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이 지난해 10월 분뇨 유출 혐의를 받은 양돈 농가의 저장조 주변을 굴착하는 중 분뇨유출을 확인하고 있다. 출처=제주자치경찰단

[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도의 지하수가 빈번한 가축분뇨 불법유출과 강수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 있는 6000여개의 지하수 관정을 면밀히 관리할 수 있는 관측망이 없는데다 암반지하수 전문가들도 부족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상의 제주도가 수용능력을 초과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중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지하의 제주도도 오염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

가축분뇨에 제주 청정지하수 위협받아

제주도의 지하수를 위협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강수량에 따라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축분뇨 불법유출로 지하수가 오염되는 것이다. 최근 강수량이 제법 많아 지하수 수위 문제는 크게 쟁점이 되지 않는다.

제주도민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것은 지하수 오염 문제다. 바로 제주도내 양돈농가에서 유출된 가축의 분뇨가 지하수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3월 20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이 발표한 ‘도내 양돈농가 가축분뇨 불법배출사건 4차 수사결과’는 제주도민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현실임을 각인시켰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발생한 한림읍 가축분뇨 유출사건을 계기로 도내 296개 양돈농가를 모두 조사해 9개 의심농가를 대상으로 중간 수사를 한 결과 13개 양돈농가가 분뇨를 유출한 것으로 적발했다.

▲ 제주자치경찰단 축산환경특별수사반이 적발된 농장의 분뇨를 채수하고 있다. 출처=제주자치경찰단

양돈농가 296개의 돼지 사육두수는 55만8000여 마리다. 제주도 내 양돈농가의 평균 사육두수는 1800여 마리다. 

제주자치경찰단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한림읍 A농장 대표 김모(67·남)씨는 분뇨 이송관로에 배수구를 뚫어 돼지 분뇨와 빗물이 주변 용암동굴 지대로 흘러들어가게 하고 2t용량의 물탱크가 설치된 화물차량을 이용해 분뇨를 주변 야산에 버렸다. 이렇게 버린 분뇨도 결국 빗물을 타고 지하수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김씨가 2013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불법투기한 분뇨는 약 2400t이라고 밝혔다. 

적발된 양돈농가 전체가 가축분뇨를 지하수로 흘려보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농장에서 불법유출한 가축분뇨가 2400t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애월읍 B농장 대표 이모씨는, 돈사 등을 청소한 세정수를 모으는 집수조가 평소에도 자주 넘치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해 가축분뇨 약 5톤 가량이 인근 하천인 고성천으로 흘러들어가게 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C농장 대표 강모씨는 저장조 개축과정을 허술하게 하고 돈사와 저장조에서 분뇨가 자주 넘쳐흐르는 것을 알면서도 보수작업을 하지 않아 가축분뇨 약4800t을 공공수역에 배출했다가 적발됐다.

지난해 제주자치경찰이 적발한 가축분뇨 불법배출 농가의 배출량은 무려 2만6000t에 이른다. 

제주시민인 강모(53)씨는 “가축분뇨 유출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유출한 분뇨의 양을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본인 농장 안에 있는 ‘숨골(강수량이 많을 때 단층 사이나 지하 동굴로 지표수가 다량으로 유입되는 지점)’에 분뇨를 버리면 얼마 만큼 많이 버렸는지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분뇨배출량 대비 수거량이 30~50%인 양돈농가 29개는 추가점검을 하고 있다고  27일 오전 말했다. 

강수량에 특히 취약한 제주 지하수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는 강수량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비가 많이 오는 제주도는  2016년 말부터 시작해 올해 초까지 가뭄이 지속되면서 올해 2월 말에는 지하수 수위 최저점을 기록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지난해 동안 제주도의 강수량은 평년(1710.3mm)대비 61%(1053.7mm)에 그쳐 1961년 이후 최소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지난해 제주도의 강수량이 평년대비 61%에 그친 모습이다. 출처=제주지방기상청

특히 지난해 제주시의 강수량은 773.3mm로 1961년 이후 ‘최소 1위’를 기록했다.

