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군웅할거(群雄割據): 절대강자 혹은 양자의 경쟁 구도가 아닌 역량이 비슷한 여러 군소 세력이 경쟁하고 있는 상태, 흔히 혼란이 들끓는 난세(難勢)의 시기를 표현하는 말

‘군웅할거’는 중국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에 이르는 고대 중국의 대변혁기, 유비·관우·장비 3형제와 조조·손권 등 <삼국지> 영웅들이 경쟁한 삼국시대, 고대 로마 이후로 단 한 번도 통일되지 않은 유럽 열강들의 경쟁 등 일련의 유사한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는 고사성어로 자주 인용된다. 이는 국가와 국가 간 경쟁구도뿐만 아니라 동종업계 기업들이 자기들의 역량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표현하는 데 자주 쓰인다.

공교롭게도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기둥 격인 대형마트는 마치 <삼국지>의 위나라·촉나라· 오나라 혹은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저그·프로토스처럼 경쟁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다는 3개 주체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각 대형마트들은 생사를 건 일전,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통 대격변의 시대, 그 변곡점에 선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국내 대형마트 3사의 같고 또 다른 생존 전략들을 들여다봤다.

 

대격변 맞이한 유통업계

유통업의 변화는 전 세계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폭발적 성장은 과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담당한 영역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미국의 오프라인 강자들은 경영난에 시달리며 점포를 정리한 반면, 아마존은 제조-유통-물류를 아우르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필요한 지역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오프라인 업체(홀푸드)를 인수하는 ‘괴력’을 과시했고 여전히 자랑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판매업체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의 2017년 매출 동향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13.2%)은 오프라인(3.0%)보다 4배가량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 앞에 국내 대형마트들은 매출이 부진한 매장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경영 효율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히 매장을 줄여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매장 줄이기는 가장 좋은 비용 절감 방법이지만 동시에 지역 상권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 경쟁력의 감소이기도 하다. 이에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장기 관점의 생존을 위한 각자만의 변화들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