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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호의 작은 경제 이야기] 한국엔 왜 홈디포가 없을까

[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지난해 일이다. 시골에 나무를 심기위해 '게으른 농부'에게는 부직포가 필요했다. 부직포를 나무 밭에 깔아놓으면 풀도 자라지 않지만,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일주일에 기껏 한두번 줄수 밖에 없는 주말 농사꾼에게는 부직포가 절실했다.

당연히 인근 농자재상에서 부직포를 구입하기 위해 갔다. 물론 인터넷으로도 가격을 찾아봤다. 한국 재래시장이 여전히 카드 사용을 반가워하지 않는 것 처럼 농촌 농자재상도 카드를 반가워하지 않는 문화는 여전하다. 이곳은 제법 규모가 큰 농자재상임에도 카드 사용을 꺼려했다. 부가세 등을 내기 싫어서 일거다. 원하는 부직포 제품을 주문했다. 그리고 가격을 물어봤다. 1롤에 13만원을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네들이 받는 가격도 보여준다. 인터넷 구입가는 7만원인데 왜 이리 비싸냐고 되물었다. 그쪽 대답은 이랬다. 그럼 인터넷으로 사세요. 당연한 답일까? 정말 이건 아닌데 무슨 물건값을 이렇게 비싸게 받을까 안그래도 농촌은 빚때문에 허덕인다고 하는데 유통가격질서가 이렇게 엉망이니 고비용을 부담하며 농사를 짓고 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큰 가격차이때문에 말문은 막혔다. 웬만하면 동네에서 팔아주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구입하면 농부들에게 물가 부담을 더 주는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 물류비가 더 들기는 할텐데 이정도는 아닌데 농촌만 가격 인하 바람에서 소외되고 있구나 싶다. 차로 20분을 달려 면소재지의 단위농협을 찾았다. 똑같은 제품을 8만원에 구입했다. 그리고 며칠뒤 추가로 필요해 이번에는 군청소재지의 농협에서 구입하게 됐다. 인터넷 가격 그대로 7만원을 받았다. 면소재지와 군소재지의 차이가 1만원인 셈이다. 시골에 있는 대형마트와 도시에 있는 같은 브랜드의 대형마트의 물건값이 큰 차이가 없는 걸 농촌현실로 비춰보면 설명이 안된다. 이상한 유통구조가 농촌에는 자리잡고 있었다.

▲ 홈디포 매장 정문 모습.

그 후로도 게으름 탓에 급하게 필요한 소소한 물건들은 그 곳 농자재상에서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무분별한 유통질서 부흥에 나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이런 농촌 현실을 지인들에게 이야기 하면 농촌 출신, 혹은 현재 농촌에 부모님들이 터전을 일구고 사시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도 농촌은 괜찮아요. 무슨 의미인가요. 면세유다 뭐다 해서 지원이 넘쳐나니 그 정도는 비싸게 사도 끄덕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헉 정말 헉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을 받으니 좀 비싸게 물건을 구입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게 무슨 셈법인가. 지난 40년간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지원을 해오고 있지만 농촌현실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그 원인을 어슴프레 알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저변에 넓게 깔려있었구나. 그래서 그 인식들 위로 유통질서가 무분별하게 폭리문화로 바뀌었구나. 똑똑한 소비자가 아니고 알면서 당해주는 그런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일까. 주먹구구의 농촌의 물건가격 상황을 보면서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고는 농촌은 발전하기 힘들겠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짙어졌다.

소비자 관점 중심과 상인 관점 중심의 제도들은 늘 충돌하고 있다. 골목상권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골목상권에 주인은 누구인가 역시 소비자다. 소비자 관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인들이 살아남아야 제대로 된 소비시장이 만들어진다. 소비자의 권리와 수요는 빠지고 상인만이 남는다. 물론 보호(?)받아야 할 상인이 있다면 그건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분들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보호받아야 할 골목상권의 상인 수가 얼마나 남아있느냐다.

▲ 홈디포 농기구 판매 매장

250만 가구의 농촌(매년 그 수가 줄고 있다)은 30년넘게 가까이 농가 빚으로 허덕이고 있다. 농어촌 빚 탕감 이슈는 몇년전까지 선거 단골메뉴였다. 그런 농촌의 현실이 왜 해소되지 않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부채가 많은 분들에게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골목상권을 빙자한 또 다른 횡포가 농촌에도 존재하고 있는걸까.

