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월트디즈니가 731억달러를 투자해 21세기 폭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컴캐스트가 판을 키우며 끝까지 기웃거렸으나, 끝내 디즈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생각해보면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모두 심상치 않은 것들 투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에 가로막혔으나 통신사 AT&T는 기어이 타임워너 케이블 인수에 돌입했고, 애플은 콘텐츠 매출을 키우고 있으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그 외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필요하다면 합종연횡까지 불사하며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이 가로막힌 경험이 지금도 생생한 상태에서, 바다 건너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콘텐츠 플랫폼 합종연횡은 다소 부럽기도 하다. 전격적인 결단과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이며 예측불허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우리는 언제 뜨거움을 느껴볼까.

여기서 곰곰이 생각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이들은 왜 뭉칠까? 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여해 콘텐츠를 키우고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을까? 논의를 미디어 기업으로 좁히면, 아무래도 시장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리라. 구글과 애플 등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중으로 향하는 파이프 라인을 자처하는 시대,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만 제공하는 일종의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경험을 했다. 공교롭게도 구글과 애플이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면서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코드커팅과 같은 악재도 겹쳤다. 미디어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콘텐츠와 플랫폼 강화전략은 일종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물론 기존 모바일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인스타그램이 IGTV를 공개한 행간에는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의식하면서도,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면 미래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지금까지의 모바일 플랫폼 시대에는 데이터를 가진 구글이나 애플이 왕이었다. 이들은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를 했으며 파이프 라인이 부족한 미디어 기업들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에 불과했다. 여기서 블록체인이 상용화되면 생태계는 강력한 플랫폼이 사라지고, 각 객체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확보 허브가 되는 플랫폼 상실의 시대, 재미있는 그림이다. 모바일 시대의 강자들과 이에 반기를 든 미디어 기업이 수익구조부터 투명한 생태계 전반까지 모두 새 판을 짜야 하지 않을까.

더 깊게 파고들어가자면, 구독과 월정액 비즈니스의 대두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기존 모바일, 온라인 플랫폼 강자들이 초연결 시대를 준비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미디어 기업들이 콘텐츠와 플랫폼을 강화한다고 가정해보자. 블록체인 등의 변수를 고려한 상태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는 무엇일까? 어쩌면 모든 미디어 기업의 변화를 촉진한 주인공, 넷플릭스가 보여주고 있는 구독과 월정액 비즈니스가 답이 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구독과 월정액 비즈니스가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월정액 비즈니스는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들은 다소 주춤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비즈니스가 연결되는 시대가 오면 미디어 콘텐츠가 소속된 플랫폼의 매력을 보장하면서, 그 외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대형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작동해 확실한 구독과 월정액 비즈니스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가정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며 플랫폼의 가치를 정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풀어내면서 디지털의 힘으로 구독형과 월정액이라는 키워드를 잡아가는 장면은 미디어 사업의 근간이 대격변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도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 언론도 플랫폼을 상실한 콘텐츠 제작자다. 당장 플랫폼을 가질 수 없겠지만 합종연횡으로 일부라도 가질 수 있다면 단숨에 업계를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프라임 상품 중 하나로 들어가는 <월스트리트저널> 콘텐츠에 특히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미디어 업계 전체가 구독과 월정액으로 나아간다면, 이제 언론도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합치든가, 아니면 전혀 다른 제3의 길을 찾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