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송현주 인턴기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간 경제협력(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보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따끔한 충고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26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연 ‘남북경협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서두르기보다는 단계별로 경협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도한 기대감과 장밋빛 희망보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차분하게 경협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전에 비해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나 또 다른 불확실성도 대두되고 있다”면서 “특히 기업인들의 남북경협 관심이 많은 만큼 향후 향배를 보면서 사전 준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열린 남북경협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북한 내부 변화 주시 필요

국책 연구기관과 공공 금융회사 관계자는 긍정 전망을 내놨다. 이석기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관리체계 개편과 남북경협에 대한 시사점’이란 주제 발표에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 실질적인 경제 작동 방식과 제도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에 북한 당국이 현실과 제도간의 차이를 해소하려 노력중”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경제관리 체계 개선을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과제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북한이 기업의 자율성을 크게 높여줬다는 것”이라면서 “국영기업을 계획적으로 관리한 방식에서 기업과 국가가 생산을 함께 해 수익을 내면 그것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시장경제 활동을 하면 북한 당국이 다 막았지만 지금은 이를 국가에 신고해 공식으로 하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폐기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고 경제를 개발하겠다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라면서 “고강도 제재 속에서도 경제개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6일 열린 '남북경협 컨퍼런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남북경협에는 현실 장벽 존재

북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경협 전망과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따금하게 충고했다.

양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경협관련한 명시적 언급이 안됐고,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단계적으로 가면서 경제제재 완화도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후 북한이 어떻게 후속조치를 취하느냐가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양 교수는 “미국은 현재 10개 이상의 자국법으로 북한 경제제재를 하고 있고 유엔에서도 대북 경제제재가 5개가 있다”면서 “이런 현실을 보면 당장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시행된다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

양 교수는 “앞으로 5년 혹은 10년 뒤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변화를 주목해야 하고 중국과 베트남도 과거 미국과의 수교 후 본격적인 경협이 일어난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미국과 북한의 수교가 언제 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북제재가 한꺼번에 풀릴 가능성보다는 단계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융제재까지 풀려야 경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관계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우리 기업이 투자하는 환경이 좋아질 것인가는 ‘미지수’”라면서 “북한이 일반적인 시장경제 체제가 아닌 만큼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에 2가지 약점이 있는데 제제 해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 북한의 이해관계와 요구가 잘 반영이 안 돼 있다는 점이다”면서 “남북간 민관협의체가 만들어져서 이 협의체에서 북한의 이해관계와 제재 해제 등의 큰 그림을 만들면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분하게 남북경협 추진하겠다”

정부도 차분하면서도 질서 있는 남북경협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성묘 통일부 남북경협과 팀장은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라는 큰 그림을 바탕으로 질서있고 단계적인 경협 추진을 해 나가겠다”면서 “현재 남북간 협력이 진행 중인 철도 관련 협의부터 도로, 산림 등에서도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성공적인 경제협력을 위해서 민간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한반도 미래 발전 전략 하에서 체계적으로 유관부처와 협력해 북한의 실태조사 등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민간 차원의 북한 접촉승인 허용을 포함한 학술회의 등 비사업적 경협도 재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