이런 말도 안되는 농촌 현실속에 그것마저도 외국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다. 농자재는 물론 농기계까지도 수입산이 점령한지 오래다. 그야말로 한심한 현실이다. 농기계는 일제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수입유통업체로 전락한지 오래다. 낫 한자루도 일제가 더 좋다고 버젓이 일제를 사용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 가격도 싸고 제품의 질이 좋으니 일제를 사용하는 이유일거다.

농촌의 왜곡된 가격 구조는 무엇때문일까. 지리적인 문제도 있고 배송의 문제도 있을수 있다. 하지만 외국의 농촌도 똑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을까.

얼마전 모 기업이 대형홈센터를 건립하고 정부로부터 허가를 득하려 했더니 정부에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이유 때문이다. 소위 농자재상들이 가입하고 있는 협회가 강력하게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이 협회의 소속 회원이 몇명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50만 농가와 주말 농사꾼을 포함한 관련 소비자들의 숫자는 몇명이 될까. 이들 광의의 영농인의 소비자 주권이 이들 보다는 못한 것일까. 그런데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일까. 부당하게 폭리를 취하고 있는 농자재상들을 위한 것일까. 물론 양심적인 농자재상분들도 많을 것이다. 적절한 이익만을 취하고 동네 농부들을 지원하는 그런 농재상들도 존재한다. 그런 상인들은 언제나 살아남을 경쟁력으로 외부 경쟁을 걱정하지 않는다.

▲ 홈디포 농부자재코너 물호스 판매 매장

유통가격은 한국 어디에서나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안된다. 그것이 공정거래아닐까. 적절한 차이 누가 봐도 합리적인 차이를 이해하게 해줘야 한다.

미국 노우스캐롤라이나의 홈디포와 로우스 매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농자재가 필요한 지인을 따라갔다. 채소를 가꾸시는 분이다. 홈디포와 로우스를 방문하고 그 규모에 놀랐다. 그리고 그 쾌적성에 놀랐다. 그리고 진열된 모습에 또 놀랐다. 그야말로 촌놈이 제대로된 마트를 보고 놀라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또 한번 가격에 놀랐다. 그리고 농사와 홈인테리어, 건자재, 캠핑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비치되어 있는 것에 또 놀랐다. 농사를 짓든 집안 꾸미기에 관심이 있든, 그리고 텃밭농사를 짓든, 가구를 직접 만들든, 캠핑용품을 사든 모든 곳이 있는 그곳 매장에는 관련 상품들이 정말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홈디포와 로우스가 미국에는 되고 한국에는 안되는건가. 그 이유가 뭘까. 골목상권 보호때문일까. 누구를 위한 골목상권 보호인가.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을 위한 상권 보호여야 될까. 카드 유통을 거부하고 탈세를 조장하는 상인들을 위한 보호일까. 이해할려고 해도 이해가 안된다.

▲ 로우스의 정면 모습. 특별할인 판매중인 그릴이 전시되어 있다.

만약 농사에 투입되는 비용이 낮아진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복잡한 유통구조로 치솟는 가격이 다소나마 떨어지는 효과가 벌어지지 않을까. 홈디포와 로우스 같은 홈임푸르먼트 시장을 열어놓으면 또 다른 소비시장이 열리는것은 아닐까. 홈임푸르먼트 시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트렌드는 이 시장으로 열려있다. 시장 대체 효과로도 충분히 역할이 가능하다. 도시재생에 필요한 것이 이 시장이다.

귀농 귀촌하는 젊은 농사꾼들은 오늘도 온라인으로 농자재를 주문한다. 물론 배송일까지 기다릴수 밖에 없다. 이런 불편함과 시간낭비를 줄여줄 방법은 없을까. 농촌은 휴일이 없다. 재배하는 농산물에 휴일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하루를 보살피지 않으면 타들어갈수 있는 것이 농산물이다. 홈임푸르먼트 시장이 건강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줘야 하는 이유다. 농촌과 어촌을 무분별한 유통질서 속에 방치해서는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6차 산업혁명은 유통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로우스 실외매장에는 모종에서 화초까지 정원에 필요한 모든 제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임관호 기자  |  limgh@econovill.com  |  승인 2018.08.16  08: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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