제주도청은 예상하지 못한 가뭄에 지난해 12월 “물 소비절약 캠페인을 언론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지하수의 보전·관리 및 물 소비절약에 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모든 제주도 지하수 이용량의 총계는 연간 2억681만3066.0㎥이다. 생활용수 이용량은 1억2906만9645.0㎥, 공업용수는 278만623.0㎥, 농업용수는 7388만8201.0㎥, 기타 이용은 107만4597.0㎥이다.

이용량은 전국에서 전남(5억8216만384.0㎥), 경북(5억6480만3109.0㎥), 경기(5억6465만3308.0㎥), 충남(4억7371만3475.0㎥), 전북(4억1037만4257.0㎥), 충북(3억8863만5200.0㎥), 경남(3억7349만230.0㎥), 강원(2억2727만1138.0㎥)에 이어 아홉 번째로 많지만 모든 물을 지하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아직까지는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지면 절수 안내를 하고 물 절약 홍보활동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면서 “육지는 가뭄이 들면 지하수를 개발해 사용하지만 제주도는 가뭄이 들면 물을 절약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의 생명수 지하수

▲ 제주특별자치도에 있는 지하수 관정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다. 파란색 원이 이용허가, 빨간색이 개발허가, 초록색이 이용종료, 갈색이 허가취소, 노란색은 원상복구를 의미한다. 출처=국토교통부,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도는 지역 특성 상 제주도민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생활용수부터 공업용수와 농업용수까지 지하수로 해결한다. 그만큼 제주도는 물에 관한한 취약한 지역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 환경보전국 수자원보전과에 따르면 지하수의 지속이용 가능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1일 176만8000t으로 지하수 함양량의 38.5%다. 지하수 취수 허가량은 1일 157만9000t으로 지속이용 가능량의 89%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수자원연구팀에 따르면 제주도의 연평균 강수량 37억6900만t 중 연평균 지하수 함양량은 16억7600만t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수자원연구팀은 "제주도의 하루 평균 지하수 사용량은 1일 50만t이다"면서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는 최대 150만t까지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허가된 양식업에 사용되는 염지하수 공수까지 더한 전체 지하수 공수는 6000개공 이상이다. 

염지하수 공수를 제외한 지하수 전체 공수는 4818공(허가량 157만9000t)이며 농어업용이 3231공(허가량 90만6000t), 생활용수가 1432공(허가량 64만2000t), 공업용이 148공(허가량 2만7000t), 먹는샘물제조용이 7공(허가량 4000t)이라고 말했다.

제주 지하수의 미래는?

제주연구원 박원배 선임연구위원은 “축산 폐수 시설은 도청이 단독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가축분뇨 불법유출을 막기 위해 민간과 지역 주민들이 관리에 참여하고 연구자들은 원인 분석, 도청에서는 재정지원을 하는 등의 ‘민관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 오상실 원장은 “지하수 연구는 수량과 수질 연구를 병행해 이뤄졌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이뤄진 지하수 관련 연구는 수량에 집중된 게 사실”이라면서 “지난해 가축분뇨 유출사건 이후 ‘수자원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 지하수 함양량과 지속이용 가능량을 재평가하고 지하수 오염원 조사와 수질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오상실 원장은 “현재까지의 지하수 관련 선행연구 대부분이 육지의 일반 토양을 기준으로 이뤄졌다”면서 “제주도와 같은 화산암반지역의 ‘암반지하수’는 분석기법과 기술부터 육지의 ‘토양지하수’와 다르기 때문에 외국에 자료를 보내 분석을 의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지하수 관련 정책은 향후 1~2년 안에 수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 지하수는 제주도민의 삶을 지탱하는 생명수다. 지상의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을 막는 것 못지 않게 제주도 지하수 수질이 가축 분뇨에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정밀한 체계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