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가 뿌옇게 착색되지 않는 램프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사진은 기아차 K9의 헤드램프. 사진=현대모비스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모비스는 내부에 낀 안개로 기능이 떨어지는 램프를 개선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신소재를 개발, 현재 생산 중인 전 제품에 일괄 적용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번에 개발한 램프는 국내 소재 업체인 이니츠(SK케미칼 자회사)와 1년 6개월간 공동 작업했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에 유리섬유를 추가하고, 고분자량 첨가제를 넣었다. 일반적인 신기술과 달리 소재 적용은 개발 즉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제품군 전체에 일괄 적용이 가능했다는 게 모비스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를 국산화하고, 국내외 공동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다.

램프 안개 문제는 램프 내부의 플라스틱 구성품에서 발생한 가스가 벽면에 흡착돼 뿌옇게 착색되는 현상이다.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빛을 비추는 램프 본연의 성능을 떨어뜨려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고온에서 가스가 발생하는 플라스틱의 물리적 성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글로벌 선진업체들의 헤드램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은 해결 방법을 고심하고 있지만 램프는 소재 개발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다. 이들은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램프 내부 구조를 변경해 문제를 피하는 데 그치고 있다. 램프는 내부 온도가 200℃까지 오르고, 내외부 온도 차이가 심해 습기에도 강해야 하며, 강한 진동에도 구성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강성을 확보해야 하는 등 충족시켜야 할 조건들이 많다.

모비스는 글로벌 램프 업체들의 난제로 여겨졌던 안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5~6㎏에 달하는 헤드램프의 무게를 20% 이상 줄일 수 있는 소재도 개발했다. 유동성이 좋은 소재를 활용, 렌즈, 베젤, 리플렉터, 하우징 등 헤드램프 각 구성품의 두께를 얇게 만들었다. 이번 경량화 소재를 통해 원가절감, 램프 기능 향상을 동시 구현한 점도 특징이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램프 제품군은 2010년부터 34억달러(3조3800억원)를 수주한 대표 수출품이다. 이번 신소재 램프 개발로 앞으로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모비스는 내다보고 있다.

김세일 현대모비스 샤시의장연구소장(전무)은 “램프는 소재의 물리적인 특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로현상에 대해서도 불량으로 인식될 정도로 기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미적인 부분에 대한 기준이 높은 부품”이라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미래차에 적용되는 혁신적인 램프 소재를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모비스는 향후 숨겨진 패턴이 드러나는 표면처리 기술이나, 운전자 취향에 따라 헤드램프 색을 바꿀 수 있는 특수안료 기술 등 다양한 램프 관련 신소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산주행시험장에 세계 최장 길이의 터널시험로를 갖추고, 마주 오는 차의 운전자 눈부심을 차단하는 지능형 헤드램프 기술(IFS, Intelligent Front-lighting System)이나 3D 효과를 낼 수 있는 리어램프 기술 등 차세대 램프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