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지방 거점 항공을 기반으로 한 신생 저비용항공사(LCC)가 잇따른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신생 LCC가 가파른 시장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항공업계에선 우려가 만만치 않다. 신규 LCC 합류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질 수 있지만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6월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한성항공(티웨이항공)의 청주-제주 운항을 시작으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이 LCC 사업자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주공항, 양양공항 등 지방 거점 공항을 중심으로 케이에어항공과 플라이양양 등이 두 차례 항공운송 면허를 신청했지만 국토교통부로부터 신청이 반려됐다. 이들 업체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LCC 항공 면허 기준 강화 방안이 적용되는 7월 이후 세 번째 면허 획득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장거리 노선을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프레미아항공이 올해 면허 획득에 도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프레미아항공은 지난해 7월 법인 설립 이후 현재 항공운송면허 신청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세 곳 모두 항공운송면허를 받을 경우 우리나라 LCC 업체는 기존 6곳을 포함해 모두 9곳의 저비용항공사가 운항하게 된다.

국토부는 7월부터 항공운송면허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항공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등록 자본금 150억원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상향 변경 ▲항공기 보유 대수 3대에서 5대 ▲기존항공사 관리 강화 등이 담겼다. 국토부는 에어로케이와 플라이양양, 프레미아 항공 등 신규 LCC 업체들이 운송사업자 면허를 신청하면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 싱가포르 제트유 추이. 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항공업계 호황 끝났나?…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신생 LCC

신생 업체가 대거 진입하면 업계 경쟁이 촉발돼 항공 운임이 또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소비자는 금전 이익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선택지도 넓어진다. 그러나 저가 수요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 항공사는 수익성 저하에 직면하는 것을 불 보듯 훤하다. 이는 곧 항공사들이 항공권을 더 이상 저렴하게 팔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진다는 뜻이 된다.

다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신생 LCC 설립에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항공업계는 전문인력과 항공여건(슬롯) 등 인프라가 포화상태다. 지금까지 항공업계 호황은 유가 영향이 가장 컸다. 억눌린 제주도 여행이나 해외여행의 기회가 단기간에 성장한 것이 LCC 항공여객 급팽창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 같은 팽창의 ‘끝물’에 신생 LCC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계는 지방공항 활성화에 역행 중”이라면서 “국내선은 공항별로 슬롯이 바닥나고 있는 상태다. 제주공항 신공항 이후에나 신생 LCC 추가 설립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주노선은 슬롯이 전혀 없는 데다 기존 항공사들도 추가 슬롯을 얻기 위해 경쟁 중이기 때문에 신생 LCC가 이를 얻을 확률은 그만큼 낮다. 국제선은 근거리 국제선의 경우 한국 항공사들이 슬롯을 장악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해외 공항에서 취항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거리 노선은 아직도 경쟁력이 미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 2017년 말 기준 주요 LCC 신규 취항 노선. 국내 항공업계는 슬롯 부족으로 인해 해외 취항지를 늘려 경쟁력을 쌓고있다. 자료=각 항공사

업계에선 결국 신생 LCC들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 B씨는 “허가 단계에서만 지방공항이 시작하고 결국은 살기 위해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신생항공사는 설립 단계에서 차별화된 노선전략으로 진입하지만, 과거 에어서울의 사례처럼 경영악화를 이유로 기존 LCC와 같은 노선으로 들어오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에어서울은 단독노선을 줄이고 대도시 위주의 인기노선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B씨는 “에어부산도 설립 초기에 가장 잘나가는 회사였다. 가장 빠른 흑자전환을 기록하며 진에어를 누르고 업계 2위에 등극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진에어에 밀리고 티웨이에도 밀리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항공도 지자체와 12년 내내 불협화음을 보이다가 올해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면서 “지방항공을 끼고 지자체와 공동으로 설립하는 항공사는 취항 당해 연도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신생 LCC, 2년 내 흑자 가능할까

최근 항공업계에 진출을 선언한 신생 LCC는 2년 안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는 정말 가능할까.

항공업계 관계자 C씨는 “국내 항공사 중 자회사형 LCC가 제일 빠르게 흑자로 전환한 데에 2~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독립형 LCC 중에선 가장 빠른 곳이 5년이다”라면서 “그런데 그 당시에는 항공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이제 출범하는 신생 LCC는 대형항공사 말고도 기존 LCC들과 가격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C씨는 “대한항공은 LCC 출범 이후 국내선 운임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동결했다. 이는 대한항공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국내선 비중이 매우 낮은 데 반해 당시의 LCC들은 매출의 100%가 국내선 매출이었기 때문에 효과적이었다”면서 “제주항공이 국제선에 나가고 수년이 지난 2012년에 대한항공은 국내선 운임을 정상화했다. 이 바람에 많은 LCC가 적자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 LCCL가 진입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와 경쟁하기 전에 기존 LCC들과의 경쟁이라는 허들을 먼저 넘어야 한다”면서 “10년 전보다 경쟁환경이 훨씬 악화한 상황에서 독립형 신생 LCC는 최소 7~10년은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자본금을 가지고 시작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우려했다.