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년 동안 은행들은 인재 유치를 위해 일반 기업들보다 급여를 더 많이 인상했지만 MBA 졸업생들의 선택은 점차 줄고 있다.     출처= Phil Fost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은행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 일반 기업들보다 급여를 더 많이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MBA 졸업생들이 은행보다 기술 기업이나 컨설팅 회사의 일자리를 더 선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뉴스앤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선정한 미국 상위 10대 MBA 졸업생들의 최종 행선지에서 은행이 컨설팅 회사에 선두를 빼앗긴 걸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술 회사들도 MBA 졸업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은행을 바짝 뒤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계산한 가중치 평균에 따르면, 상위 10대 MBA 졸업생들의 금융 회사 선택 비중은 2012년 36%에서 2017년에 27%로 감소했다. 기술 회사 선택 비중은 같은 기간 13%에서 20%로 늘어났다. 반면 컨설팅 회사를 선택한 비중은 2012년 27%에서 2017년에 29%로 늘어나면서 금융회사 지원 비율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의 채용전문 회사 익스컨설턴트 에이전시(Ex-Consultants Agency)의 창업자인 아타 타키는 "은행들은 심각한 이미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저 무자비한 돈벌이 기계로만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일부 은행들은 최고 인재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업계의 매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직접 학교가지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하루에 4-5개의 월가 은행을 둘러볼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크레딧 스위스 그룹 AG(Credit Suisse Group AG)의 글로벌 경력직 채용 책임자 델라 사베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확실히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요즘 졸업생들은 보다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요. 그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들이 테이블에 몇 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크레딧 스위스 그룹은 학생들과 페이스북 라이브 이벤트를 열고, 그곳에서 입사지원 절차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회사에 지원했는지를 토론하며 그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

상위 10대 MBA 졸업생들이 인정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상 분석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5년간 라이벌 부문의 기업들보다 급여를 훨씬 빠르게 인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위 10대 MBA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6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은행의 급여 수준은 보너스와 기타 보상을 제외하고도 초봉 기준으로 업계 중간을 유지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Sloan School of Management) 졸업생의 경우, 금융 회사의 초봉은 2012년에서 2017년 사이에 25%가 증가해 12만 5천 달러(1억 4천만원)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동안, 기술 회사와 컨설팅 회사의 초봉은 9% 상승해 각각 12만 5천 달러와 14만 7천 달러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T 슬론 경영대학원 졸업생 중 은행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 회사를 선택한 학생의 비중은 이 기간 동안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고, 기술 회사를 선택한 학생의 비중은 거의 두 배인 32%로 증가했다. 상위 10대 MBA 졸업생들 전체를 보더라도 금융 회사 선택 비중은 5% 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 2010년 초반만 해도 기술 회사에 가는 MBA 졸업생들은 많지 않았지만 최근 기술 회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출처= Dave Simonds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취업담당 교수 진 앤 슐트는 "지난 10년 동안 금융 회사와 기술 회사간지원 비율은 완전히 전도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학생의 경우를 인용해 “은행 업계에서 주당 90시간에서 100시간 일하는 것은 보통”이라며 “기술 회사에서는 라이프 스타일을 희생하지 않고도 높은 급여를 받으며 경력을 쌓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들은 신입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카고대학교 경영 대학원도 지난 5년간 은행으로 가는 학생의 비율이 43%에서 30% 이하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기술 회사로 간 학생의 비율은 1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정 학교의 학생들은 여전히 특정 산업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은 여전히 많은 학생들을 금융 기관으로 보낸다.

반면 MIT 슬론,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 다트머스 대학의 트럭 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ness)은 기술 회사로의 진출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시카고 대학교의 부스 경영대학원(Booth School of Business)의 경우, 금융 분야에 진출한 학생들의 급여가 기술 회사의 연봉을 따라잡았다.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행은 여전히 많은 MBA 졸업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고용주 브랜딩 컨설팅 회사인 유니버섬 (Universum)이 2017년에 1000명 이상의 MBA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에 올랐다. 헤지 펀드와 투자 은행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가 2위를 차지했지만, 소프트웨어, 컴퓨터 서비스, 멀티미디어 개발 등 기술 회사들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하며 금융 서비스를 뒤쫓았다.

2013년에 밴더빌트 대학교(Wanderbilt University) 경영 대학원을 졸업한 알렉스 하디는 당시만 해도 기술 회사에 가는 동료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가는 것을 그다지 좋은 선택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크레딧 스위스의 부동산 그룹에 입사했다. 그 곳의 업무는 지적으로 충분히 자극적이었지만 “뭔가 다른 것을 해야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난 2015년에 그곳을 떠났다.

그는 또 은행의 긴 근무 시간에 지쳤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기술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보편적으로 만족스러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라이브오크 테크놀로지(Liveoak Technologies Inc.)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고 있다.

"나처럼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MBA 출신자들 중 70%는 은행을 떠났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