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온라인으로 식품을 사는 사람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슈퍼마켓 전쟁은 아마존과 월마트가 벌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크로거(Kroger)가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마존과 월마트의) 성장이 그렇게 빠른 것 같지는 않군요.”
랄프스(Ralphs), 프라이스(Fry's), 해리스 티터(Harris Teeter) 같은, 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슈퍼마켓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크로거가 최근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자 크로거의 주가는 10%나 상승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크로거의 디지털 매출이 66%나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크로거가 기술에 정통한 젊은 층 소비자에게 제대로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또 크로거가 현재 아마존과 월마트의 당당한 경쟁자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소유하고 있고 월마트는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건의 인수 합병을 시도했다.
크로거는 지난해 레스탁 크로거(Restock Kroger)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보다 저렴한 가격, 더 많은 PB 브랜드의 확충, 디지털 쇼핑 이니셔티브의 증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인 클릭 리스트(ClickList) 서비스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하게 하거나 매장에 직접 와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회사는 지난해 11월 이 서비스가 회사의 매출을 크게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회사는 보고했다.
크로거는 심플 트루스(Simple Truth)라는 PB 브랜드를 만들고 유기농 제품을 크게 확대했는데, 이 브랜드로만 2017년에 20억달러(2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는 또 지난해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이나 헬로 프레시(HelloFresh) 같은 이른바 ‘밀킷’(Meal Kit)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프리+페어드 밀킷(Prep + Pared Meal Kits) 브랜드도 출시했다.
크로거는 올해에도 온라인 사업 활동을 더욱 강화했다. 최근에는 7억달러의 가치로 평가된 밀킷 회사 홈 셰프(Home Chef)를 인수했다.
크로거는 또 자동화 창고 관리를 위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무점포) 배송 회사 오카도(Ocado)에 2억5000만달러(28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크로거의 로드니 맥뮬런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모든 미국인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쇼핑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맥뮬런 CEO는 크로거나 다른 체인점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식품을 사는 사람들보다 1주일 평균으로 볼 때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크로거의 온라인 성장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GlobalData Retail)의 닐 손더스 전무는 “크로거가 오카도의 지분이나 홈 셰프를 인수하는 것은 모두 크로거가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경쟁에 앞서 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 에피서버(Episerver)의 에드 케네디 이사도 CNN에 보낸 이메일에서 “크로거의 최근 성과는 크로거가 일상의 쇼핑에서 보다 연속적이고 편안한 쇼핑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점차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로거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소비자와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크로거는 온라인 식품 전쟁에서 백기를 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이 전쟁에서 아마존과 월마트와 당당하게 겨루기를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