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게임 시장의 역사는 그동안 한국 게임이 앞장서면 그대로 따라오는 형국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만든 게임을 좇아서 게임을 만들어도 미흡했다는 게 게임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게임이라고 하면 그래픽이 떨어지거나 색감이 촌스러운 등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유저들이 중국산 개발 게임에 많은 돈을 쓸 만큼 인식이 좋아졌다. 

중국 게임, 국내에서 먹히는 이유? 철저한 검증 시스템

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먹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게임 산업 전체 요인과 게임 자체 요인이 한국 게임 유저들을 파고들었다.

우선 중국 게임 업계가 10년 넘게 게임을 서비스하며 구축해 놓은 비즈니스 모델과 충분한 개발 인력 확보 등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게임 시장이 수익을 내면서 게임 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것이 중국 게임 산업 성장에 힘을 실어줬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 게임은 계속 발전했다.

2000년대부터 한국 온라인 PC 게임이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중국 게임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수익성을 확인한 중국의 벤처 캐피털이나 엔젤 투자자 등은 게임 시장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한 중국 게임 시장 전문가는 “중국은 자금의 쏠림 현상이 확실한 곳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확인된 게임 시장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루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모바일 게임이 급부상하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뤘고 현재 중국의 게임 시장은 모바일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모바일 산업 조사업체 뉴주(Newzoo)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7 세계 게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게임산업 매출액이 가장 큰 국가는 중국(275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주는 2위를 미국(250억달러), 3위를 일본(125억달러)로 예측했고, 한국은 매출액 41억9000만달러로 6위를 했다.

둘째 중국의 검증 시스템이다. 중국에서는 게임을 정식 서비스하기 전 해당 게임이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철저한 지표 검증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한·중 게임 무역 전문 기업 YK게임즈의 김사익 대표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에선 장르와 게임 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4단계의 테스트를 거친다. 테스트는 노출 대비 유저 유입률과 일정 시간이 지나고 유저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측정하는 유저 잔존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 테스트를 통과할 때까지 게임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다시 말해 중국 게임업계는 수익성이 검증된 게임을 출시하는 경향이 높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임이 모두 이 테스트를 거치는 건 아니지만, 중국 게임 시장의 환경이 그렇다 보니 기본적으로 개발 단계부터 그와 같은 공식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중국은 게임성 자체보다 게임 내에서 유저를 어떻게 계속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 부분에 대한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런 시스템은 게임성에 대한 발전보다 기존의 성공 틀에 얽매여 비슷한 게임을 양산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 풍부한 개발인력이다. 중국 개발팀 인력이 우리나라에 비해 많다는 점도 유리하다. 중국 게임을 한국에 서비스하는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많은 자본금과 비교적 값싼 인력으로 훨씬 많은 인원이 게임 개발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게임 내 콘텐츠 업데이트도 자주 할 수 있고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를 따라가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게임을 대량 생산하기도 수월하다.

예를 들어, 한국 업체는 엔진 하나로 게임 1개를 만드는 시간에 중국은 같은 엔진으로도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이 뒷받침한다. 인건비 등 개발비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넷째, 게임의 그래픽 등 개발수준이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 그 원인은 우선 중국 내에서 장기간 개발 노하우를 쌓아온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해외 개발자들을 많이 영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개발자가 중국으로 스카우트돼 일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픽이나 일러스트 같은 경우 해외 인력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게임 인력 유출과 무관하지 않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국 고급인력 국외유출지수 순위 15위를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 게임산업 종사자 수가 지난 2012년 9만5000명에서 2016년 7만4000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는 아니지만 상당한 인력이 중국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산과 동일한 수준의 그래픽이 한국 유저 유혹

중국산 게임의 그래픽은 이제 한국 모바일 게임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게 유저들의 중론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MMORPG ‘뮤 오리진2’, ‘라그나로크M’ 등의 경우도 과거 원작 PC 게임의 감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래픽을 요즘 감성에 맞게 잘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뮤 오리진2의 경우 유저들이 플레이를 계속 하도록 만든다는 평이 많다. 하루라도 게임을 게을리 하면 금세 다른 유저들에게 뒤처지고, 좋은 장비를 얻고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 반복 사냥을 계속 하게 만든다.

라그나로크M의 유저인 직장인 H씨(29)는 게임의 플레이 특성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모바일 MMORPG의 자동사냥이 편리하긴 하지만, 라그나로크는 무조건적인 자동사냥이 아닌 플레이어가 관심을 두고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모바일 MMORPG시장에서 독특한 점이 있다”고 평했다.

‘소녀전선’ 같은 게임을 보면 일러스트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을 잘 공략했으며 그들이 만족할 만한 게임 캐릭터 일러스트와 그래픽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은 또한 과금 유도에 지친 유저들에게 찬양을 받기도 했는데, 유저가 과금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선택형 과금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과금 유저들이 결제를 했을 때 얻는 만족도가 높아 준수한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 게임은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중국 게임으로는 최초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 라그나로크M, 뮤오리진2, 소녀전선. 출처=그라비티, 웹젠, 소녀전선 홈페이지

물론 유저들이 중국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 모든 글로벌 게임이 공존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게임 국적의 의미가 없어졌다. 유저들은 그냥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모바일 플랫폼이 들어오며 전 세계의 게임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게임과 싸우는 것보다는 한국 게임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