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시애틀에 있는 본사가 비좁다면서 제2의 본사를 짓겠다고 하자, 미국 내 여러 도시가 앞다투어 제2본사 유치를 위해 나섰다.

5만명의 일자리와 50억달러의 직접 투자를 내건 아마존의 제2본사가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이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유치됐으면 좋겠다고 뉴스에 온라인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시애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며 아마존의 본사가 들어오면 얼마나 삶이 팍팍해질지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워싱턴 레드먼드로 본사를 이전하고 약 3만~4만명의 직원들이 지역 인근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시애틀 토박이들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삶이 약간 불편해졌다’고 표현했다.

여기에 1994년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창업하면서, 시애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급변하는 시장 가격을 경험하게 된다.

중국의 알리바바에 이어 세계 2번째 규모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초기에는 책을 파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하지만 몸집을 불려나가면서 현재는 시애틀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만 4만명이 넘는 아마존은 시애틀의 최대 고용주로 시애틀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위치다.

아마존이 지난 2010~2016년 동안 직원들에게 지급한 급여는 257억달러이며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10만달러를 넘는 봉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이 직원들에게 지원한 교통비만 7년간 약 4300만달러이고 아마존과 관련된 업무로 이용한 호텔의 객실 숫자가 한 해 동안 무려 23만3000개라고 하니, 아마존이 시애틀의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과장이 아니다.

아마존의 등장은 외부인들의 끊임없는 유입을 유발했다. 시애틀 킹카운티의 인구는 2000년 이후부터 26%나 성장했는데, 이 기간 동안 일자리는 28%가 늘어나서 아마존의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증가한 주민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서 새로운 주택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2000년 3월에는 7000채의 주택이 매물로 나온 반면, 2018년 3월에는 불과 2000여채만 매물로 나왔다.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주택 공급은 2000년에 주택 1채당 230명의 매수자가 있던 반면 2018년 현재는 주택 1채당 1060명의 매수자가 있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주택 가격은 끝을 모르고 올라가서 연간 13%씩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시애틀 주민들의 주택난을 더욱 가중시킨 것은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다. 거주자격을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서 캐나다의 밴쿠버는 중국인들의 투자지역으로 각광받았고, 과거 30년간 꾸준히 이주해온 까닭에 현재 중국인 비중이 20%를 돌파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과도한 부동산 투자로 주택시장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원성이 높아지자, 주정부가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를 15%로 올리면서 빠르게 투자열기가 식었다.

대신 중국 투자자들은 밴쿠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완만하고 온화한 기후를 가진 시애틀로 눈을 돌린 것이다.

캐나다에서 시애틀로 중국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2016년 말부터 시애틀의 집값은 더욱 가파른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시애틀에서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평소에 집을 보기 위해 오던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 대신, 요즘은 중국인들이 대거 방문하는 것도 시애틀의 변화된 부동산 시장을 보여준다.

시애틀의 단독 주택 평균 가격은 이제 83만달러로 한화로는 10억원가량이다. 가파른 상승세로 인해서 소폭의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단순히 투기를 중심으로 한 버블이 아니라 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업과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 온화한 기후 등의 여건이 합쳐진 결과라서 과거와 같은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