(Malta)의 공립 병원 두 곳을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피츠버그 대학교의 자회사인 UPMC도 이미 오래 동안 여러 국가에서 컨설팅 및 병원 운영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이제 이탈리아, 아일랜드, 카자흐스탄, 중국 등에 병원, 암 센터 및 1 차 진료 네트워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회사 임원이 전했다. 이외에 여러 다른 미국 병원 기업들도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콜롬비아, 프랑스에서 이와 유사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병원 기업의 해외 진출은 특히, 만성 질환 증가와 인구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최근 크게 늘어난 중국의 보건 의료 개혁으로 더 추진력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일부 병원의 외국인 소유권을 전면 허용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홍콩의 매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의 악셀 바우어 파트너는 “중국의 보험 회사, 기업가, 공공 및 민간 시설 개발업체들이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중국의 투자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개발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있고, 전문 기술 훈련 직원을 갖추고 있으며, 전반적인 병원 진료 규약(medical protocols)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미국 병원 기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 브리검 헬스의 엘리자베스 나벨 대표가 중국 하이난의 보아오 에버그란데 국제 병원의 방사선 종양학과를 둘러보고 있다.   출처= BOAO EVERGRANDE

보스턴의 브리검 헬스(Brigham Health)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도 중국 파트너가 새로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 클리닉 (Cleveland Clinic)도 투자자들에게 중국 개발 업체들과 상담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앙겔라 키스카 대변인은 “아직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병원 및 보건 서비스 기업의 해외 인수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재, 기술 및 의약 분야와 비교하면 아직 현저히 적다.

그러한 확장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병원은 자기들이 소유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시설에 이름만 빌려주면 (의료 사고나 서비스 불만이 제기되는 경우) 자칫 브랜드의 명성을 해칠 위험이 있고, 외국의 병원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현지 시장이나 규제 환경의 변화에 취약점을 노출한다.

무디스 인베스트 서비스(Moody 's Investors Service)의 리사 골드스타인 애널리스트는 그런 방식의 진출은 대개 높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외국의 민간 유료 병원이 미국의 일반 병원들보다 더 계획적이고 선택적인 의료 절차를 적용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 건강 제도가 갖춰진 나라에서는 (미국처럼)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환자를 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프로메디카의 우스트라 CEO는 미국내에서 치과 건강 보험의 인허가를 취득하고 자립형 응급치료센터를 개설하는 등 성장을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쳤지만, 미국내 시장이 축소되면서 해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메디카는 본거지인 오하이오주보다 도시 성장이 더 빠르고 인구도 많은 중국에서 12건의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을 직접 운영하거나, 병원 개발자에게 외래 환자 치료 및 지역 사회 건강 계획 등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로메티카 직원들은 2015년 12월부터 7차례나 중국을 다녀왔다. 우스트라 CEO도 두 차례 중국을 다녀왔으며, 중국에 머무는 동안 중국 메시지 앱 위챗(WeChat)으로 중국 파트너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보스턴의 브리검 헬스도 중국 광조우의 에버그란데 헬스 인더스트리 그룹(Evergrande Health Industry Group Ltd.)과 신규 병원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그 첫 번째 병원인 암병원이 최근 중국의 열대섬 하이난(Hainan)에서 문을 열었다.

브리검 헬스의 전략계획 및 사업개발 책임자 마크 데이비스는 이 병원이 이 지역의 환자들을 많이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버그란데 그룹의 대변인은 이 병원이 양 당사자간의 파트너십에 ‘훌륭한 시작’이 되었다고 전했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도 지난 해 10월에 중국 병원을 개설한 또 다른 개발업체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20년 개장을 목적으로 런던 도심에 6층짜리 건물을 임대해 병실 200개의 병원으로 개조하고 있다. 버킹엄 궁 근처의 이 민간 병원은 영국 납세자들이 돈을 내는 국민 건강 보험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UPMC도 지난 몇 년 동안 십여 개 국가에서 운영 및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UPMC의 척 보고스타 대표는 UPMC가 이탈리아와 아일랜드 등의 해외 병원 및 진료소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9 월에는 로마의 한 민간 병원 지분 50%를 인수했다.

보고스타 대표는 소유권을 보유함으로써 UPMC가 국제 브랜드를 구축하고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며 수익을 다변화하는 데 더 많은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운영 및 컨설팅 계약은 소유권을 갖는 것만큼 지속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