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그룹-바르질라&그린스미스 에너지' 협약식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왼쪽부터 '바르질라' 에너지 부문 하비에르 카바다(Javier Cavada) 대표,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부사장, ‘그린스미스 에너지’ 존 정(John Jung) CEO.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을 통해 미래 혁신산업 분야인 신에너지 시장에 진출한다. ESS 신시장 개척해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배터리 재활용 문제에 선제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SDI 고전압 ESS를 개발하고 현대중공업이 태양광 렌탈 ESS를 출시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6일 핀란드의 에너지기업인 바르질라(Wartsila)와 재활용 배터리 ESS 개발과 글로벌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바르질라는 핀란드의 에너지 분야 종합 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전 세계 177개국에서 67GW 규모의 발전 설비 용량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ESS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ESS 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그린스미스 에너지’를 인수해 기술력을 키우고 사업 네트워크를 늘렸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파트너십 협약을 토대로 ESS 관련 기술 고도화와 사업 경제성 검토 차원에서 실제 적용 현장에서의 실증 프로젝트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전기차 개발과 판매, 재활용 배터리의 회수, ESS 개발과 판매, 유지, 보수로 이어지는 자원 순환형 사업 체계도 가동한다.

이를 위해 현재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 쏘울 EV의 재활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또 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지역에서 실증 시범사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 안에 산업용 ESS 상용화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전기차 보유 소비자에게 배터리 보상 교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 시에는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선보상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은 “ESS는 환경 오염의 확산, 에너지 수급 불안 등이 가중됨에 따라 신에너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협업을 통해 재활용 배터리 ESS 신시장에서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전기차 보급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비에르 카바다 바르질라’ 에너지 부문 대표도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인 재활용 배터리 기반의 ESS 제품을 개발해 전 세계 고객 및 파트너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 글로벌 전기차 누적 판매 및 재활용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규모 전망 추이. 자료=독일 에너지재생협회,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

‘블루오션’ EES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다. 송·배전, 가정용과 산업용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돼 전력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한다.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속성이 떨어지고 발전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 장치다.

ESS는 신재생 에너지의 확산과 더불어 기존 전력 인프라의 대체 수단으로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ESS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에너지 시장분석 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은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급증하며, 이 가운데 10GWh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있다.

10GWh는 2.8만 가구(4인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350KWh)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64KWh) 15.5만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0.1TWh = 1GWh = 1000MWh = 100만KWh)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역시 지난해 110만대 수준에서 2025년 1100만대, 2030년 3000만대로 고속 성장하며, 2040년에는 6000만대로 연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 에너지재생협회(BEE)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재활용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누적 기준 1TK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환경 이슈가 글로벌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폐기물 재활용 관련 정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와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내 또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구매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는 폐차 시 떼어낸 배터리를 해당 지자체에 반납해야 하며 재활용, 분해, 처리 방법에 대한 규정 마련이 논의되고 있다.

박수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명이 저하된 배터리는 주행거리 감소와 충·방전 속도 저하 등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EES로 전환 시 10년 이상 연장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재생 배터리의 판매 가격은 새 제품에 비해 30~70% 수준”이라면서 “효율 극대화와 비용 최소화라는 전제가 있다면 차종의 모듈 단위 배터리를 가공해 판매하는 것은 결국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전기차 모델이 배터리 재사용 사업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